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날씨관련 보험 활성화 필요성 대두
지난 6일 보험연구원은 기상청과 함께 날씨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날씨보험의 현황 및 전망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날씨보험 활성화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기상청 및 국립기상 연구소, 금융위원회, 보험연구원 및 기상과 보험업계 관계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했으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날씨보험 전용 지수개발과 다양한 날씨보험 개발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립기상연구소 김백조 정책연구과장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액이 7942억원으로 이중 풍수해보험 등 날씨 관련보험 등으로 지급된 보상액은 478억원으로 전체의 6% 수준에 불과하다”며 “날씨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세계적으로도 지난해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444조원, 3700억 달러) 가운데 보험으로 보상을 받은 금액은 132조원(1100억달러)으로 전체 손실의 3분의 2가량을 개인 및 정부, 기업 등이 분담해 보험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 과장은 “산업별 날씨 위험 및 날씨의 변동성·시장성·적합성 등을 고려한 ‘한국형 날씨보험지수’를 개발하고, 기상재해의 구체적인 손해사정 기준과 메뉴얼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인식전환, 기상·보험 분야의 협력이 최우선 과제”
이상기후가 국가적 차원의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면서 기후조건에 민감한 농업은 물론 건설, 교통, 물류, 의류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영향을 미치면서 날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지만, 날씨보험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 조재린 연구위원은 “날씨리스크 헤징에 대한 각 경제주체의 인식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고객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상품의 부재와 날씨 관련 지수개발의 미비, 날씨 파생상품 업무 취급 제한 등으로 날씨보험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날씨지수 산출전문 기관 구축과 함께 고객니즈에 맞는 적합한 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보험회사와 기상사업자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날씨에 민감한 에너지, 관광, 제조, 유통 분야의 경우에도 이와 관련한 인식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다양한 홍보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 “날씨 파생상품 통해 자본시장으로 위험전가”
보험업계 및 학계는 날씨위험을 보험을 통해 그중에서도 날씨 파생상품을 통해 위험을 자본시장으로 전가해 헷지하는 방향에 무게를 뒀다.
보험연구원 황진태 연구위원은 “은행·증권의 경우 날씨 파생상품 판매허가를 받았음에도 시장성을 느끼지 못하고 소극적인 반면, 보험업계의 경우 설계사를 통한 푸시 마케팅으로 인식을 높이는 효과도 가능하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책적 검토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홍규 현대해상 교통기후안전연구소 팀장은 “날씨 파생상품은 시장이 있음에도 상품이 없고 보험사의 경우 상품을 만들 수 있음에도 접근할 수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며, “지수형 상품이 보험 구성원리에 위배된다며 규제되고 있어 파생상품개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수형이 허용되는 부분은 지수형으로 접근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파생상품으로 위험을 보장해 리스크를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자연재해보험을 유지하는 정부재원은 대재해채권 등 리스크전이 과정서 신용을 공여하는 방식으로 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며 “보험사에 날씨 파생상품 취급허용과 ‘한국형 날씨모델’ 등 적절한 지수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파생상품은 아직”
그러나 날씨 파생상품 판매에 대해 금융당국은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위원회 제종옥 사무관은 “날씨 파생상품의 경우 보험업법 개정 시에도 논의가 됐었으나 파생상품이란 자체가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고 투자자 개입 없이는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며 “지수형 날씨보험과 함께 투기성을 띄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판매되고 있는 날씨 보험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제 사무관은 “날씨관련 보험상품의 경우 상품판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과도하게 판매했을 때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기후 등 거대 자연재해는 대부분 보험금지급 사유에 해당하는데, 다른 보험상품과 같이 위험을 분산해 헷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재해는 동시에 엄청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어 “이러한 위험을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대부분 재보험을 통해 분산함으로써 보험사의 이익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제 사무관은 “실손형의 경우 모럴해저드 위험 해소가 불가능하고 지수형의 경우 파생상품 성향이 내재돼 피보험 초과이익으로 투기성을 가져 보험 측면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지수형과 실손형이 적당히 믹스된 형태의 상품개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손보업계 자체 TF 조직… 파생상품 필요성 건의
한편, 손보업계는 날씨 파생상품과 관련해 자체적인 TFT를 조직, 관련 내용 연구와 업계 의견을 모아 금융당국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9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날씨 파생상품과 관련한 TFT는 지난 7월말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의 건의로 조직됐으며,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등 상위 5개사와 보험연구원, 손해보험협회 등이 참여했다. TF는 날씨 파생상품을 보험사에 허용해달라는 제안과 관련해 담보시장 현황 조사와 함께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의 사례 분석 및 그 외 유렵을 포함한 보험사의 파생상품과 관련한 겸업업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업계는 지수형 날씨보험이 손해보험의 ‘실손보상 원칙’에 따른 추가이익 발생문제로 규제가 가해짐에 따라 날씨 파생상품으로 날씨 위험을 담보하겠다는 입장으로 관련 법규 개정에 대한 내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홍규 팀장은 “연구 및 논의가 이달 말, 늦어도 10월 중순까지는 마무리 될 것”이라며 “작업이 완료되면 날씨 파생상품 운영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까지 포함해 업계 공동의견으로 협회를 통해 금감원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제한됐던 보험사의 파생상품 판매 허용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