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연장 합의 소식의 핵심은 매매 가격을 유지하고 론스타가 상반기 순이익을 포함해 추가 중간 배당을 받아가는 조건이다. 매각에 반대해 온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은 둘째 치더라도 이같은 핵심 조건은 금융계 안에서 다양한 견해를 자아냈다.
견해차는 지난해 11월 당시와 같은 주당 1만 4250원에 약 51%의 지분을 모두 4조 6888억원에 사기로 하면서도 론스타가 추가 배당을 챙겨가는 것이 적정한가 여부를 둘러싼 관점차이에서 비롯한다. 가장 선명한 반대론자 외환은행 노조는 “배당을 허용하는 만큼 매매 가격 인상을 보장한 것이므로 굴욕적 협상”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 주당 장부가치 어깨나란, 2분기 말엔 1만 5천원대
반면에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매매계약 연장 여부가 최종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론적 견지에서 최소한의 코멘트”라는 전제 아래 “배당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의 고유 권한이라 누구라도 침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매계약 연장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주가가 떨어진 상황인데 배당을 않고 내부 유보로 쌓는다면 시장가격인 주가와 괴리만 커지기 때문에 그 또한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일정 수준의 배당을 막을 권리도, 명분도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주당 장부가치가 매매 계약보다 높다면 배당을 문제 삼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외환은행 주당 장부가치는 1분기 말 현재 1만 4200원으로 하나금융이 지난해 11월 맺은 매매 가격과 불과 50원 차이다. 외환은행 주가는 지난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약 1만 3000원 안팎에서 8일 증시에선 110원 또 떨어진 9250원으로 3750원 정도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서 하나금융은 진퇴 모두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시장 가격대로 값을 치르자면 5000원 가까이 싼 값에 외환은행 주식을 사들일 수 있고 ‘매매 지연에 따라 배당을 챙겨 가고 싶다면 주당 매매가격을 깎자’고 요구할 권리가 하나금융엔 당연히 있지만 결코 호재일 수만은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아울러 그는 “설사 보도내용대로 6개월 연장에 합의하더라도 법원의 판결 등이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을 정당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지 않고 어쨌든 시간이 흐를수록 주당 장부가치는 현재 매매가격보다 올라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중간 배당을 원하는 론스타가 유리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 매매계약 유지 가능성 낮다는 시각 두터워지는 까닭
주가와 주당장부가치 그리고 매매가격 사이의 함수관계 속에서 하나금융의 선택은 어느 쪽이든 쉽지 않다. 가격 인하 카드를 내밀자니 론스타의 계약파기 선호심리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고 가격을 유지하면서 중간배당을 후하게 챙겨가도록 합의해 준다면 매매가격 상승에 따른 재무적, 사회적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미 세후 기준으로 투자원금 만큼 회수한 론스타 입장에서는, 현대건설 매매차익을 반영한 외환은행 연간 순익 규모가 1조 8000억원을 넘보고 있어 하나금융과 계약 연장에 목을 맬 이유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IBK투자증권 이혁재 애널리스트는 이 때문에 더욱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하는 ‘플랜B’ 입안과 가동을 적극 고려할 만 하다”고 다시 제기했다.
사법기구 판단과 그에 따른 리스크가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끌려다니는 협상을 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타개책을 모색하는 편이 긍정적이라는 주장이다.
교보증권 황석규 애널리스트는 매매가격 유지와 론스타의 중간배당 허용을 뼈대로 한 협상안이 사실이라면 이는 론스타가 얻은 것이 많은 계약연장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하나금융 주식 매수를 추천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협상 장기화 과정에서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어떤 묘수를 펼쳐 낼지 금융경제계 눈길은 여전히 쏠려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