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젊은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을 때 들은 말입니다. 중간 휴식시간에 기업의 교육담당자가 저에게 한 말입니다. 그 교육담당자도 입사한지 몇 년 되지 않은 젊은이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3년만 지나도 세대차이가 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의 말인즉슨, 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면 강의시간에 두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공부해야 마땅한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청춘’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교육에 몰입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눈은 강사를 바라보고 있지만 반응이 없이 멍하니 딴 생각을 하는 게 역력한가 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심하면 작심하고 의자에 기대어 잠을 청한다는 것이죠.
◇ 장군의 교훈
그의 말을 들으면서 저의 신입사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40년 전의 일입니다. 한 달 정도의 연수기간 동안 수많은 강사들이 연단에 올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뇌리에는 거짓말같이 딱 한사람만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김형닫기

“육군의 사령부에서 장군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강의 내용이 괜찮았던지 교육을 책임진 장군이 내게 강의를 한 번 더 해달라고 했습니다. 소위, 중위 같은 초급장교를 대상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똑같은 내용으로 강의를 또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장군들에게 강의할 때는 단 한사람도 조는 사람이 없었는데 초급 장교들은 조는 사람이 많더라는 사실입니다. 강의가 끝난 후 내가 교육을 주관한 장군에게 말했습니다. ‘이상합니다. 나이가 든 장군들이야말로 내 이야기에 귀기울일만한 게 별로 없기에 조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반대로 젊은 초급장교들은 팔팔하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될 것 같은데 거꾸로 젊은 사람들이 졸다니 말입니다’라고.
내 말을 듣고 장군이 내게 질문했습니다. ‘교수님, 젊은 장교들이 모두 졸았던 것은 아니죠?’, ‘물론, 모두 졸았던 것은 아닙니다.’ 내 대답이 끝나자 장군이 말했습니다. ‘교수님, 바로 그 점입니다. 초급 장교 중에서 졸지 않고 경청했던 사람이 나중에 장군이 되니까 당연히 장군들은 졸지를 않지요’라고.”
그분이 우리들에게 그런 말씀을 하신 걸 보면 그때의 우리네 신입사원들도 기성세대에게는 답답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똑 같은 느낌을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분이 우리들에게 그 에피소드를 들려준 것은 강의를 들으며 졸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그분 특유의 점잖은 유머로 완곡하게 꾸중하신 겁니다.
그런데 그게 꼭 신입사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이기는 하지만 강의태도가 나쁜 사람은 직급과 계층을 불문하고 있게 마련입니다. 아마도 그 장군들 중에서도 졸았던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눈을 뜨고 있었더라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가늠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었을 테고요.
‘여러가지 문제 연구소’라는 기발한 이름의 연구소를 운영하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소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즉, 자기가 강의하기 싫어하는 세 종류의 집단이 있는데 첫째가 사장들만 모여 있는 곳, 두 번째가 교수 집단, 세 번째가 공무원 집단이라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국장급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은 최악이라고 했고 과천 중앙공무원 교육원은 ‘강사들의 무덤’이라고 혹평했습니다(그의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중에서). 해박한 지식과 흥미진진한 언변으로 유익하고도 재미있게 강의하는 김 소장이 그 정도라면 다른 사람에게는 무덤 정도가 아니라 지옥일지도 모릅니다. 그의 의견에 꼭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집단, 그런 계층이라 하더라도 뭉뚱그려 매도할 만큼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 호기심이 없으면 늙은 것
예나 지금이나 삐딱한 사람은 있게 마련입니다. 교육뿐만 아니라 업무에 임하는 자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만큼 불성실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그 장군의 지적처럼 모든 초급장교가 졸은 것은 아니듯이, 모든 신입사원이 불성실하거나 딴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또한 모든 사장과 교수와 간부공무원이 그런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문제의 핵심이 바로 그것입니다. 싹수없는 젊은이나 호기심 없는 기성세대가 있는 반면에 두 눈 부릅뜨고 하나라도 더 배우며 제대로 성실히 일하려는 ‘눈 뜬’ 사람도 분명히 있다는 사실입니다. 장군의 해설처럼 결국은 ‘눈 뜬 사람’이 뭔가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신입사원이든 사장이든 간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호기심이 사라지면 늙은 것”이라 했습니다. 사무엘 울만(Samuel Ulman)은 저 유명한 ‘청춘(Youth)’이라는 시에서 “열정을 잃어버리면 영혼이 주름진다”고 했습니다. 아무쪼록 호기심을 갖기 바랍니다. 열정을 잃지 마세요. 그 것을 실천하는 첫 단계는 교육이든 업무든 두 눈 부릅뜨고 동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