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료 인상이 무산되는 것으로 알려지자 상품변경, 보장축소 등을 내세워 암암리에 절판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절판이 관성이 된 보험영업현장에서는 보험료 인상이 소위 ‘꺼리’가 안 되면 보장변경을 꺼리로 삼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4월을 앞두고 보험료 인상이 연례행사였지만 올해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로 인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보험료로는 절판을 못하게 되자 상품 및 보장변경 등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손보험의 경우 지난해부터 이미 영업조직에선 인수한도를 완화하는 등 가입여력을 대폭 늘려왔으며 여타 보장성보험도 상품변경을 앞두고 보장이 변경된다는 식으로 절판에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금감원은 전 보험사에 절판마케팅을 엄중 조치하겠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전속채널에는 이 공문이 하달돼 관련교육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다. 손보사 한 지점장은 “지난달에 마케팅부서로부터 공문이 하달되면서 설계사들에게 관련교육을 시켰었다”며 “하지만 지금 같은 대목이 없기에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며 일부에선 절판이란 단어대신 ‘보장성 판매강화’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사실상 절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보사 관계자 역시 “영업의 경우 본사에선 큰 그림만 내려주고 나머지는 지역단 및 지점의 재량에 맡긴다”며 “영업은 환경에 맞춰 가야하다 보니 본사지침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모두 들여다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비전속채널은 절판마케팅 단속의 사각지대로 통한다. 에이플러스에셋, 글로벌금융판매 등 일부 대형 법인대리점(GA)은 제휴 보험사를 통해 공문을 받아 교육을 실시했지만 그 외 중소GA에는 이같은 교육이 전무하다. 또 문서가 아닌 구두로 절판이 지시되면 잡을 방법이 없다는 게 영업 관계자들의 공론이다. GA 관계자는 “비전속채널에서도 절판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절판을 안 하고 있는 설계사들은 동요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실적에 쫓기는 영업조직인 만큼 이런 유혹을 피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확인되지 않은 ‘설’들이 나돌기도 한다. 예를 들어 H사의 암보험과 L사의 간병보험은 보장이 축소된다는 등의 얘기다. 당연히 이들 보험사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다. H사 관계자는 “상품개발부서에서 그런 계획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보장축소는 보장성 강화라는 회사방침과도 정반대되는 얘기다”라고 밝혔다. L사 관계자 역시 “간병보험 보장을 축소할 방침은 없다”며 “특정사의 상품명이 거론되면서 보장축소라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가 나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