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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 de-marketing ‘딜레마’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1-08-22 00:06

대출 수수료 할인행사 축소 등으로 이용실적 감소세
카드시장 성장률 제한 조치로 순이익 전망 불투명
우량고객 중심 리마케팅(re-marketing) 강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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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즈 규제 정책으로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카드론 수수료 할인마케팅 등 이벤트 행사 등을 축소하면서 최근 카드대출 실적이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카드대출 마저 정부의 제한 조치로 이용실적이 크게 줄어 카드사들의 향후 순이익 전망이 불투명하게 됐다.” A카드사 고위 관계자

“금융당국이 카드시장 성장률을 일정비율로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카드사입장에서는 카드사용 실적이 전혀 없는 고객 가운데 잠재부실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퇴출시키는 디마케팅을 실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B카드사 리스크관리 임원

“이미 본업인 신용판매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마케팅 과열 현상이 지속돼왔다. 본업에서 수익을 낼 수 없다 보니 카드사들이 수익성이 좋은 카드론 등 카드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선제적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초강수가 불가피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금융당국의 레버리지(총자산/자기자본) 규제 정책 도입 등 고강도 정책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카드사들은 디마케팅(de-marketingㆍ판매 억제) 체제로 전환하면서 향후 수익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일단 그동안 출혈 경쟁을 마다않던 카드사들이 영업 일선에 현금서비스 수수료 할인 행사를 축소하는 등 카드대출 자산 증가를 억제하는 등 보수적 영업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 같은 영업전략 수정으로 인해 카드사들은 향후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카드사들은 지출비용을 줄이는 자구책으로 무이자 할부서비스 행사를 줄이는 한편, 잠재 부실 가능성이 높은 카드회원에 대한 퇴출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 강도 높은 카드대출 규제 효과 보나

지난달 금융당국은 예상보다 강도 높은 신용카드 규제책을 마련, 발표했다. 특히 문제시됐던 카드론에 대해서는 5% 성장률 제한이라는 강력한 규제정책을 내놓았다. 가계부채 규모가 800조원을 돌파하고 특히 카드사간 경쟁에 따른 카드론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카드시장이 가계 부실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카드론 난발에 따른 대출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카드 자산별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와 함께 성장률 제한 조치로 카드대출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 방침에 따르면 연간 카드대출 자산 증가율과 신용카드 이용한도 증가율은 5% 선으로 제한되고, 마케팅 비용 증가율 역시 12%대에서 억제했으며, 신용카드 신규 발급 증가율도 연간 3%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등 카드대출 자산은 19.1% 증가했고, 개인회원 이용한도 증가율은 10.2%였다. 신용카드 수는 11.5% 늘었고 마케팅 비용 증가율은 무려 30.4%에 달했다. 카드업계 처지에서는 전방위적인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카드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수수료 할인 이벤트행사를 축소하는 한편, 과거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대출금을 연체한 적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이용 한도를 줄이고 있다.

◇ 일부 카드사 카드론 성장세 꺾였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일부 전업카드사들의 카드론 증가세가 진정됐다.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한, KB국민, 삼성카드 3사의 카드론 실적은 3조5166억원으로 1분기(3조7149억원)보다 5.3% 줄어들었다. 전년 동기(3조6142억원)에 비해서도 2.7% 감소했다.

이는 각 카드사들이 올 들어 카드론이 가계부실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카드대출을 자제한 결과로 풀이된다. 카드사별 카드론 규모는 신한카드 1조5700억원, KB국민카드 1조1222억원, 삼성카드 8244억원순이었다. 삼성카드의 카드론 감소률이 가장 두드러졌다. 삼성카드의 올 2분기 카드론은 1분기보다 29.9% 감소했으며 전년 동기대비로도 24.5%가량 줄었다.

