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정부와 당국이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소비자 본인들에겐 자산관리 기대효과와 만족도가 급감하는 엉뚱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것은 정부와 당국이 소비자보호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금융소비자 제일주의 시대에 반쪽만 밀고 있는 실태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서도 유효한 담론이라고 칭할 만하다. 한국금융연수원이 지난 25일 일선 현장 고충을 토로할 세미나 멍석을 깔아 주자 은행권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호소한 것은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 알려주는 사례다. 현재 국내 금융사들의 PB시장은 치열한 것에 비해 차별화된 상품 또는 서비스가 없다보니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 고객들에게는 별 매력이 없는 실정이다.〈그림 참조〉
A시중은행 부장은 “은행의 경우 상품 범위가 넓은 것 같으면서도 각종 규제들로 인해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운을 뗐다.
◇ “안에서는 PB역량 강화, 밖에서는 규제 손질 하모니 이뤄져야”
그는 “지난 2010년 금감원에서 마련한 PB모범규준으로 PB는 자산관리, 상품제안과 같은 고유 업무만 할 수 있고 여신을 취급할 수 없다”며 “자산관리자라면 부채와 자산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현재 절름발이식 PB영업에 불만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해외 PB비즈니스의 경우 해외 상품 옵션의 범위가 더 많고 더 유연하다”며 “해외 투자자들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공급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처럼 은행 상품 서비스만으로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없다보니 은행과 증권사간의 협업모델이 나오지만 사실상 이 모델도 임직원간 정보교류 제한, 창구업무 겸임 금지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향후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글로벌 은행들과 공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B시중은행 부장 역시 “자산관리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인데 증권사의 경우는 채권, 투자상품, 해외채권 등 다양한 상품이 있는 반면 은행은 신탁이 있긴 해도 그 부분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투자상품을 다양하게 취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가 풀려야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고객들이 오로지 PB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심지어는 PB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때도 있다”며 “상품 제조 능력 뿐 아니라 고객을 선도할 수 있는 PB 역량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달리 규제 개선에 동감하면서도 국내 금융사들의 PB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언급하는 이들도 있었다.
◇ “투자개념으로 보고 좀 더 긴 안목 긴요”
C시중은행 부장은 “전체 은행 수익을 보면 PB부문은 1~2% 수준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고 고객 측면에서 보면 현재 국내 금융사들의 PB영업형태는 상품 종류와 수익률 등을 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궁극적으로 국내에서는 자문형 모델로 가야된다”고 주장하면서 “다만 전문성 문제와 우리나라 금융투자 관련 자문에 대한 비용 지불 의사 수준, 그리고 법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D시중은행 부장은 “PB비즈니스모델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되지만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색다른 견해를 내놨다. 그는 “일본의 경우 십년 가까이 적자를 보고 11년째부터 수익성이 좋아졌다”면서 “PB영업을 현재 투자개념으로 보고 좀 더 길게 보는 안목이 필요할 때”라고 제안했다. 이 같은 주장에 금감원 관계자는 “수익다변화 차원에서 불필요한 제도나 규제는 적극 개선해나가겠다”고 답변했다.
◇ 선진 시장, 유력 금융사들은 어떻게 하길래
금융계 일선 부서장들이 규제 개선 요구에 입을 모으는 이유는 시장규모와 상품 서비스 수준 모두 앞서 있는 선진 시장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산관리서비스를 키우는 것이 새 정부 국정 핵심목표 중 하나인 복지후생 증대에 기여하는 것이란 지적의 소리가 높다. 수수료 수익 모델 측면에서 미국은 직접 투자와 일임형 계좌 등 상품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 모델을 추구하고 있는 반면 아시아 및 한국은 무료투자자문을 통한 고객 직접 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투자자문을 제공한 후 별도 수수료를 받는 것에서도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자문 서비스는 상품 판매 수수료에 포함되어 있다는 인식이 크고 법적으로도 자문업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되어 있는 등 변수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