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는 보험료 산출의 기준이 되는 경험생명표와 표준이율 변동분 등을 반영해 4월경 보험료를 조정한다. 특히 올해는 제7차 경험생명표가 적용돼 보험료 변동폭이 더 크다. 경험생명표는 각 연령별 기대 수명을 산출해 반영하는데 3년에 한 번씩 변경된다. 이에 보험업계를 비롯해 GA등 대리점들도 2월부터 ‘보험료 인상 임박’ 등 자극적인 문구로 절판마케팅을 벌이는 것. 하지만 4월에 보험료가 조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우선 금융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과 이것의 기반이 되는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이 아직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자료들이 제공된다고 해도 보험료 조정까지는 긴 시일이 소요된다.
실제로 지난 2009년에도 2월부터 올해와 유사한 형태의 절판마케팅이 횡행했지만,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에 들어간 것은 10월, 늦은 회사는 12월말이 돼서야 보험료를 올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절판마케팅효과를 많이 보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시기를 늦추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당시에도 금융감독원이 12월까지 마무리 하도록 지침이 없었다면 해를 넘겨서라도 절판마케팅이 계속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7차 경험생명표는 최종 연령이 남자는 110세, 여자는 112세로 높아진다. 사망률이 낮아지는 만큼 종신보험료는 저렴해지고, 연금보험료는 인상된다. 암보험과 입원비 보장 등과 같은 질병보험 역시 위험률 상승과 함께 보험료는 오르게 된다.
경험생명표와 함께 표준이율도 변경된다. 표준이율은 보험사들이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는 기준이율로 금감원이 국고채 수익률 등을 반영해 산출하는데, 금감원은 오는 4월부터 표준이율을 기존 4%에서 3.75%로 0.25%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이는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된다.
금융감독원은 4월 이전까지 참조위험률을 확정해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3월중에 제공한다고 해도 보험료 인상은 하반기나 돼야 이뤄지게 된다. 보험사들은 참조위험률에 각사 위험률 등을 반영해 보험료를 결정하는데, 이 작업이 적게는 3개월 많게는 5개월까지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편 보험사들의 절판마케팅이 단기적인 실적 증가에는 이로울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보험사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과열 경쟁, 프레스 영업으로 인한 불완전판매로 불이익을 당하기 십상이다. 또 보험사들 입장에서도 손해율 악화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 보험료 인상과 함께, 보장한도를 자기부담금의 100%까지 보장하던 것에서 90% 보장으로 축소되면서 손보사들은 절판마케팅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았다. 그 결과 단기간 계약을 끌어모으는데는 성공했지만 손해율이 위험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해마다 반복되는 보험업계의 근시안적인 영업형태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의 일정수준 제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