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은행지주회사의 추가적 대형합병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제적 자본적정성 규제가 논의되는 가운데 국내 은행지주사들은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우려도 따라 붙었다. 이처럼 남다른 시각은 지난 18일 한국금융연구센터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마련한 정책심포지엄 ‘금융지주회사 10년:미완의 실험’에 주제 발표자로 나온 주진형 J&C컴퍼니 대표가 제시했다.
◇ 사실상 차입인수 또는 최저지분 인수 대형화 ‘허울’ 지적
주진형 대표는 대형화 과정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대형화 과정에서 지주회사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2002년 지주사 체제를 출범한 신한금융지주가 2003년 조흥은행을 인수할 때가 처음이었고 이어 우리금융지주가 2004년 LG투자증권을 인수합병 할 때와 신한지주가 2006년 LG카드를 인수할 때 말고는 대형 합병에 쓰임새는 적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들 대형합병 모두 지주사 제도의 허점을 활용, 차입 등의 저렴한 돈으로 덩치를 키우는 수단화 했다는 점에서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신한지주는 조흥은행 인수 때 상환우선주로 1조 7000억원과 전환상환우선주 발행으로 1조원을 조달했고 상환우선주는 4.04%의 낮은 금리로 예금보험공사에 지급됐던 사실을 떠올렸다. 주 대표는 “신종자본증권 제도가 도입되자 마자 상환우선주라는 새로운 수단으로 BIS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피해서 조흥은행을 인수했”으며 “그 후 신한지주는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번 돈으로 예보와 국내기관투자가에게 발행한 상환우선주를 갚았다”고 살폈다.
따라서 그는 겉으로는 유상증자를 통한 기업인수지만 실질적으로는 차입에 의한 인수(LBO)였다는 주장을 폈다. 이어 이 LG카드 인수 때 동원한 자금 5조 7000억원 중 약 2조 9000억원에 이르는 상환우선주는 BIS 규제 상 보완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한 신종자본증권 요건을 갖춤으로써 또 한 번 보통주 증자없이, 출자비율 하락 없이 LG카드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제도상 맹점에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활용도 돋보였던 M&A 사례
그는 은행지주사인 우리금융이 LG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우리증권과 합병했던 사례에 대해서도 최저지분요건을 이용해 적은 돈으로 비은행 자회사 확대에 나선 사례로 꼽았다. “단순히 확장 경영을 위해서가 아니라 금융지주회사체제 하에서 은행과 겸업을 추구하기 위해 증권사를 인수했다면 그 겸업에 의한 시너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증권자회사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 역시 부정적으로 봤다.
아울러 그는 최근 연장노력 성사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매매계약과 관련해서도 “850원의 배당을 감안하면 약 17%의 프리미엄을 지불한 1만 4250원에 체결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지배주주가 갖고 있는 지분만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하고 나머지 주주들을 방치하는 일은 국제적 관례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하나은행으로부터 1조 9000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외환은행 인수 자금으로 쓰겠다고 했던 발표 역시 2008년 말 하나금융지주가 회사채로 발행한 자금으로 간주할 수 있는 등 재무구조와 자본조달 불투명성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주 대표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시도를 포함해 지주사 제도 도입 이후 이미 이뤄졌거나 시도되고 있는 대형인수합병을 놓고 “차입에 의한 인수 및 일부 지분 인수를 통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희생한 몸집 불기기 등의 수단으로 쓰였다”고 혹평했다.
◇ 자회사 경영 너무 개입&모르거나, 자본규제 느슨 등 우려
나아가 금융지주사 경영효율성과 자본규제 투명성의 훼손도 크게 우려했다. 그는 “(지주사가) 일상적인 경영 현안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아니면 운영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중요한 사항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며 효율성에 의문을 표했다.
또한 “주력자회사인 은행에는 BISⅡ를 적용하는 데 반해 지주회사에는 BISⅠ을적용하고 있으며 지주회사 공시만을 보아서는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자금관계가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고 논박했다. 나아가 “은행지주사 보통주 비율이 낮은 것을 방치하고 신종자본 인정기준을 너무 느슨하게 적용하고, 실제로 자본완충 역할에 의심을 받는 후순위채에 의한 보완자본 비율이 높도록 방치한 것은 앞으로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로 이어졌다.
◇ 대형화 모범 호주 캐나다에서 배우고 겸업화 제대로 추진을
주 대표는 지금까지 불명확했던 대형화와 겸업화 효과를 살리기 위한 정책적 전환 필요성을 역설했다. 먼저 대형화와 합병에 대한 정책적 틀을 명시적으로 갖출 것을 요청했다. 각각 4대 은행그룹과 5대 은행그룹이 지배하는 호주와 캐나다의 경우에도 시장지배력이 30% 넘는 곳을 허용하지 않은 것처럼 대형화를 해도 특정 그룹 지배력이 지나치게 높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폈다.
아울러 KB금융지주를 뺀 3대 은행지주회사 모두 대형 증권사를 갖고 있어 겸업화가 진척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에 빠지지 말고 겸업과 겸직에 관련된 규제정책을 대폭 손질하고 기업금융이나 투자은행업 경업과 식견이 부족한 상업은행 출신 인사들이 그룹 경영을 독식하는 시스템도 뛰어 넘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 밖에 그는 은행지주사에 적용하고 있는 BISⅠ 자본규제의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동시에 국제적으로 논의가 진행중인 체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 규제책으로 BISⅢ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BISⅢ 자본비율 위주로 감독체제의 전환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목했다.
〈 지주사 제도 활용한 불완전 대형화 비판 논지 〉
※ 주진형, ‘금융지주회사 10년 성과와 과제’ 내용 발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