KB국민카드는 전분기대비 6% 증가했으나 전년 동기대비 5.7% 감소해 올 들어 카드론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선제 대응한 측면이 크다”며 “당분간 이 같은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카드론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리스크 측면에서도 별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한카드의 경우 전분기 대비 7.8%, 전년 동기대비 17.9%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카드대출 자산 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상반기 카드론이 약간 증가했다고 해도 당국이 (카드대출 자산 증가율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인 ‘지난해 실적대비 연 5% 가량’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비용절감 위한 자구책 무이자 할부와 수수료 할인 행사 ‘축소’

사실 카드사들이 카드대출 영업을 강화했던 것은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돼 신용판매로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2007년 8월부터 작년 4월까지 중소가맹점을 중심으로 총 4차례 카드 결제 수수료를 인하했다.

특히 지난 3월엔 정부 주도로 체크카드의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절반가량 내렸다. 이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입이 매년 2000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여신금융협회는 추정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으로 카드 결제 수수료가 여러 차례 인하되자 카드사들이 본업(本業)인 카드 결제 사업(신용판매)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대출 영업에 치중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달 또다시 고강도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카드사들은 어쩔 수 없이 대출자산 축소에 나서게 된 것이다. 다만 가맹점 수수료가 잇따라 인하되면서 더 이상은 신용판매로 수익을 거두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카드대출마저 축소해 하반기 순이익 전망이 불투명해져 울상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무이자할부서비스나 카드대출 수수료 인하 등 이벤트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나섰다. 예컨대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를 남발하면서 지난해 할부결제 금액이 76조7000억원으로 1년 새 10조원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3개월 무이자 할부를 할 경우 조달 금리 등을 감안하면 카드사가 연 1.5~2.0%에 해당하는 이자를 비용으로 떠안는다”며 “이 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이자 할부 마케팅을 축소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 위해 카드사들이 쓴 마케팅 비용만 1년 새 30.4% 늘어나기도 했다.

◇ 부가서비스 사용 기준도 대폭 강화

하지만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규제 정책에 따라 무수익 자산을 줄여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는 한편 부가서비스 사용기준을 대폭 강화해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8월 22일 현재 체크카드 부가서비스 축소 계획을 밝힌 곳은 총 5곳. 전업계 카드사보다 체크카드 비중이 큰 은행계 카드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은행의 ‘우리V체크카드’다. 〈표 참조〉

이 카드 소지고객에게 3개월 동안 30만원을 쓰면 주던 혜택을 올 10월부터는 직전 달에 20만원 이상 써야만 받을 수 있도록 조정했다. 신한카드도 체크카드 부가서비스 축소 검토에 착수했다. 카드사들이 앞 다퉈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려는 이유는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낮아졌기 때문.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수수료 인하가 수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 아는데, 카드사들이 시위하듯이 즉각적으로 혜택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드사들은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기보다는 비용을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KB국민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우량 자산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재편을 고려하고 있다. 리스크 자산을 줄여 자본 확충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6~7등급을 포함해 그레이존(Gray Zone)에 속해있는 자산 비중을 축소하거나 최하위등급에 대한 디마케팅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롯데카드 등 일부 전업사는 무수익 자산을 줄여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수익성 있는 일반 영업에서 자산을 줄이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법인 물품대금 결제나 구매전용카드 등 수수료가 없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 상품 규모를 줄여 전체적인 자산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아직 유예기간이 있어 여러 가지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무수익 자산이 몸집을 키우기 위한 상품이었던 만큼 줄인다고 해도 수익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하반기 카드사들의 순이익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일부 카드사들이 ‘돈 안되는’ 고객들에 대한 부대서비스를 줄이려는 분위기”라며 “고객 서비스를 카드사용 실적에 따라 차별화하는 ‘소극적 디마케팅’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회원을 과감히 정리하는 디마케팅(de-marketing)과 우량고객 비중 및 충성도(로열티)를 높이려는 리마케팅(re-marketing)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이 같은 다마케팅 행태에 고객들의 불만도 높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들은 “고객을 유치할 때는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워 카드발급을 유도해 놓고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고객을 기만하는 행동”이라며 “고객들의 부가서비스 축소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 디마케팅 : 기업들이 자사 상품에 대한 특정 고객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임으로써 적절한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 기법. 2000년도 이후로는 금융기관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돈 안되는’고객을 밀어내는 활동을 비롯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모든 유형의 마케팅 전략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 카드사들 체크카드 부가서비스 축소 예고 〉
                                                                            (자료 : 각 카드사)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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