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장규모급증, 개인보다 기관비중 압도적으로 많아
한국형 헤지펀드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2월 운용사 9개, 펀드 12개, 총설정액 1490억원으로 출범한 한국형 헤지펀드는 2013년 6월말 현재 운용사 13개, 펀드 25개, 총 설정액 1조2122억원의 규모로 늘었다. 진입장벽이 완화되며 후발주자들도 헤지펀드시장에 노크하고 있다. 실제 자산운용사 진입기준은 종전 수탁고 10조원 이상의 종합자산운용사에서 모든 종합자산운용사와 수탁고 1조원 이상의 증권전문자산운용사로 범위가 확대됐다. 진입기준완화로 자격을 갖춘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경우 증권전문운용회사로서 처음으로 헤지펀드 운용인가를 취득, 지난 7월에 ‘트러스톤 탑건 코리아 롱숏’ 헤지펀드를 내놓았다. 출발 당시 설정액은 969억원. 시드머니는 대부분 기관자금으로불과 한 달도 안돼 그 규모가 1300억원으로 늘었다.
이미 싱가포르 현지법인이 운용하는 헤지펀드가 아시아 지역에 수익률 Top 10에 올랐고, 최근에 채권 중심으로 투자하고, 롱숏전략으로 ‘금리+알파’를 추구하는 채권혼합형펀드인 트러스톤다이나믹 코리아30펀드를 통해 헤지펀드 운용 경험이나 노하우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자회사방식의 증권사 진입요건도 기존 자기자본 1조원 이상에서 5000억원 이상으로, 투자자문사도 투자일임수탁고 5000억원 이상에서 2500억으로 그 규모가 절반 이상 낮아졌다. 이에 따라 진입자격을 갖춘 증권사는 10개사에서 23개사로, 자문사는 9개사에서 21개사로 대폭 확대됐으며 이들 회사들은 시장상황에 따라 헤지펀드시장진출을 모색중이다. 이밖에도 수익률 부진 등 이유로 연초 기존 헤지펀드를 청산했던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도 신규인력확보, 운용시스템정비를 통해 새로운 헤지펀드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 브레인자산운용 등 상위사업자 중심, 2015년 재도약 기대
외형의 성장에 비해 내용적 측면에서는 뒤쳐지는 상황이다. 한국형 헤지펀드시장의 경우 상위사업자 중심의 부익부빈익빈현상이 뚜렷하다. 실제 시장점유율(설정액 기준)의 경우 브레인, 삼성, 미래에셋, 트러스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상위 5개사가 약 84%에 달한다. 반면 나머지 9개사는 설정액 500억원, M/S 3% 미만 수준으로 대부분 설정초기의 시드머니(seed money:종잣돈)으로 운영되며 추가자금유입은 거의 없다.
특히 상위사업자 가운데 브레인자산운용의 약진이 눈에 띈다. 지난 3월 출시된 2호 헤지펀드인 태백의 경우 행정공정회가 2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설정액이 2568억원으로 1호 헤지펀드인 백두 2300억원을 합치면 압도적인 1위다. 브레인자산운용 관계자 “헤지펀드의 경우 월별 수익률에서 단 한차례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다”며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꾸준히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점에서 기관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형헤지펀드가 시장초기단계로 헤지펀드전략이 롱숏위주로 쏠려있는 것이 부담이다. 투자전략의 경우 총 26개의 펀드 가운데 19개가 롱숏(long-short)이다. 이를 자세히 보면 주식(펀더멘털) 롱숏이 13개로 절반을 차지하며, 채권 롱숏 4개, 퀀트 롱숏 2개 순이다. 롱숏 외에 멀티스트레티지(3개), 구조화(2개), 글로벌 매크로(1개), 이벤트 드리븐(1개) 등의 전략을 쓰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업이익변화를 중심인 롱숏이 기업분석위주로 리서치를 갖춘 국내 운용사들이 가장 잘하는 부문”이라며 “다른 전략은 리서치 역량이 떨어진데다, 전문인력도 마땅치않아 한국시장에서 롱숏 외에 다양한 전략을 쓰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업계에서는 트렉레코드가 쌓이는 오는 2015년이 한국형 헤지펀드의 재도약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참여시키려면 최소 3년 이상의 트렉레코드가 있어야 적극적으로 자금유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