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이나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 사고가 나면 사법수사권이 없는 금융회사들이 소비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따른 사고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맹점에 대한 자구노력의 성격이 짙다. 개정 법안은 시행령 마무리 직후 공포를 거쳐 6개월 후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은행권은 특히 개정법안 맹점을 파고들어 사전 공모에 의한 범죄악용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불편이 크게 가중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전자금융거래 시 금융소비자 피해에 대해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4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전자거래 사고 시 고의·과실 입증 금융회사 몫
개정안은 ‘해킹(정보통신망 등에 침입해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한 접근매체의 이용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전자금융사업자 등이 이용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함’이라고 명시, 전자금융 사고 시 전자금융사업자(제3자를 위한 결제대행과 매매대금 예치,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을 관리하는 자) 및 금융회사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전자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회사는 이용자의 고의·중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금융회사는 모든 피해금액을 보상해야 한다. 또한 금융회사 및 전자금융업자는 정보기술 부문에 대한 계획을 매년 수립해 대표자의 확인·서명을 받아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하고 스스로 전자금융기반시설의 취약점을 분석·평가해 그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아직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은행권에서는 “수사권이 없는 금융회사에서 이용자의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전자금융거래법 시행 시 문제 소지가 있는 것들을 사전에 최소화하기 위한 공동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 면책조항 등 대응책 마련해 금융위에 제출 예정
A대형은행 한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통과로 이용자의 고의·중과실을 은행에서 입증해야 한다”며 “주위 사람들과 짜고 해킹을 가장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수사권이 없는 은행권에서는 이를 입증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했다.
또한 “전자금융 보안 강화를 위해 기존 고객의 이체한도를 줄이거나 기존에 쓰던 보안카드를 OTP카드로 바꾸기 위해 창구에 내점하는 등 일반 고객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에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각 은행 실무자들의 의견을 모아 시행령에 포함시킬 안건을 제출하라고 한 만큼 문제 소지가 있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관련 실무자들이 모여 논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연합회 한 관계자는 “아직 시행령논의에 포함시킬 안건들을 구체화하지 못했다”며 “각 은행 관련 실무 담당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금융위원회에 빨리 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실무 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소비자와 금융회사 모두에게 이로운 대응책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