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매수수료 체계 개선… 지급체계 이원화
판매수수료 체계 개선안의 궁극적인 목적은 보험계약자들에게 지급하는 해약환급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동안 저축성보험은 조기 해약시 해약환급금이 원금에 훨씬 못 미쳐 소비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판매수수료의 선지급 체계의 문제에서 비롯되는데, 국내 보험회사의 경우 판매수수료를 유지보수 없이 판매보수만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을 판매초기에 선지급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보험계약 수수료 선지급률은 89.1%로 영국(44.4%)이나 미국(37.2%)과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보험설계사들이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중 80~90% 정도를 계약체결 첫해에 지급받음에 따라 보험계약에 대한 유지와 관리에 소홀해지고 결국 수수료만 챙기고 보험사를 옮겨 고아계약을 양산하는 일명 ‘철새설계사’ 문제가 업계에 고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위원회는 판매수수료 지급체계를 기존에 판매보수 100%에서 판매보수(70%)와 유지보수(30%)로 이원화시켜 90%에 육박했던 선지급률을 첫해에 70%정도 수준으로 낮추고 나머지 30%는 6년에 걸쳐 나눠받게 했다. 판매수수료 개념에 보험계약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보수 뿐 아니라 판매한 계약에 대한 유지서비스에 대한 보수 개념을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해약시 공제하는 금액을 판매수수료 전액에서 판매수수료의 70%로 변경함으로써 해약환급금도 증가하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해약했을 때 기존 해약환급률이 46%였던 것에 반해 개정안이 시행되면, 1년 경과 시점에서 해약해도 60%정도의 해약환급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계약자의 만족도를 향상시켜 불필요한 계약 해지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보험소비자가 초기계약 해지시 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 규모는 연간 약 37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 설계사 소득감소분…보험사가 보전
금융당국은 수수료 체계 개선에 따른 설계사의 수익 감소분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는 우수설계사의 이탈을 막고 고아계약을 축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으로 분석된다. 선지급 판매수수료가 70%로 축소되면 설계사들은 평균적으로 계약 초년도에 11% 정도의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험사들이 소득 감소분의 60~70%를 보존하기로 했다.
또한 유지보수금으로 지속적인 소득이 들어옴에 따라 설계사 소득 안정화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보험사가 설계사의 소득 감소분을 보전해 줌에 따라 우수한 설계사를 잃지 않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 질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설계사의 소득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보험모집인들은 보험사를 이직하는 이유로 ‘선지급 제도’, ‘수수료 수준’, ‘수당환수제도’ 등의 경제적인 요인을 꼽아 보험사들이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방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철새설계사 줄여… 전문인력 양성 필요
최근 독립채널이 활성화됨에 따라 설계사 이동이 잦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데, 전문가들은 판매수수료 선지급 관행을 주된 원인중 하나로 꼽는다. 과도한 선지급 관행이 판매초기에 높은 수입에 현혹된 설계사들의 이직을 촉발시켜 정착률을 낮추고, 잦은 이동에 따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FY2010 기준 13개월차 설계사 정착률은 평균적으로 34.5%에 불과해 1년 안에 설계사 10명 중 6명이 계약자를 등지고 떠난 셈이다. 보험회사별로도 최대 65.7%에서 최저 12.4%에 이르는 등 편차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회사는 판매수수료를 선지급한 후 계약이 일정기간 유지되지 못하고 해약될 경우 판매수수료를 환수하는 조치를 두고 있지만 설계사가 이직하거나 대리점 폐업 시 이미 지급한 선지급금의 환수가 어려워 상당부분이 미환수 상태로 남아있는 상태다.
미환수된 수수료는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보험회사와 소비자가 분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남게 된다.
또한 여기서 유발되는 분쟁과 소송들로 보험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여론과 이미지를 형성시킴에 따라 소비자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통해 설계사 이직이 줄고, 수입이 안정화되면 관리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고아계약’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설계사가 보험사를 옮겨도 다른 설계사가 해당 계약을 넘겨받아 잘 관리하면 유지수수료를 대신 받을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됐다. 금융당국은 근속연수와 계약실적 등이 일정 수준을 넘는 설계사들에게 고아계약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해 고아계약을 줄이고 계약의 부실화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계약 유지·관리 강화로 보험산업 이미지 제고
현재 우리나라의 보험계약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초기 해약률이 매우 높아 1년 후 유지율은 81.2%로 미국에 비해 약 10%p 낮으며, 3년 후 유지율은 미국과 영국이 각각 73.1%, 60.6%인데 반해 54.4%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계약기간이 장기인 저축성보험의 경우 계약후 7년이 지나야 해약시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계약 체결 후 4~5년 내에 약 50%이상의 계약자가 해약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4년경과 시점의 환급률도 평균적으로 약 90%(저축성)~60%(보장성) 수준으로 나타나 보험해지로 인한 계약자들의 자산 손실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보험계약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설계사가 계약유지를 위해 계약체결 단계부터 완전판매 노력을 기울이게 돼 불완전 판매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판매자에 대한 이미지 제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설계사들의 소득을 안정화시키고 보험회사의 재정안정을 통해 보험판매업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전문판매자 신규 유입도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 보험사 책임 강화 과제…소비자중심 체제로 정비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더해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보험사들의 책임의식을 높여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설계사들을 앞세우거나 책임을 전가 할 것이 아니라 보험 주체로서의 책임 의식을 강화해 보험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산업이 복잡·다양화되고 대형화됨에 따라 소비자보호 문제는 일부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제도 개선 역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소비자중심’ 체제의 정비를 통해 보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대시켜 궁극적으로 업계 전반의 지속성장의 토대 마련과 보험산업의 긍정적인 발달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경과기간별 납입보험료 대비 환급률 예시 〉
(단위 : %)
해약시기 1년 2년 3년 5년 7년 10년
현행 46.0 74.1 85.0 96.5 104.4 112.3
개선 59.4 79.7 88.0 97.4 104.4 112.3
* 연금보험 월 50만원, 10년납입 기준 (자료 : 금융위원회)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