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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폭력 대화? 완전 정반대!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4-09-24 22:29 최종수정 : 2014-09-24 22:36

[기자수첩] 비폭력 대화? 완전 정반대!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22일 오후와 23일 오전 이틀 연속으로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렀다가 방문을 거부당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김 행장이 ‘문전박대’를 당했다며 결국은 김 행장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는 논평이 미디어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문전박대’란 말이 무슨 뜻인가. 들어가기를 청한 사람에게 문 앞에서 푸대접하는 것이라는 게 사전적 뜻풀이의 하나다. 좀더 확장하면 ‘내쫓아 버릴 듯이 모질게 대함’이라고 풀이된다.

이 상황을 놓고 김 행장은 또 다시 대화를 하자면서 공문을 발송한 횟수와 노조 사무실에 들른 횟수를 일일이 설명하며 딱한 처지임을 호소했다. 이번에 문전에서 발길을 돌리기까지는 다섯 번이라고 했다.

김 행장이 은행 홍보조직을 통해 밝히고 설명하는 내용만 보면 대화를 해야지 대화조차 않으려는 노조는 도대체 무슨 배짱이냐고 비난을 받기 딱 좋다.

하지만 은행이 공식적으로 낸 보도자료 안에 현재 김 행장과 노조 사이의 대치국면이 어떤 성격인지 정답이 나와 있으니 어찌할 것인가.

김 행장은 “최근 노조 조합원 총회 참석직원에 대한 인사위원회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조기통합의 소신을 지키고자 전향적인 대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조기통합 여부는 대화 주제에서 뺐다.

○…대화는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 뿐 아니라 기본적 욕구충족이 일생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물들 사이에서도 협업과 공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이 학자들로부터 밝혀져 있다.

김 행장의 지속적인 공문 발송과 노조 사무실 방문 행보는 크게 보아 두 가지 포석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렇지 대화조차 하려 들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려 것이 그 하나요, 이 만큼이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보려 했으나 응하지 않으니 더 이상의 대화노력은 필요하지 않다는 정당성을 부여 받기 위한 명분축적용 행보, 둘 중 하나라는 추측이다.

24일 이 칼럼을 쓰는 기자에게 25일 은행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올지 모르겠다. 억측한 것 아니냐고? 노조 편향적인 것 아니냐고.

그런데 어쩔 것인가. 7월 초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조기통합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선언한 이후 별 대화도 없이 모든 것은 결정이 났다. 그 사이 대화로 해결하자고 공문을 보냈을지는 몰라도 지주사와 하나-외환은행 경영진과 이사회까지 조기통합하기로 모든 결정을 다 내렸다.

○…가장 기본적 사실은 2012년 2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외환은행 독립경영기간을 5년 동안 보장하기로 했던 합의된 약속이다. 이것을 파기하고 조기 통합이 불가피하니 꼭 해야겠다며 임원 회의와 이사회 결의까지 진행하는 동안 합의 위반임을 지적하는 노조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는 동시에 김 행장은 신분상 불이익과 근로조건 변동이 없을 테니 대화를 하자고 반복해서 종용했다. 부실 금융기관으로 사회와 경제 그리고 이해관계자에 막대한 심려를 끼친 경우에도 고용승계를 합의하는 경우는 많았다. 통 크게 끌어안아 피인수 금융회사 핵심인력과 고객을 끌고 가는 편이 훨씬 이롭고, 마찰 없이 인수합병하는 게 사회적 지지 확보, 그리고 그에 파생될 우호적 이미지 확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5년 뒤 대등합병 논의를 협의하자던 약조가 노사 합의만 인 것도 아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입회했고 사인함으로써 증인을 섰던 일이다. 가장 첫 약속을 뒤에 일어난 일 때문에 깰 때는 사전에 충분히 대화 했어야 한다. 끝장 토론, 무기한 합숙,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우리 사회에 알려진 지 얼마 안되지만 지지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비폭력 대화’란 게 있다. 관계를 유지한 가운데 나의 바램과 상대의 바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길을 찾기에 굉장히 유용하다는 까닭에서다. ‘관찰-욕구-느낌-부탁’의 단계를 상정한다는 비폭력대화의 중심원리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전하면서 부탁하기까지 인내와 이해를 전제로 한다. 그래야 윈-윈 관계가 가능하다는 깨달음에 기초한 전법이다.

이미 다 결정 난 사안이니 따르게 할 목적으로 마련한 대화 테이블은 결국 폭력일 뿐 대화가 아니며, 상대가 원하는 것과 동떨어진 것을 들어줄 테니 진짜 큰 것을 양보해야 하는 자리에서 마주하자고 부탁이 아닌 요구만 반복하는 것 역시 폭력이라고 ‘비폭력 대화’를 숭상하는 사람들은 지적할 것이 틀림 없다.

살벌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시간=기회비용’이 얼마나 소모될지 모르는데 언제 평화롭게 대화하자는 말이냐는 말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강압과 대화’ 양동작전은 지금까지 석달 이상 대한민국 금융명가 하나금융그룹, 더 좁게는 외환은행에서 파행의 골만 깊이 깊이 파들어 가기만 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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