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증시는 하락, 환율은 선방
신흥국 위기에 휩싸여 계속 동반추락할까? 재평가의 계기가 될까?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시장의 급락하며 코스피도 동반추락할지 초긴장상태다. 이들 나라는 주가가 최근 10% 넘게 폭락했으며 미국 양적완화조기종료와 맞물리며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코스피의 경우 겉으론 이들 신흥국 위기에 따른 전염가능성의 영향권에 들었다. 코스피는 우려로 1900선이 무너졌다. 지난 21일에 1847p로 주저앉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하락폭이 이들 나라에 비해 크지않아 그 원인이 펀더멘탈이 아니라 투자심리악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국이다. 또 세계 7위의 외환보유국으로서 펀더멘탈이 양호하다.
위기설이 거론되는 나라에 크게 물린 것도 없다. 한국의 대 인도·인도네시아 수출의존도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각각 2.08%, 2.18%에 불과하다. 해외투자 의존도도 각각 3%, 1%로 미미한 수준이다. 최악의 경우 이들 나라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국내경제가 타격을 입을 만한 직접적인 전염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KDB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일부 이머징 국가들의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한국 증시도 조정을 받고 있으나 한국 금융시장은 차별화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외환시장의 동요가 거의 없다는 점이 긍정적인데, 원/달러 환율은 버냉키쇼크가 있었던 지난 6월의 고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환율이 치솟고 있는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고 말했다.
주가측면에서도 외환위기설이 거론되는 나라들에 비해 밸류에이션매력이 충분하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MSCI Korea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은 8.1배로 자금이탈에 취약한 신흥국인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 평균 11.4배에 비해 낮다. 실적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배제한 FY0(직전 회계연도) PER도 한국이 10.4배로 터키(10.2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즉 외환위기가 우려되는 이들 나라보다 주가가 10%~20% 싸다는 것이다.
◇ 밸류에이션매력, 글로벌자금 포트폴리오 재조정시 수혜 기대
이같은 차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동남아 국가에서 대규모 순매도에 나선 외인은 대조적으로 뱅가드펀드 벤치마크 변경이슈해소 시점인 7월 이후로 증시에서 순매수로 돌아섰다. 위기론이 피크를 쳤던 지난 21일 외국인들은 하루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1018억원을, 선물시장에서 1만2187계약을 매도하는 등 현선물을 동반매도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만에 현·선물시장에서 각각 1046억원, 3020계약을 사들이는 등 진정세다. NH투자증권 조성준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이머징시장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가진 국가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으로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서 이탈하더라도 이는 단기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신흥국 위기가능성보다 양적완화 조기종료 모멘텀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임은혜 연구원은 “미국 출구전략이 가져올 우려에서 국내 증시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신흥시장 내 차별화 양상으로 볼 때, 한국 증시의 과도한 조정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오히려 연초 이후, 기초체력 대비 과도한 저평가를 받던 한국증시 소외현상이 최근 들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