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월 일평균거래대금 1986억원으로 최대
주식선물시장에 햇살이 비치고 있다. 문을 연지 4년만이다. 특히 파생시장의 규제의 칼바람 속에서 주식선물의 성과는 도드라진다.
실제 ‘기본예탁금제 확대’같은 파생시장의 강도높은 규제속에도 주식선물은 거래량이 붙는 추세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개별주식선물시장의 거래량은 지난해 8월, 9월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높은 증시변동성의 영향으로 일평균 40만 계약 수준으로 늘었다.
최근 2000p 돌파로 증시가 안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은 일평균 30만 계약에 달한다. 특히 최근 3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968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기간동안 ELW예탁금상향, 옵션거래승수상향같은 파생시장 규제의 강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선물의 성장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외형뿐 아니라 내용도 긍정적이다.
장기투자의 바로미터인 미결제약정은 지난 2월말 70만계약을 돌파하며 오름세다. 같은 기간 USD선물 60만계약, 3년 국채선물 18만계약, KOSPI200 지수선물 13만계약. 장기보유포지션이 많다는 점에서 주식선물이 큰손들의 장기투자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증권 이호상 연구위원은 “주식선물 미결제 포지션을 장기 보유하는 투자수요가 많다는 것은 개별주식선물 시장이 탄탄한 수요 위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월물간 차익거래인 스프레드거래의 증가도 이를 뒷받침한다. 초창기 개별주식선물은 스프레드 거래가 거의 없어 롤오버(포지션의 이월)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에서 총24만계약(4000억원 규모)의 스프레드거래가 뒤따르면서 장기투자수요는 점점 느는 추세다.
◇ 종목제한 부담 불균형성장도 우려
주식선물을 향한 헤지펀드의 러브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출범한 한국형헤지펀드의 경우 금융주공매도금지로 운용에 제약을 받는 상황. 이들 헤지펀드의 주요 운용전략은 고평가된 주식을 팔고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롱숏전략임을 감안하면 금융주대상인 숏거래의 개별주식선물 쪽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KDB대우증권 심상범 AI팀장은 “롱숏전략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인덱스바스켓종목전체를 사고 팔아야 하는데, 자금부담으로 현실상 어렵다”며 “하지만 개별주식선물은 규모가 작은데다 금융주도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정된 거래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문가들은 걸림돌로 종목제한에 따른 시장의 불균형을 꼽고 있다. 한화증권 이호상 연구위원은 “주식선물의 기초자산인 주식의 경우 업종 배분이 고르지도 못하고 업종대표 종목이 빠져있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이 시작된 지금이 개별주식선물 종목 확대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동양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주식선물의 거래가 늘었으나 개별주식옵션시장의 위축으로 절름발이나 다름없다”며 “거래량도 우리금융지주, 하이닉스, 두산인프라코어 등 3~4개 종목에 쏠리는 상황에서, 개별주식옵션시장 성장이 뒤따르지 않으면 차익거래자체가 원천봉쇄돼 주식선물시장이 정체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