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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판매에서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차이란?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3-10-30 21:14 최종수정 : 2013-10-31 16:23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센터장

불완전판매에서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차이란?
판매사의 신뢰가 클수록 전문가나 일반인의 선택 차이 없어

국내 여러 금융회사들이 말레이시아의 1MDB라는 국영투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답니다. 1MDB가 여러 차례 발행한 채권을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일괄 인수해서 판매했는데, 국내 금융회사들이 그 채권에 투자한 총 금액이 무려 5억불(약 5,500억 원)에 이른답니다. 그런데 불완전판매라는 주장이 있답니다.

골드만삭스가 채권을 판매하면서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전문투자자들도 이럴 수도 있구나 싶으면서도 설마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들도 속절없이 불완전판매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소 의외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 사례를 일반투자자들의 불완전판매 사례와 비교해 보면 양자가 매우 유사합니다.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상품 측면입니다. 이는 다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예상 수익이 높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해당 채권은 같은 신용등급의 다른 채권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답니다. 현재 전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에서는 1%포인트의 위력이 상당했겠지요. 두 번째는 위험이 낮게 보여야 합니다.

이번 사례에서 1MDB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100% 소유한 회사인 만큼 지급보증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경제 규모가 세 번째 큰 나라이며, 말레이시아 국채의 신용등급은 A-로 높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대표적인 펀드 불완전판매 사건인 “우리파워인컴펀드” 소송에서 법원은 판매직원이 그 펀드가 대한민국 신용등급으로 고정금리 ‘5년 만기 국고채금리 +1.2%’ 수준의 수익금을 6년 동안 매 분기마다 확정적으로 지급하는 안전한 상품”라고 설명하여 해당 펀드가 고수익 상품으로서 안전하다는 점만 강조하였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둘째는 판매자 측면인데 역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그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얻을 이익입니다. 자기가 얻을 수익이 높을수록 열심히 판매하는 것은 당연지사겠지요. 이번 사례에서 골드만삭스는 채권 액면가의 약 10%를 수수료로 받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예외적으로 높은 수수료이지요. 일반투자자들에 대한 불완전판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 재무성 위촉으로 2002년에 영국의 중장기 소매금융시장을 살펴본 샌들러 보고서(Sandler Report)도 판매직원들이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보다는 수수료가 높은 펀드를 권유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고, 2009년에 나온 일본 금융감독청 보고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판매자의 외견상 신뢰성입니다. 최근에 골드만삭스는 2010년 7월에 5억 5천만 달러라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벌과금을 납부했고, 작년 3월에는 런던 법인에 근무하던 스미스(Greg Smith)가 골드만삭스에서 승진하는 지름길의 하나가 ‘고객에게 유동성도 떨어지고 설계도 복잡한 상품을 판매하기’였다고 폭로하였고, 최근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골드만삭스 등 13개 투자은행들과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 등이 신용파생상품시장에서 부당하게 공모했다는 의견서를 발표하기도 하는 등 명성에 일부 손상이 가기는 했지만, 아직도 전 세계의 금융업 종사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으로 우리 금융회사들의 투자결정에 세계 굴지의 “골드만삭스”라는 이름이 크게 작용했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겠지요. 국내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의 신뢰가 여전히 높습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금융회사, 특히 은행은 입사가 어려운 곳이어서 엘리트들만 모여 있다는 생각이 암암리에 퍼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통계를 보면 은행이 펀드 판매를 시작한 이후 펀드의 수탁고가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셋째는 투자자 측면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투자자가 스스로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한, 불완전판매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 가능성이 의문시됩니다.

이번 사례와 같이 금융회사들조차도 불완전판매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판인데, 일반투자자들이 아무리 금융지식과 자신감을 가진들 판매직원 권유의 잘잘못을 가려낼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투자 상품인 펀드만 해도 일반투자자들이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만 3,000개가 넘어서 하나에 10분씩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검토한다고 해도 20일이 더 걸립니다.

게다가 그 구조가 너무나 복잡합니다. “우리파워인컴펀드”의 경우 투자대상이 110개나 되는 복잡한 상품인데, 법원이 판매직원들조차도 해당 펀드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아니하여 그 특성이나 위험성을 이해하지도 못했다고 인정할 정도입니다. 심리학에서는 모든 정보를 고려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사람들이 한두 가지만을 기준으로 선택하거나 선택권을 포기한다고 합니다. 판매직원들의 권유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판매자에게 외견상 신뢰성이 있는 경우에는 사람들이 너무도 쉽게 그 말을 따르게 되는데, 이것은 의사나 항공기 기장 등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심지어 그냥 제복만 입은 사람들에게도 무의식적으로 복종하는 “권위에의 복종” 속성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판매 창구 앞에 의례 놓여 있는 자격증이 판매직원을 더욱 신뢰하게 만들기 마련입니다. 물론 판매회사도 그럴 요량으로 좁은 창구에 구태여 자격증을 전시하겠지요. 이번 사례에서는 골드만삭스의 명성도, “다른 사람 따라 하기”도 제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골드만삭스가 인수·판매하고 다른 금융회사 여럿이 투자한다는 사실이 또 다른 금융회사의 결정에 용기를 주었겠지요.

결국 일반투자자들의 불완전판매나 금융회사 등 전문투자자들의 불완전판매나 원인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제까지 일반투자자들에게 불완전판매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해 온 것이 아닐까요? “우리파워인컴펀드” 불완전판매 소송에서 법원은 투자자들이 과거에 전문적인 투자 경험이 없고, 예금이나 펀드 중에서도 국공채 MMF 등 안정적인 상품에만 주로 가입할 정도로 보수적 성향이 강한 투자자들이었으며, 판매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정부가 원금지급을 보장해 주는 국채와 같이 사실상 원금이 보장된다고 믿게 되어 이 사건 펀드에 가입하였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투자자들에게 인정한 배상액은 피해액의 절반도 되지 않는 40%에서 45% 수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례가 불완전판매로 귀결되더라도 이런 논리가 적용된다면 피해 금융회사들이 받게 될 배상액이 적어서 골머리 꽤나 앓게 되겠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직접 국내 금융회사들에게 채권을 판매한 것이 국내 지점을 통해서만 판매하도록 규정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번 사례와 관련된 이런 저런 문제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례를 고객에게만 보상을 받는 독립 자문업자가 왜 필요한지, 일반투자자에게 불완전판매 요건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지는 않았는지, 금융 감독에 행동경제학의 통찰을 적용할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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