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말 생보사들의 RBC비율은 298.5%로 전분기(286.3%) 대비 12.2%p 상승했지만, 손보사들은 253.1%로 전분기(261.0%) 보다 7.9%p 하락했다. 업계 전체 평균은 283.3%로 양호한 수준이나, 일부는 금감원 권고수준인 150% 아래로 떨어져 증자 등 자본확충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
이에 저금리·저성장에 따른 RBC 하락으로 자본확충 부담을 안고 있는 보험사들은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에 기대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를 늦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금리 및 신용리스크 신뢰수준 상향조정은 지난해부터 계획됐으나 업계의 반발에 따라 적용시기가 지속적으로 미뤄져 왔다. 그러나 금감원은 오는 6월 적용시기를 비롯한 ‘재무건전성 개선 종합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 규제완화 기대, 적용시기 연기 요청
RBC제도는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 발생 시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책임준비금 외에 순자산을 추가로 보유토록 한 제도로 100% 미만시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계적인 적기시정 조치를 받게 된다. 최근 저금리 및 저성장 등 보험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악회됨에 따라 당국은 잠재부실을 막고 위기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RBC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금리리스크 및 신용리스크 신뢰수준 상향은 본래 올 하반기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보험업계는 부채시가평가 적용, 수익성 하락 등 RBC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어 적용 시기를 늦춰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 듀레이션 개선…생보 상승, 손보 완충
올 1월부터 적용된 금리연동형 상품의 듀레이션 산출방식 개선은 1분기 생보사들의 전반적인 RBC 비율 상승을 견인했다. RBC제도는 금리연동형 상품에 대해 공시이율이 최저보증이율 이하로 내려갈 경우 금리확정형 상품의 듀레이션을 적용하고 있는데, 최근 저금리 장기화로 공시이율이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어 듀레이션 증가로 RBC 변동성이 확대되는 문제에 따른 조치다.
금감원은 금리연동형상퓸 듀레이션을 기존 2단계에서 공시기준이율 및 최저보증이율 차이에 따라 10단계로 세분화해 변동성 폭을 줄였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금리위험액 등 요구자본이 5773억원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
반면 일반보험의 보험가격위험액 및 준비금위험액 산출을 위한 위험계수 신뢰수준 변경에 따라 손보업계는 전체적인 RBC 하락을 경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에 비해 듀레이션의 단계를 세분화함으로써 금리변화에 따른 변동성을 줄였다”며, “특히 기존 0.7~11.4의 듀레이션의 중간값이 5.35였던데 반해 단계가 세분화 되면서 전체적인 중간값이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부채듀레이션이 작아졌고 그만큼 금리위험액이 낮아져 생·손보업계 모두 RBC가 상승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손보사들은 이로인해 일반보험의 신뢰수준 상향으로 감소한 RBC 비율이 일정부분 완화됐으며,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생보사들은 상대적으로 RBC비율이 많이 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차(공시기준이율-최저보증이율)가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경계에 있던 회사들의 경우 듀레이션 변화가 커 상대적으로 다른 곳들에 비해 영향이 컸을 것”이라며, “다만 전반적으로 구분을 세분화해 금리변화에 따른 등락폭을 줄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변동성 폭을 줄일 수 있어 업계에 긍정적이지만 당장 자본확충을 통해 RBC를 끌어올려야 하는 보험사들로써는 당국의 규제에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금감원 업무 변경 변수
금감원은 내달 ‘재무건전성 개선 종합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사실상 진행이 더뎌질 가능성도 있다. 당초 업무설명회 자리에서 시행시기를 늦추는 방향이 유력한 것으로 이야기된데다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도 RBC규제시기를 늦추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최근 감독당국의 업무변동으로 인해 각 팀을 담당하고 있는 팀장급들이 아직까지 업무파악에 분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뢰수준 적용시기를 미루는 것은 아직까지 검토 중인 사항”이라며, “업무 변경에 따라 내용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