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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협회 ‘리스크맵’ 효과보다 부작용 더 커

원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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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1-17 00:52 최종수정 : 2013-08-17 03:03

지역별 사고·범죄·질병통계 ‘지자체 반발우려’
손보협회·금융위 “아직은 구상단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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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협회가 전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범죄, 질병 등을 지역별로 세분화한 ‘전국사고위험지도(이하 리스크맵)’ 제작을 추진하자 항간에선 갖가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여러 기관이 지역별 사고율, 발병률 통계를 발표했다가 지방자치단체들의 항의와 압력을 받은 적이 있는데다, 보험통계가 아닌 일반통계는 정밀함에서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손보협회와 금융위원회도 아직 구상단계일 뿐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란 입장이며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지역감정 ‘벌집’ 쑤시는 기폭제

손보협회에 따르면 공익사업부 사고예방팀에서 올해 중장기 사업계획의 일환으로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와 범죄, 질병을 지역별로 세분화해 알 수 있도록 한 리스크맵 제작이 추진된다.

손보협회 문재우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리스크맵 구축을 위해 올해 외국사례를 조사하고 주요 제공내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교통위험지역 및 교통사고 등 교통안전 정보, 화재정보, 산사태 등 자연재해위험 정보 등을 축적하는 등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스크맵은 동 단위 지역별로 교통사고 종류와 발생현황, 강력범죄 위험도, 질병빈도 등을 표시하는 시스템이다. 손보협회는 이를 통해 어느 지역에 어떤 위험성이 높은지를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고 개인이 대비하기 힘든 리스크를 체계화해 상품개발에 활용, 손보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계획이다. 리스크맵 제작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지목된 독일의 경우, 각 손보사들은 독일보험자협회(GDV)가 제공한 리스크맵을 활용해 재해보험 위험요율을 산출하고 있다.

이에 항간에선 리스크맵 제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선은 지역감정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어느 지역에 어떤 질병 혹은 범죄위험이 높다고 알려지면 사람들이 그 지역을 기피함에 따라 지역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지자체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정서가 정치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국내 여건상 이같은 위험통계는 금기시되는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예컨대 어느 지역의 암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면 당연히 그 지역의 주민들과 지자체는 반발하고 나설 것”이라며 “협회로선 오히려 지역감정이란 ‘벌집’을 건드리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리스크맵 같은 통계자료는 차라리 대내적으로 사용하는 게 낫다”며 “클릭 한번으로 공개된다면 지역별 비교가 이뤄질 것이고, 위험률이 높은 지역은 기피하게 되니 지자체가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작년 10월 질병관리본부가 1999~2008년 사이 전남 진도군의 간암발병률이 남성은 91.6명, 여성은 19.3명으로 전국평균의 1.5배나 된다고 밝히는 바람에 진도군이 극렬하게 반발한 적이 있다. 당시 진도에선 ‘간암이 많이 발생하는 도시’로 잘못 알려져 억울하다는 항의가 군청과 군내 보건소에 빗발쳤다.

질병관리본부 임영실 책임연구원은 “당시엔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회의원이 요청해 해당자료가 나갔을 뿐이지 보통 때는 자료외부반출이 안 된다”며 “요즘같이 개인정보보호가 강화된 상황에선 질병발생률 통계를 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이를 다른 기관과 공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보험개발원이 지난 2011년 9월,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자동차보험(대인배상Ⅰ) 시도별 사고현황’을 통해 사고율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을 발표하자 한동안 사고율이 높게 나타난 지자체의 항의전화로 몸살을 앓았었다.

금융당국에도 각 단체장과 지역구의원의 항의가 밀려들어 결국 보험개발원은 2010회계연도 이후로 지역별 자동차보험 사고율 집계를 중단했다. 보험개발원 박진호 홍보감사팀장은 “자료발표 때마다 지자체로부터 항의가 폭주해 업무에 마비가 생길 지경이었다”며 “금융당국에도 각 단체장 및 지역구의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일단은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통계 정밀성에도 문제 있어

손보협회는 리스크맵 제작에 경찰청, 행정안전부 등이 갖고 있는 사고관련통계를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정밀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교통사고의 경우, 도로교통공단 경찰DB에 따르면 인사사고는 2010년엔 22만6878건, 2011년엔 22만1711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 통계를 보면 인사사고는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만 105만8809건에 달한다. 집계수치의 차이가 이정도로 벌어지면 당연히 통계의 정밀성도 떨어진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경찰통계는 아무래도 인사사고나 대형사고 등 신고 된 사고만 집계하기 때문에 자동차보험 통계와는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며 “보다 정밀한 통계를 구축하려면 그만큼 방대한 자료가 집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지역별 교통사고 현황을 보다 정확하게 통계 내려면 인사사고 및 대형사고 위주의 경찰통계보다 보험통계가 더 적합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또한 다른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 보험통계로 지역별 교통사고 리스크맵을 만들면 이는 지역별 자동차보험료 차등화 문제와 연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협회의 리스크맵에 사용될 교통사고 현황자료가 보험통계가 아닌 경찰통계라면 정밀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그렇다고 보험통계를 썼다간 지역별 요율차등화 문제와 엮일 수 있기에 협회가 시도하긴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 손보협회·금융위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

손보협회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리스크맵은 중장기 프로젝트로 이제 연구용역 등을 내야할 단계라 아직 어떤 형태인지 결정되지 않았으며, 정부부처들과 협의를 계속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 각 부처에서 관할하는 통계를 집계해 지역별로 낸다는 것은 상당히 오랜 기간을 소요해야할 일”이라며 “협의과정에서 리스크맵이 어떻게 변화될 지는 아직 왈가왈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이 높게 나타난 지자체의 반발 등도 충분히 예상된다”며 “하지만 지역별 현황을 공개해야 개선의 여지가 있기에 지자체 차원에서 스스로 개선을 유도하려는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역시 확인결과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리스크맵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협회에다 확인해봤는데, 그냥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중장기적 플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간 논란도 예상되지만,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며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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