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안타증권 총지분 53% 확보, 우량대주주변경에 따른 신용등급 무더기 상향
유안타증권이 대주주로 마침표를 찍은 동양증권이 새출발한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11일 제3자 유상증자지분에 대한 계약금(납부금액 10% 275억원)을 제외한 잔금(2475억원)을 납부했다. 애초 자회사를 통해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동양증권 지분 27.06%를 1250억원에 인수한 유안타증권은 유상증자지분(26.55%)까지 확보하면서 절반 이상의 지분(총 53.61%)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동양증권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이다.
경영진의 경우 최근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뽑힌 서명석 사장과 황웨이청 대만 유안타증권 국제경영부문 수석부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우량한 대주주로 바뀐 것에 대해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당장 신용등급이 크게 뛰어올랐다. 국내 Big3 신용평가사는 동양증권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3~4계단계씩 올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1일 동양증권 무보증채는 ‘BBB-’에서 ‘A-’로, 후순위채는 ‘BB+’에서 ‘BBB+’로 신용등급을 상향했다. 한국신용평가도 무보증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BB+’로 세 단계 상향 조정했다. 또 등급전망도 ‘부정적’에서’안정적’으로 바꿨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 13일 기존 `BBB-`에서 `A-`로,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국내 Big3 신용평가사 모두 신용등급을 대폭 상향하며, 부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셈이다.
이들 3대 신평사 모두 등급 상향의 주요 근거로는 유안타증권으로의 최대주주 변경으로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 유상증자 실행으로 자본적정성이 제고된 점, 유안타증권의 영업적/재무적 지원을 바탕으로 영업재개를 통한 사업기반 회복이 전망되는 점 등을 제시했다.
◇ IB 등 영업정상화 탄력, 아시아네트워크활용따른 시너지효과 기대
이번 신용등급상향을 계기로 영업정상화에 탄력이 붙었다는 평이다. 동양증권은 모그룹유동성위기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여파로 주력인 IB 쪽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포스코 등 회사채 인수주관사로 선정됐던 빅딜이 잇따라 무산되거나 연기됐다. IPO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3~4개 IPO주관사로 계약을 맺었으나 동양사태가 확산되면서 주관사를 바꾸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등 IB영업이 거의 올스톱됐다.
하지만 우량대주주변경에 따른 신용등급상향을 계기로 회사채 및 IPO의 인수주관이나 법인영업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동양증권은 조만간 IB 쪽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동양증권 고위 관계자는 “IB딜이라는 게 바로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며 보통 3개월에서 1년을 보고 영업을 한다”라며 “이미 지난 2월부터 새로운 신종금융상품, 서비스 등을 가지고 자금담당자를 계속 만나고 있으며 하반기엔 성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안타그룹의 아시아네트워크도 IB나 자산관리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유안타그룹은 대만에서 채권인수주관 1위다. 최근 대만의 기준금리가 약 1.8%로 우리나라 2.5%에 비해 낮은 것을 감안하면 더 저렴한 조달금리로 대만 채권의 물량을 확보하고 이를 국내기관투자자가 인수하도록 주선할 수 있다. 나아가 이 같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IB를 기관은 물론 거액자산가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 관계자는 “IT, 케미칼이 강한 대만의 특성상 이쪽 분야에 좋은 회사가 있으면 기관이나 VVIP고객에게 소개하는 쪽으로 차별화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며 “재간접펀드 설정을 통해 국내지점채널에서 판매하는 등 WM도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불씨로 남은 불완전판매 문제는 부담이다. 동양그룹의 회사채 투자피해자모임인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는 지난 10일 동양그룹 회사채기업어음(CP) 사기발행으로 피해를 봤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대상은 사기성상품을 발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동양그룹 계열사 전 대표이사 등뿐만 아니라 회사채, CP를 판매한 동양증권도 포함됐다.
이와함께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건은 약 2만여건으로 이 가운데 조사결과 불완전판매가 확실한 1600여건이 우선적으로 분쟁조정위원회로 넘겼다. 소송결과나 분쟁위조정결정에 따른 추가손실발생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동양증권은 불완전판매배상에 대비해 현재 약 940억원의 충당부채를 쌓아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효율성이 강화된데다, 불완전판매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방향이 잡혔다”라며 “지금 체질개선단계로 사업이 정상화되면서 수익성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