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손보업계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1분기 화재보험에서 입은 손실이 114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상보험에선 215억원의 손실을 봤다. 특히 해상보험은 손해율이 94%로 치솟아 평년수준(50~60%)을 크게 상회했다.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로는 화재와 해상이 각각 120.4%, 132.6%에 달할 정도로 악화됐다. 합산비율은 보험료에서 보험금과 사업비로 나간 돈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를 넘으면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는 의미다.
◇ 재산종합, 배상책임 등 기업성보험 손실 늘어
각 사별로는 삼성화재가 해상보험에서 57억원의 손실을 냈다. 손보업계의 해상보험 적자액이 급증한 배경에는 삼성화재의 손실이 한몫 했다. 최근 보험사고를 보면 고액 선박사고가 많은데 지난 2월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드릴쉽 화재가 결정타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화재에서 5억원, 해상에서 9억원의 손해를 봐 적자규모는 미미했지만 종합보험(패키지보험)에서 52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 보험은 재산종합위험, 기계위험, 휴업손해, 배상책임 등을 한 증권으로 담보하는 상품이라 건물·기기손실 외에 영업중지 손실도 보장하는 기업성보험이다. 지난 1~3월 현대해상은 유난히 큰 사고가 많았는데 현대미포조선 충돌사고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선박건조장 화재, DAP 안성공장 화재 등이 대표적이다.
동부화재는 화재보험에서 17억원을 손해 봤다. 2월에 발생한 계열사 동부대우전자의 광주 물류창고 화재를 비롯해 화재사고가 제법 발생한 것이 원인이다. 또 책임보험에서 11억원의 손실을 냈는데 세월호와 경주리조트의 배상책임보험도 보유하고 있어 2분기에는 적자폭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LIG손보의 경우는 종합선물세트 수준이다. 해상과 책임에서 각각 13억원, 종합보험에서 24억원의 손실을 냈다. 1분기 일반보험 합산비율도 100%를 넘어 전체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주요인은 지난 1월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GS칼텍스 원유부두 사고다. 그 밖에 메리츠화재는 해상과 종합에서 각각 -16억원, -31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손보는 화재, 해상, 종합에서 총 17억원을, MG손보는 10억원의 손실을 봤다.
◇ 재보험료 인상여부는 가을쯤에 윤곽
일반보험의 손실은 재보험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재보험 시장의 60% 이상을 보유한 코리안리는 1분기 합산비율이 102.2%(손해율 85.3%, 사업비율 16.9%)로 전년 동기보다 5.1%p 올랐다. 최근 5년간 코리안리의 합산비율이 100%를 넘었던 적은 태국홍수의 직격탄을 맞은 2011년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보험영업이익은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23억원 하락해 적자로 전환됐다. 세부적으로는 화재에서 -93억원, 해상은 -123억원이다. 다행히 투자영업이익 339억원이 손실을 메워 당기순이익은 134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다.
사고별 손해액을 보면 삼성중공업 드릴쉽 화재가 43억원, DAP 휴대폰 기판공장 화재 35억원, 현대미포조선 충돌사고 35억원, GS칼텍스 사고 25억원, 대우조선해양 Rig선 침몰에 22억원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와 해상종목에서 국내 계약건들의 고액사고가 늘어 전체적으로 손해율이 올랐다”며 “재보험요율 인상여부는 당장의 실적으로는 가늠하기 힘들고 가을쯤 가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