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치로 촉망받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글로벌시장의 발목을 잡는 천덕꾸러기로 변했다. 양적완화조기종료우려와 맞물리며 글로벌자금이 이들 나라에서 공격적으로 자금을 빼가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인도 주가(SENSEX 30)는 지난 24일 이후 10.1% 급락했다. 뒤늦게 한배를 탄 인도네시아 증시(DX)는 19일 -5.58%, 20일 -3.21%로 폭락하는 등 패닉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나라의 통화가치가 폭락하며 외환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통화가치를 보면 인도 루피와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지난 7월말 대비 각각 6.9%와 6.5%나 (달러대비)평가절하됐다. 반면 국가의 펀더멘탈평가척도인 이들 나라의 10년물 국채금리는 모두 거의 9%로 껑충 뛰었다. 최근이들 나라의 경상적자규모가 커지면서 과거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외환위기 가능성이 제기된 건 양적완화조기축소라는 글로벌자금이탈요인에다 경상수지적자확대 등에 따른 투자심리악화가 겹쳤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양적완화축소(tapering)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이탈, 선진국 유입’ 현상이 나타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본격화됐다.
지난 7월 이후 외국인은 인도증시에서 -8억330만달러, 인니증시에서 -3억90만달러를 순매도한 바 있다. 체력이 약해진 것도 부담이다. 인도·인도네시아 경제펀더멘탈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는 심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서 수출 및 내수경기 모두 둔화되고 있다. 이 같은 안팎의 요인이 겹치며 결국 외환보유고 소진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인들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의 위기조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휩쓸릴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유진투자증권 곽병렬 투자전략팀장은 “인도·인도네시아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국이고, 세계 7위의 외환보유국으로서 경제펀더멘탈이 양호하며 펀더멘털상 그 전염효과가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단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글로벌 자금흐름의 동반이탈 시 강도의 차이일 뿐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능성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