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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금융 총체적 실패 딛고 서라”

김효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4-11-09 22:20

감독기구, 금융정책 및 감독 기능 분리해야
금융지주 해체 가속화…폐지 여부 갑론을박

[기획] “한국금융 총체적 실패 딛고 서라”
한국금융의 현재와 미래를 살피는 세미나가 5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세미나 내내 회의장에선 소리 없는 탄식이 들렸고 발표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김태준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은 “KB금융 내분 사태를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 금융산업에도 미래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억누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대식 한양대 교수는 “제발 누군가 나서 한국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금융계 사건사고와 관련해 최근 열린 몇몇 세미나의 분위기가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분노와 비판에 가까웠다면 이날은 절망과 체념의 단계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현재의 국내 금융산업은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온라인 및 모바일 금융의 확산으로 오프라인 환경 중심의 국내 금융사들의 생산성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는 성장의 발목을 잡고 지배구조체제에 따른 각종 금융사고도 속출했다.

한국금융연구회와 한국국제경제학회가 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한국금융의 쟁점과 향후 개혁 과제’ 세미나에선 “총체적인 실패”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한국금융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쏟아졌다.

◇ 감독기구체계 개편

김동원닫기김동원기사 모아보기 고려대 교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제시했다. 우선 그는 “금융정책기능을 분리해 기재부로 이관할 것”을 주장했다. 지난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가 금융위원회로 개편되면서 기재부에 있던 금융정책기능을 흡수했는데 이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현행 감독체계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정책과 감독 기능을 모두 맡아 금융위와금감원 간 갈등이 발생하고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제기된다”는 설명이다.

이어 “금융감독정책은 최종결정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를 독립적 합의제 위원회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밝히며 “금융감독위원회 산하에 위원회의 감독과 예산 통제를 받는 금융감독 집행 기구로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미시건전성 감독기구’와 소비자에 대한 영업행위 감독을 담당하는 ‘영업행위 감독기구’를 분리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금융감독 집행기구로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되 금융감독의 일관성 확보와 양 기구간의 원활한 조정 확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단일화하자”는 것이다.

특히 김 교수는 “현재 금융위원회는 금융위원회설치법상 ‘합의제 위원회’ 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독임제 장관’과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어 독립성확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감독조직체계 개편보다 중요한 점으로 감독기관의 조직문화를 꼽으며 직원들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교수의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의 분리 제안에 대해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구 내 조직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고 정책기능을 기재부에 이관하면 또 다시 조직 비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두 기능의 분리여부나 기재부의 역할조정 등은 장기적으로 논의가 필요하긴 하지만 당장은 소비자보호기구를 독립적으로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 장기·본질적인 규제개혁 필요

이날 세미나에선 금융당국의 규제개혁에 대한 아쉬운 평가가 이어지기도 했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했던 금융규제 개혁과 관련해 “굉장히 미시적이고 구체적”이라며 “좀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구 위원은 국내 금융개혁의 주요과제 중 하나로 개방정책을 꼽으며 “국내 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글로벌 자본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식 교수 역시 “금융당국이 1700여개 개혁과제 중 700여개를 개선했다고 하는데 하나씩 살펴보면 정말 마이너하고, 개선했다고 해도 금융계에선 여전히 규제나 간섭이 많다고 한다”고 평했다. 한편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와 관련해 최현자 서울대 교수는 “금융당국의 정의를 살펴보면 금융소비자들의 피해예방 및 피해구제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여기서 벗어나 소비자문제를 최소화하고 소비자들의 만족을 극대화 하는 모든 활동을 금융소비자보호로 정의하자”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소비자보호와 고객만족을 별개로 생각하고 고객만족에는 회사의 사활을 걸면서 소비자보호는 덤으로 해야 하는 일 정도로 여긴다”는 것이다. “고객만족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가장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바로 소비자 피해로 금융소비자보호는 금융고객만족의 출발”이라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 최소화, 정부의 금융소비자의 피해구제 강화 등의 노력과 더불어 금융소비자 역시 기본적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며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금융지주체제 해체론 재부각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사들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금융지주사를 해체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지주사를 존치시켜야할 적극적인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KJB(광주), KNB(경남),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됐고 산업은행과 SC, 씨티 등도 해체 예정인데다 최근 KB금융은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기로 결정해 실질적으로 지주사체제가 해체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금융지주사 체제의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금융지주체제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계열사 중 은행 비중이 너무 높아 겸업화라고 보기 어렵고 △임원겸직도 현실적으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11월 1일부터 개인신용정보의 영업 목적상 공유가 금지돼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공유 매력도 사라진데다 △유일하게 남은 명분인 해외진출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금융지배구조 개편방안으로 우선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금융기관 근무 이력제를 제시했다. “금융회사의 집행임원이나 감사가 되려는 자는 금융회사 근무경력 3년 이상의 자격조건을 요구하자”는 주장이다. “금융분야가 아닌 금융회사 근무경력”을 따지자는 것이다.

또한 금융로비스트 등록제와 다중대표소송 도입도 제안했다.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고 금융지주와 자회사에 책임을 지우자는 것이다. 거대 금산복합그룹 내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통제 강화 수단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의 필요성도 밝혔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지주 체제의 존폐와 관련해 “아직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보지도 못했고 최근엔 정보공유 제약 등으로 기반의 일부가 더 취약해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소유구조적 투명성 등 지주체제 존속 명분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체제운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내부구성원 암묵적 담합 존재

발표자들의 발제에 이어 열린 토론세션에서 김상조닫기김상조기사 모아보기 한성대 교수는 “현재 한국금융은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있고 사안에 따라, 업종에 따라 이유도 다양하다”며 “하지만 문제점과 대안제시들이 대부분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피기보단 하나의 만병통치약을 찾는 식”이라 비판했다.

또한 “조직 내부에 정보흐름을 왜곡하고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다수의 임직원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CEO와 내부구성원들 사이에 암묵적인 담합구조가 형성돼 금융사의 성과를 떨어뜨린다”고도 지적했다. 남기명 우리은행 부행장은 “32년 넘게 은행에 실무자로 근무하면서 한 번도 국내 은행이 잘한다는 소리 들은 적 없었지만 잘 견디며 국가경제에 기여해왔다”며 “지금과 같은 저금리 저성장 구조에서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금융이 실패했다고 하지만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며 “IMF의 금융부문평가(FSAP) 등 외국의 평가 그 어디에도 한국금융이 총체적인 실패라는 표현은 없다”고 말했다. 감독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지난 30년간 수많은 시스템을 실험해왔다. 시스템 고유의 문제도 있겠지만 감독이나 정치 등을 담당하는 사람의 문제가 더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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