쭑 우리금융매각으로 합병론 재점화
잠잠하던 우리투자증권의 합병론이 다시 불붙었다.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가 조만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디로 매각되느냐에 따라 인수회사의 계열증권사와 합병가능성도 커졌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7일 공적자금관리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56.97%를 공개입찰방식으로 매각하는 게 핵심이다. 매각방식의 경우 우리금융지주가 제안한 연기금, 기관에게 쪼개 파는 블록딜이 아니라 일괄매각으로 경영프리미엄을 주는 쪽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매각에 대형금융지주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사법 시행령규정을 손질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산은금융지주를 꼽고 있다. 산은금융은 최근 소매금융확대 차원에서 입찰에 참여키로 방침을 정하고 자금조달 등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중이다. 이에 비해 KB금융, 신한금융지주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산은금융이 우리지주를 인수할 경우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총자산은 18.1조원. 우리투자증권(17.2조원)과 합치면 단숨에 자산규모가 35조원이 넘는 국내최대의 금융투자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입찰에 누구나 허용된다고 강조하나 내심 ‘산은+우리금융’ 합병카드를 바라는 분위기다. 산은금융 강만수 회장이 취임부터 메가뱅크의 탄생을 재차 강조한데다, 매각의 판을 짜고 있는 금융위원회 김석동 위원장도 외부강연에 나설 때마다 전세계 초대형 딜을 파이낸싱하는 대형IB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사는 쪽, 파는 쪽 모두 대형화에 적극적이다.
특히 김석동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대형IB관점에서 대우와 우투의 합병이 매력적이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린다. 산은+우리금융 합병이 메가뱅크, 대형IB라는 두마리토끼를 잡는 최적의 카드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과 우리금융의 조합은 메가뱅크는 가능하나 대형IB관점에서 KB투자증권의 자산이 약 2조 6000억원으로 우리투자증권과 합칠 경우 시너지가 적다”며 “가장 효율적으로 금융당국의 정책목표를 실현하는 인수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쭑 중복된 비스니스, 시장규모 제한으로 시너지효과는 ‘글쎄’
산은금융으로 일괄매각할 경우 우리투자+대우증권합병에 대한 법적논란도 거의 없는 편이다. 그간 우리투자증권분리매각의 경우 자회사의 분리매각여부와 방식을 결정할 주체는 우리금융 이사회(경영진)로 정부가 분리매각을 강행하면 주주이익에 반하는 배임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일괄매각에 따른 자회사간 합병인 만큼 배임에 관련된 법적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주사간 합병할 때 자회사에 특별한 옵션을 두지않는 한 자회사를 합치는 건 문제가 없다”며 “논란이 있으면 먼저 인수합병 뒤 통합하는 PMI(Post Merger Integration:인수 후 통합)과정에서 합병이 가능한 방식을 찾지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우리투자, 대우증권의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시너지효과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애널리스트는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등 각각의 분야에 경쟁력이 있는 증권사가 합병을 해야 시너지가 나는데, 이 두 증권사는 비즈니스형태, 점포, 인력 등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며 “국내시장의 사이즈에 비하면 합병증권사의 사이즈가 커서 비즈니스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해외진출할 때 규모가 경쟁력임을 감안하면 해외 쪽 영업을 하기엔 유리하다”며 “하지만 큰 틀로 봤을 때 국내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기대를 부응할 만큼 폭발적으로 시너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