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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금융그룹 미래비전 시야 이탈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2-01-04 22:32

비현실적 과제 대신 현실주의 전환 긍정적
주요과제 반복·강조 그치며 목표의식 실종
당면 현안과제 집중 불구 미래상은 추상화

국내 5대금융그룹 회장들이 지난 2일 일제히 신년사를 공개한 결과 절박한 현실에 착목하려는 긍정성과 명료한 목표와 구상으로 조직을 추동하려는 비전경영 의지는 대거 후퇴하는 양상을 빚었다. 비전과 목표 제시를 가장 구체적이고 면밀하게 제시한 CEO상으로는 이팔성 회장이 돋보인다.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은 지난해 이미 ‘아시아 탑10 글로벌 탑50’ 비전의 달성 연도보다 구체적으로 수행해야할 현안 과제에 집중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이 회장은 △원스톱 금융솔루션 제공과 ‘원 두’혁신을 중심으로 수익성 강화 △자산클린화 완료 △총자산 400조원 시대 개막과 성장기조 유지 △비은행부문의 획기적 성장 △해외진출 확대 적극 추진 △민영화 연내 달성을 위한 최선의 노력 등 6대 과제를 꼽았다.

400조원 자산시대 이익 마진을 0.1%만 높여도 4000억원의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자산성장 기조를 이어 총자산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설정이다.

또한 비은행 획기적 강화와 민영화 완수와 같은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목표 설정과 더불어 자산클린화를 강조해 현실성과 균형감을 꾀한 의도가 역력했다. 가장 방대한 분량으로 눈길을 끈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이 비록 비은행 M&A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과 해외진출 강화를 밝히긴 했지만 핵심과제로는 다시 생산성 제고와 경영효율성 극대화에 집중됐다. 어 회장은 PB(프라이빗뱅크) 등 특정직군에 실적에 따른 성과보상체계 도입의도를 설명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제적 리스크관리 쳬계, 시너지 마케팅 역량 극대화, 포트폴리오 최적화 등 올드 버전 과제가 재강조된 반면 스마트금융시장 선점과 부동산 종합자산관리서비스, 기업금융 강화를 통한 ‘토탈 금융 솔루션’ 등의 새 과제를 함께 제시했다.

비은행 시장지배력 강화와 M&A 병행론이나 해외시장진출 관심은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은 전략목표를 ‘새로운 진화 2012’로 삼음으로써 미래를 위한 포석과 역량 축적에 주력할 뜻을 분명히 했다. 3대 과제 가운데 따뜻한 금융의 지속 추진을 뺀 두 가지 만이 전략 포지셔닝을 읽을 단서를 제공했지만 내실성장 담론의 강조에 머물렀을 뿐 전략 수준의 슬로건이나 목표로 보기는 어렵다. 한 회장은 첫째 경영과제로 ‘견고한 조직 역량 확보’를 꼽았다. 저성장 기조 타개책이자 위기대응책이다.

둘째로는 융·복합 경영에 박차를 가하자고 주문했다. 내부 역량의 유기적 결합과 외부 네트워크 활용모색을 통해 성장동력을 모색하겠다는 취지가 부각됐다. 실물경제와 금융업의 저성장이 지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서는 조직 진화 속도가 기업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이 이채롭다.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국내 리딩금융그룹을 넘어 ‘글로벌 탑 50’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견인불발의 굳건한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글로벌 매니지먼트 역량 강화를 집중 부각했다. 5대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명징한 목표 제시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특히 “글로벌시장이야말로 하나금융그룹이 퍼스트 무버(Mover)가 될 수 있는 시장”으로 규정했다. “해외 네트워크 규모가 경쟁그룹 대비 열세이지만 관리역량만은 앞서 있다”며 구체적이고 장기적 추진전략 입안과 실행을 다짐했다.

외환은행 노조를 자극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당면 M&A관련 언급은 피하면서도 글로벌 시장 경쟁력 선점의지를 밝힘으로써 외환은행 인수 필요성을 간접 강조한 셈이다. 5대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심플한 신년사로 한 해를 연 산은금융지주 강만수 회장은 거창한 비전 제시 대신에 △민영화 추진 △글로벌 성장기반 확대 △금융혁신의 선도 △강한 KDB그룹 문화 형성 등에 힘을 쏟겠다는 현안과제 집중의지를 강조했다.

‘파이오니어적 성장’을 꾸준히 추진하자고 강조한 것이 그나마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구성원의 역량 결집이 중요하고 지속가능성장과 경영과제 수행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 ‘비전 경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비전이나 경영 목표에 진전이 있으면 이를 역량 재결집 및 혁신 피로 해소를 꾀하는 계기로서 ‘퍼포먼스 경영’을 구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구체적이고 머리와 가슴에서 선명히 떠올릴 수 있는 비전 제시나 각 경영과제 달성 단계별 퍼포먼스 등 동기부여책 집행에는 둔감한 실정이어서 조직 운영의 일체감 및 활력 제고에 취약한 실정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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