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이 발딛고 선 낙관론의 근거는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의 평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2008년 선진국 금융위기 이후 외화유동성 때문에 곤욕을 치르면서 다시는 충격파가 커지지 않도록 개선시킨 효과를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낙관론에 쏠리는 게 부자연스럽지만은 않다. 그런데 일부 뜻 있는 전문가들은 “외화 유동성과 건전성 모두 개선된 것과 동시에 우리 경제의 기반과 금융여건이 나빠진 측면을 통찰하는 태도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 “미국 출구전략 여파 한국은 신흥국 중 양호”평가의 안과 밖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8일 저녁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최근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평가 내용을 유난히 강조했다. 최 원장이 인용한 모건스탠리 평가는 지난 13일 미국이 양적완화 기조에서 출구전략 구사로 돌아설 경우 나라별 대응력 관련 내용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한국 금융 부문이 외환보유액 3281억 달러에다 16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95.4%에 이르는 예대율 등 신흥국 가운데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이에 힘입어 “불필요한 불안의식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민간 전문가들 역시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펀더멘틀이 뚜렷하게 개선된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 만큼은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개선된 반면에 나빠진 면까지 아울러 통찰하는 안목이 필요한 때라는 견해를 얹는 손길 또한 단호한 편이다. 익명을 청한 한 민간연구기관 국제금융 전문가는 “외환보유고가 커지고 단기외채 비중이 줄어든 것은 그동안 노력한 보람일 수 있는 반면에 2008년 선진국 금융위기 때는 우리 경기가 좋았고 무역흑자도 많이 났던 때였던 반면, 지금은 지난해부터 저성장기가 지속됐고 무역수지 흑자 폭이 옅어졌다는 점에서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범정부 범당국의 지도와 금융계의 노력 덕에 개선시킨 지표로는 단기 충격에는 충분히 대비할 만 하지만 장기화하면 견딜 수 있는 지구력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걱정했다.
◇ 소폭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반복한다면 모를까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낸 ‘하반기 국제금융시장 7대 리스크’를 통해 잠재적 위험성이 결코 수그러들지 않았음을 지적했고 19일 마련한 국제금융포럼에선 해외 한국물의 신용위험이 최근 들어 상승하는 등 불안요인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신용도 등락에 따라 많이 물어야 하는 CDS(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은 국채 5년물의 경우 지난해 말 68bp로 안정감을 보였다가 올해 전반적으로 오른 뒤 지난 11~12일엔 90bp를 뛰어 넘어 있다가 13일 89bp에 이어 지난 18일 80%로 다시 하락했다. 더욱이 외평채 19년물 가산금리는 4월말 125bp에서 5월 22일 110bp로 떨어졌다가 13일엔 135bp로 다시 치솟은 점에도 눈길을 던졌다.
전문가들은 개선된 여건과 나빠진 여건을 종합했을 때 국지적인 위기국면이 짧게 펼쳐진다면 얼마든지 견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무역흑자가 흑자 폭이 옅어지긴 했어도 지속되고 있는 점을 높이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금융계 한 이코노미스트 말마따나 “미국이 벌써 5~6년째 견지했던 양적완화에서 물러나고 아베노믹스가 당초 원하지 않은 쪽으로 일본에겐 나쁜효과를 동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 자체가 국제금융여건의 대전환기에 진입했다는 징후”이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더 풍부한 대응만이 살길일지 모른다.
◇ 당국 경영지도 그 이상의 면역력 갖추는 건 금융계 몫
감독당국은 과도한 불안심리를 차단하면서도 지난해 이후 부쩍 늘어난 외국인 자금으로 비정상적 흐름을 이어온 채권시장 부문에서 걷잡을 수 없는 리스크가 돌출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 증권사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뒤 최악의 경우에도 이길 수 있는 대응체제를 갖추게 할 계획이다.
은행에도 위기국면을 빙자한 단기외채의 급속한 확대를 가로막을 것이며 기업들이 환율 급변동을 틈타 외화대출을 일으켜 환차익에 나서지 못하도록 자금용도를 제대로 따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시장불안을 부추김 없이 미리 대응하는 태세를 갖추도록 하는 조치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동시에 “5월 이후 커지고 있는 외국인의 국내 자본시장이탈 경향과 해외 한국물 신용 프리미엄 오름세를 볼 때 이미 위기 국면에 진입한 것을 상정한 비상한 대응체제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긴밀한 검토와 결단이 필요한 때”라는 경고를 함께 내놓는 시각이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부당국은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위험 대응의 컨트롤 타워가 되고 외화유동성 지원 태세를 갖추며 금융계는 안정성과 유동성을 늘리며 기업들 역시 국제금융 급변에 따른 내성을 기르는 재무전략이 필요하며 3자의 노력은 타이밍과 팀워크 모두 화음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