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곳 가운데 1곳 적자, 어닝쇼크로 속앓이
증권사가 어닝쇼크에 휩싸였다. 순익이 반토막넘게 악화됐으며 채권 외에 수익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증권사 1분기(2012년 4월~6월) 실적을 보면 증권사의 전체순이익은 216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766억원 감소(△72.7%)했다. 이에 따라 1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0.5%로 전년동기(2.1%) 대비 1.6%p 하락했다. 증권사의 수익원은 크게 브로커리지, 트레이딩, 자산관리, IB로 나눠진다. 1분기 실적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이들 수익원 모두가 실적악화에 늪에 빠졌던 것이다.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증시급등락으로 결정타를 맞은 브로커리지의 경우 수수료수입이 5390억원이 (△37.2%)가 줄었다. 이는 브로커리지의 원천인 주식거래대금이 같은기간571.9조원에서 386.1조원으로 185.8조원(△32.5%)로 급락한 탓이다.
다른 때라면 브로커리지 부진을 커버했던 자산관리부문도 수익이 1060억원에서 46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트레이딩부문의 경우 주식관련 손실이 같은 기간 -370억원에서 -4120억원으로 무려 -375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나마 채권부문에서 이익이 발생, 한숨을 돌렸다. 채권관련손익은 1조3910억원으로 같은기간 9620억원 대비 약 44.6% 증가했다. 이는 국고채 평균금리(3년물)가 3.50%(‘12.4월) → 3.38%(’12.5월) → 3.29%(‘12.6월)로 하락하면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관련평가익은 4290억원 증가(44.6%)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3곳 가운데 1곳은 적자를 입었다. 규모별로 보면 대형IB자격을 충족한 대형사의 순익은 삼성증권 3590억원 대우증권 2180억원 우리투자증권 1230억원 한국투자증권 1850억원 현대증권 4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순익 1위인 삼성증권도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순익이 50% 이상 대폭 감소하는 등 대부분 실적부진에 시달렸다. 수익원다각화가 미진, 브로커리지에 의존하는 중소형증권사의 수익성 악화가 심했다. 적자규모를 보면 유진투자증권 651억원 리딩투자증권 167억원 SK증권 60억원 한화투자증권 51억원 한화증권 44억원 교보증권 44억원 순이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매도가능금융자산 등에서 대규모 손실발생이 발생했으며 그 평가손실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 실적부진 고착, 리테일발 구조조정 확대 가능성 고조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같은 증권사의 실적부진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박은준 연구원은 “최근 실적악화는 증권업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과거같으면 1분기 실적이 바닥을 치고 턴어라운드했으나 전방위수익원의 부진으로 오는 2, 3분기에도 실적이 계단식모습을 나타내며 추세적으로 오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증시대기자금이 여전히 풍부한 만큼 실적이 바닥을 쳤다는 반론도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박선호 연구위원은 “실적의 핵심인 거래대금은 시가총액×회전율로 산출된다”라며 “거래대금은 급락했으나 거래회전율을 높일 증시대기자금은 이와 비례해 줄어들지 않은 만큼 펀드, 자문형랩, ELS처럼 투자의 계기가 마련되면 반전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는 실적악화가 확인된 만큼 사업구조재편 등에 효율성강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 거래대금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리테일지점의 경우 미래에셋증권이 99개에서 79개로, 메리츠종금증권은 32개에서 20개로 통폐합에 나선 상황이다. 때문에 리테일에서 시작된 통폐합바람이 본사인력개편에도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대금은 반토막나고 수익성악화는 현실화됐는데, 임직원수는 증시활황기인 2007년 수준과 비슷하다”며 “구조조정을 쉬쉬하고 있지만 달라진 시장환경에 맞춰 인력재편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 ‘12.6월말 증권회사 재무·손익현황(잠정) 〉
(단위 : 십억원)
(자료: 금융감독원)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