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범 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우리은행 인수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만약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에 성공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방카슈랑스 도입 때 보험업계가 반대급부로 요구했던 어슈어뱅크가 실제로 탄생하게 된다.
어슈어뱅크는 방카슈랑스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2003년 방카슈랑스가 시행되자 보험사도 은행업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거세지면서 부각됐다. 어슈어뱅크의 첫 단계는 보험사가 지급결제 등 은행기능의 일부를 갖는 것인데 지난달 4일 김수봉 보험개발원장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보험도 지급결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선언은 오너 경영체제이기에 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M&A 같은 굵직한 사안은 오너의 강한 의지가 없으면 추진되기 쉽지 않으며 임기를 가진 CEO 경영자가 시도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 또 교보생명의 경우는 금산분리에 반하지 않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자금력과 사금고화 논란이 난관으로 꼽힌다.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우리은행 지분 56.97%는 대략 5조9000억원, 매물로 지분 30%를 내놓는다면 3조원이 넘게 필요하다. 게다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으면 4조원을 호가한다. 현재 교보생명의 현금자산은 9월말 기준 1조1000억원 정도다.
아울러 은행은 공공성이 강하게 요구되는데 오너기업에 인수되면 사금고가 될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이는 생보업계 유일의 오너경영인을 가진 교보생명의 딜레마다. 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오너의 인수의지에 따라 M&A가 시작되면 궤도에 오르기까지의 업무추진이 빠를 것”이라며 “반대로 오너기업이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는 사금고화 논란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아직은 지방은행들이 정리 안 된 단계라 우리은행 패키지가 시장에 나오진 않았지만 교보생명의 행보는 충분히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