
“농협생명은 여타 대형사도 가질 수 없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가장 큰 장점은 틈새상품·시장에 대한 파일럿 개발 및 테스트 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경쟁사들이 가지지 못한 거대한 인프라로 인해 그간 생보사들이 출시에 인색했던 유배당상품도 선보였다.” B생명 상품개발부서 관계자
농협생명이 출범 이후 선보였던 유배당보험. 출시 2년여가 지난 현재 농협생명의 유배당상품 판매실적은 절반 이상 축소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과세혜택 축소 여파에 기인한 것으로 아직도 30만건 이상 신계약 건수를 기록하며 주력상품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 유배당연금 가입건수 70만건서 30만건으로 감소…“비과세 영향 커”
농협생명은 지난 2012년 신·경분리를 통해 생보업계에 본격 진입하면서 유배당연금상품을 출시했다. 무배당상품 일색이던 생보업계에 유배당상품을 선보이며, 시장에 빨리 정착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당시 나동민 농협생명 사장은 “유배당상품은 고객들에게 더 좋은 상품”이라며 이들 상품의 친고객적 측면을 강조했다. 유배당상품 출시 2년여가 지난 현재. 이 상품은 과거에 비해 ‘정체’되는 모양새다. 농협생명을 포함한 생보업계가 최근의 여러 경제상황과 맞물려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있고 보장성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농협생명은 현재 즉시연금, 파워자유NH연금보험, 당신사랑NH연금보험(前 당신을 위한 연금보험) 등 크게 3가지의 유배당상품을 판매 중이다.
14일 농협생명에 따르면 올해 3분기(2014년 1월~9월) 기준 신계약 건수 및 초회보험료는 34만1121건, 2조27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말(70만3528건, 4조1438억원) 대비 각각 50.51%(36만2407건), 51.07%(2조1164억원) 급감한 수치다. 상품군별로는 즉시연금과 당신사랑NH연금보험의 판매실적 하락이 제일 큰 요인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2012~2013년) 매해 2조원이 넘는 초회보험료(2012년 2조8842억원, 2013년 2조1411억원)를 기록했던 즉시연금은 올해 3분기 1조2323억원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신계약 건수 역시 1만4613건으로 전년(2만4796건) 대비 1만183건이 감소했다.
당신사랑NH연금은 즉시연금 보다 더 많은 감소세를 보였다. 작년 대비 신계약 건수가 40만건 이상 줄었다. 이 상품은 올해 3분기 기준 신계약 건수는 12만9820건, 초회보험료 6922억원을 나타냈다. 전년(53만5692건, 1조7550억원) 보다 각각 75.77%(40만5872건), 60.56%(1조628억원) 급감했다.
농협생명 측은 “즉시연금의 경우 작년 2월에 비과세 혜택에 대한 규제가 많아지면서 가입이 하락한 것”이라며 “올해는 작년에 비해 유배당상품의 신계약 건수 및 초회보험료가 많이 줄었지만, 여타 생보사와 비교할 때 많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 실적이 줄었지만, 이는 자체적인 정책에 의한 추세가 아닌 고객의 선택”이라며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많다는 지적이 있지만, 향후 인위적으로 유배당연금보험의 판매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농협생명의 유배당상품의 실적이 지난 2년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업계에서는 나쁘지 않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주력상품 역할 수행 여전…농협생명, “향후 보장성 확대 나설 것”
지난 2012년 유배당상품을 주력상품으로 내세운 것이 현재까지 주효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실적이 작년말 대비 절반 가량으로 줄었지만, 경쟁사들의 유배당 판매 현황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 한마디로 작년말에 폭발적인 판매를 보인 이후 현재 안착되고 있다는 의미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농협생명이 지난 2012년 유배당상품을 주력상품으로 선보인 것은 업계에서 매우 독특한 행보였다”며 “대부분 생보사들이 연금저축보험을 제외하면 유배당상품을 출시하지 않는 가운데 농협생명의 유배당 연금보험은 그 자체적인 메리트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연간 10만건 이상 판매를 한 경우 메가 히트상품으로 평가한다”며 “올해 농협생명의 유배당연금보험은 즉시연금을 제외하더라도 30만건 이상을 판매, 실적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작년에 비과세 이슈 등으로 인해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배당상품의 행보가 업계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농협생명은 향후 유배당상품 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수익성 향상을 추구하는 업계 트렌드에 발맞춰 보장성상품을 강화,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여 상품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나선다는 의지다. 농협생명 측은 “그간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이 높아 이차손 우려 등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며 “이 같은 지적 및 수익성을 높이는 업계 트렌드에 맞춰 보장성보험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향후 생보업계 유배당보험 행보…연금저축 외 변화 없을 것
한편, 생보업계 전반적인 향후 새로운 유배당상품의 출시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세제 변화에 따른 고액계약자들의 니즈 하락 △이율 하락 등으로 유배당상품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생보사들이 연금저축을 제외하곤 상품 출시에 인색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생보업계의 유배당보험 수입보험료는 농협생명이 유배당연금보험을 출시한 FY2012(2012년 4월~ 2013년 3월)에 10조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14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생보업계 유배당계약 수입보험료는 5조9947억원으로 CY2013(2013년 4월~ 2013년 12월) 6조2165억원 보다 2218억원 줄었다. FY2012(10조613억원) 보다는 4조666억원 급감했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FY2012에 유배당보험의 수익보험료가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농협생명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며 “그러나 즉시연금에 대한 비과세 규제가 높아져 고액계약자들의 관련 니즈가 하락했고, 이자율이 50bp 이상 떨어지는 등 유배당상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저축성보험인 유배당보험에 대한 설계사들의 선호도가 현재 떨어진다”며 “유배당보험은 그 자체적인 메리트를 가지고 있지만 설계사 수수료가 보장성보험 보다 낮아 판매를 꺼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