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97년보다 못한 은행국제화(상) 글로벌 구호는 요란 발걸음 ‘맴맴’](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30424223125124000fnimage_01.jpg&nmt=18)
그런데 은행들의 초국적화 지수(TNI)는 산업은행과 외환은행 정도만 10%를 웃돌 뿐 전체적으론 3.8%로 초라하다. 통 크게 지원하고 나섰는데도 은행이 제대로 못 따라가는 것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특히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 당시 255개였던 해외점포수가 2012년 139개로 줄어드는 등 외환위기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은행권과 일부 전문가들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획기적 지원책이라 치켜 세울 만한 게 별로 없고 새 정부 출범 이후 나온 것은 재탕, 삼탕 아니면 아직 구체적 내용 뒷받침 없이 주제만 잡아 놓은 것에 불과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원서비스 강화, 제도 개선 등 플랜만 제시해 놓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혜를 기대할 만한 방안은 등장하지 않은 채 전략과 비전 또한 해외진출 없이 미래는 없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심지어는 지원 방안 중 현지 감독당국의 협조를 이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은행들의 현지인가 절차 등 해외진출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독자 협의체(Supervisory College)를 정작 은행 관계자들에겐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대다수 은행 관계자들은 “인사 등으로 해당 담당자가 바뀌어 감독자 협의체를 모를 수도 있지만 보통 좋은 제도는 소 문이 나기 마련이다”며 “때문에 은행들이 서로 선정 대상이 되기 위해 선정 시기쯤 되면 관심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데 감독자 협의체의 경우 처음 들어본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 수혜 입을 은행들, 감독자 협의체 관심 뒷전 왜?
은행에 도움이 되는 것들은 너도나도 관심을 기울이고 동향을 살피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감독자협의체의 경우 지역의 정치·경제적 리스크와 법제도적 특수성을 파악하는 데 좋은 루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진출에 의욕적으로 나선 은행들이 모른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관심 밖이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은행권 관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A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감독자 협의체 뿐 아니라 금융감독당국이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자원책들이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중복되는 것들이 많다”며 또한 “당국은 이미 진출해 있는 나라들에 대한 정보 제공을 지금 늘리는 것 정도로 지원효과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8월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주요 진출국 중심의 집중 지원체계 도입 △해외 진출 금융회사의 애로·건의사항 해결 프로세스 개선 △해외 감독당국과의 협력 강화 △내실있는 해외진출 유도를 위한 평가제도 마련 등을 포함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지원서비스 강화’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해외진출 할 때 애로·건의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 개선방안을 찾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오고 있다. 또한 오는 5월 중으로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3개국의 금융시장/산업 구조, 인허가 및 영업 규제 등 감독제도 등 관련 정보를 집약한 종합 DB를 구축해 필요한 금융회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 금감원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3개국 종합DB 5월 오픈…효과는?
아울러 6월 말 또는 7월 초에는 금융회사 해외진출 경영사례 세미나를 업권별로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진출국의 종합 DB를 구축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이미 진출해 있는 나라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지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싹튼다.
B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미 진출해 있는 나라의 DB의 경우 새로운 정보까지 망라되더라도 대부분이 이미 입수 한 정보일 것”이라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의 경우 국내 금융회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이번 종합 DB제공 효과는 제한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진출하지 않은 나라의 정보를 제공해 국내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 “보여주기 식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로드맵 수립 나서야”
금융위원회도 지난 3월 ‘2013년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은행의 소규모 해외현지법인 인수 절차를 사전승인에서 사후보고로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제대로 시행한다면 될성부른 강소 금융회사 인수를 통해 현지 시장 진출 교두보 삼는 일이 부쩍 늘어날 수 있는 전환적 정책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총론적 평가와 조금 다르게 흐르고 있다. 4월 24일 현재까지 자산이든 자본이든 소규모 해외법인이 어느 선에서 그어질 것인지 구체적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의견수렴조차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해외진출 지원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구호의 톤에 비해 실행 노력은 제대로 뒷받침 되고 있지 않다고 볼 멘 표정만 지을 뿐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진출 경쟁에 나선 지 오래지만 여전히 국제화에 갈 길이 멀다는 점과 금융당국의 태도를 고려해봤 을 때 무작정 해외점포를 늘려 나가기보다는 무엇보다 연속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해외진출을 획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 는 구체적인 로드맵 수립에 착수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그렇다고 은행들이 채비를 다 마쳤다는 이야기는 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이나영 기자 l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