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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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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9-08 18:01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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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 젊은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을 때 들은 말입니다. 중간 휴식시간에 기업의 교육담당자가 저에게 한 말입니다. 그 교육담당자도 입사한지 몇 년 되지 않은 젊은이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3년만 지나도 세대차이가 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의 말인즉슨, 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면 강의시간에 두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공부해야 마땅한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청춘’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교육에 몰입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눈은 강사를 바라보고 있지만 반응이 없이 멍하니 딴 생각을 하는 게 역력한가 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심하면 작심하고 의자에 기대어 잠을 청한다는 것이죠.

◇ 장군의 교훈

그의 말을 들으면서 저의 신입사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40년 전의 일입니다. 한 달 정도의 연수기간 동안 수많은 강사들이 연단에 올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뇌리에는 거짓말같이 딱 한사람만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석 교수님이 그 분입니다. 김 교수님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계시면서 우리들 세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분입니다. 90세를 훌쩍 넘기신 지금도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그분이 그때 우리 신입사원들에게 말씀하셨던 것을 저는 생생히 기억합니다.

“육군의 사령부에서 장군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강의 내용이 괜찮았던지 교육을 책임진 장군이 내게 강의를 한 번 더 해달라고 했습니다. 소위, 중위 같은 초급장교를 대상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똑같은 내용으로 강의를 또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장군들에게 강의할 때는 단 한사람도 조는 사람이 없었는데 초급 장교들은 조는 사람이 많더라는 사실입니다. 강의가 끝난 후 내가 교육을 주관한 장군에게 말했습니다. ‘이상합니다. 나이가 든 장군들이야말로 내 이야기에 귀기울일만한 게 별로 없기에 조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반대로 젊은 초급장교들은 팔팔하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될 것 같은데 거꾸로 젊은 사람들이 졸다니 말입니다’라고.

내 말을 듣고 장군이 내게 질문했습니다. ‘교수님, 젊은 장교들이 모두 졸았던 것은 아니죠?’, ‘물론, 모두 졸았던 것은 아닙니다.’ 내 대답이 끝나자 장군이 말했습니다. ‘교수님, 바로 그 점입니다. 초급 장교 중에서 졸지 않고 경청했던 사람이 나중에 장군이 되니까 당연히 장군들은 졸지를 않지요’라고.”

그분이 우리들에게 그런 말씀을 하신 걸 보면 그때의 우리네 신입사원들도 기성세대에게는 답답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똑 같은 느낌을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분이 우리들에게 그 에피소드를 들려준 것은 강의를 들으며 졸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그분 특유의 점잖은 유머로 완곡하게 꾸중하신 겁니다.

그런데 그게 꼭 신입사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이기는 하지만 강의태도가 나쁜 사람은 직급과 계층을 불문하고 있게 마련입니다. 아마도 그 장군들 중에서도 졸았던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눈을 뜨고 있었더라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가늠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었을 테고요.

‘여러가지 문제 연구소’라는 기발한 이름의 연구소를 운영하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소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즉, 자기가 강의하기 싫어하는 세 종류의 집단이 있는데 첫째가 사장들만 모여 있는 곳, 두 번째가 교수 집단, 세 번째가 공무원 집단이라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국장급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은 최악이라고 했고 과천 중앙공무원 교육원은 ‘강사들의 무덤’이라고 혹평했습니다(그의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중에서). 해박한 지식과 흥미진진한 언변으로 유익하고도 재미있게 강의하는 김 소장이 그 정도라면 다른 사람에게는 무덤 정도가 아니라 지옥일지도 모릅니다. 그의 의견에 꼭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집단, 그런 계층이라 하더라도 뭉뚱그려 매도할 만큼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 호기심이 없으면 늙은 것

예나 지금이나 삐딱한 사람은 있게 마련입니다. 교육뿐만 아니라 업무에 임하는 자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만큼 불성실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그 장군의 지적처럼 모든 초급장교가 졸은 것은 아니듯이, 모든 신입사원이 불성실하거나 딴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또한 모든 사장과 교수와 간부공무원이 그런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문제의 핵심이 바로 그것입니다. 싹수없는 젊은이나 호기심 없는 기성세대가 있는 반면에 두 눈 부릅뜨고 하나라도 더 배우며 제대로 성실히 일하려는 ‘눈 뜬’ 사람도 분명히 있다는 사실입니다. 장군의 해설처럼 결국은 ‘눈 뜬 사람’이 뭔가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신입사원이든 사장이든 간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호기심이 사라지면 늙은 것”이라 했습니다. 사무엘 울만(Samuel Ulman)은 저 유명한 ‘청춘(Youth)’이라는 시에서 “열정을 잃어버리면 영혼이 주름진다”고 했습니다. 아무쪼록 호기심을 갖기 바랍니다. 열정을 잃지 마세요. 그 것을 실천하는 첫 단계는 교육이든 업무든 두 눈 부릅뜨고 동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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