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종경쟁률은 134.19대 1, 저평가매력으로 입소문
삼성SDS가 2014년 청약시장에 새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5, 6일 삼성SDS 공모주청약에 약 15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6일 일반청약을 진행하는 증권사 5곳의 청약을 최종 집계한 결과, 일반투자자 물량 121만9921주 모집에 1조6370만5580주의 청약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청약증거금은 15조5520억원이며, 최종경쟁률은 134.19대 1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청약규모인 삼성생명 19조2216억원에 못미쳤으나 청약경쟁률은 이보다 3배 넘게 높았다. 1조원대 규모의 공모에서 청약경쟁률이 100대 1을 돌파한 사례는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흥행면에서는 앞지른 것이다.
투자자들이 쌈짓돈을 열고 청약에 참여하는 이유는 공모가에 대한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지난달 27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수요예측에서 대박조짐이 감지됐다. 주당 희망공모가액 밴드는 150,000 ~ 190,000원. 최상위가격대인 19만원을 제시한 비율은 92.7%다. 최상단공모가에도 불구하고 청약경쟁율은 무려 651.5대 1에 육박한다. 분석력이 우수한 기관투자자들이 저평가에 대한 낌새를 채고 대거 몰려든 것이다.
금투협이 개설한 장외주식시장인 K-0TC의 삼성SDS 주가도 한몫했다. 청약일이 다가오면서 삼성SDS주가는 33만원~38만원대로 형성하고 있다. 단순히 계산하면 공모주배정을 받은 즉시 거의 50%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삼성SDS상장으로 인수관련증권사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먼저 이들의 인수수수료는 상장총매출 1조1600억원의 약 1%인 116억원이다. 인수물량에 비례한 금액을 수수료로 받는 구조로 대표주관사로 인수물량이 가장 많은 한국투자증권이 수수료도 약 31억원으로 가장 높다. 인수증권사로 상장물량의 18.5%를 인수한 삼성증권은 대략 22억원을 챙겼다. 반면 인수물량이 1.5%에 불과한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동부증권은 1억7000만원밖에 안된다.
청약증거금에 대한 이자는 덤이다. 자본시장법상 공모주 청약증거금은 환불일 전까지 한국증권금융에 전액을 예치해야 한다. 예치금리는 연 1.25% 수준으로 청약을 위해 예치한 3일 동안의 이자는 약 0.01%다. 이에 따라 8조28억원으로 가장 많은 청약증거금을 모은 한국투자증권은 사흘만에 약 8억원의 이자를 벌었다. 나머지 증권사도 △삼성증권 청약증거금 6조1500억원/ 이자 6억원 △신한금융투자 5481억원/ 이자 5400만원 △하나대투증권 4881억원/이자 4800만원 △동부증권3572억원/ 이자 3500만원을 챙길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관리 쪽으로 후광효과도 충분하다. 고객이 환불하기 전까지 청약증거금을 WM상품 쪽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등 신규고객을 확보할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 신규고객확보 기회, 증권가 목표주가도 ‘껑충’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권문규 센터장은 “높은 청약경쟁률로 넉넉치않게 배정을 받다보니 공모참여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상황”이라며 “다음달 제일모직 공모도 예정되어 있어 공모주우선배정혜택이 있는 하이일드펀드 쪽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권센터장은 또 “이들은 안전선호도가 높은 보수적 투자자로 시중에서 저금리로 시중자금이 갈 데가 없는 상황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안전한 공모주로 돈이 몰렸다”라며 “이들 투자성향에 맞춰 단기자금을 수시입출입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MMT(특정금전신탁) 쪽으로 권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청약증거금을 신규고객확보를 위한 포트폴리오재설계의 기회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증권 한상훈 압구정지점장은 “이번 이벤트로 공모주를 안해본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대안에 눈을 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며 “조만간 예정된 제일모직 공모에서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는 공모주투자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점장은 “보수적 투자자가 많아 원금보장형 ELB나 지수형 ELS쪽으로 권유하고 있다”라며 “ 이 같은 WM상품가입액에 비례해 최대 2억원까지 연3.5% 이자를 주는 특판RR도 인기가 높다”고 귀뜸했다.
한편 삼성SDS는 오는 14일 거래소에 입성한다. 최근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유안타증권은 50만원으로 공모가 대비 2.5배 수준으로 크게 올렸다. 하이투자증권, KTB투자증권은 각각 36만원, 35만원을 제시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이번 상장이 갖는 의미는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시 삼성SDS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 것”이라며 “앞으로 지배구조상 기업가치가 상승시켜야 하는 당위성이 주가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