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용도차별화로 증거금개선, 일중포지션한도도 추진
옵션만기일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파생상품개선안이 조만간 실시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거래소에서 지난 21일 ‘파생상품시장 선진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어 시행을 앞두고 막바지 의견수렴절차를 거쳤다. 이날 참석한 금융위원회 정완규닫기

그 해소방안으로 결제안정성확보 차원에서 증거금개선을 제시했다. 현행 결제회원이 자율로 정하는 방식을 신용도 별로 차등화하는 식이다. 예컨대 펀드 이외의 적격기관투자자는 ‘총자산 1천억원 이상’ 재무상태로 커트라인을 정하며 펀드도 자산운용사 전체를 총운용자산 3000억원 식으로 기준이 마련된다. 아울러 △증권사 리스크 관리부서가 별도 심사를 통과 △소형 기관투자자, 대형 기관투자자의 외부운용 펀드, 외국인 중 안정성 담보 등에선 예외조항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일중 최대포지션 한도에 대해 커트라인도 요구된다. 예를 들면 사전에 예치한 예탁금의 일정배율(예:10배)이내로 일중 최대포지션(체결수량+주문수량)을 제한하고 펀드는 순자산가치 이내로 주문한도를 설정하는 방안도 고려대상이다. CME(미국) S&P500 관련 옵션의 경우, 관련 선물의 순매수 또는 순매도 수량과 합산해 20,000 계약을 포지션 한도로 설정하는 해외사례도 벤치마킹대상이다. 매매체결제도도 도마에 올랐다. 기존 임의종료제도에서는 종가결정시점 직전 5분간의 예상가격이 기준가로 직전가 대비 가격 급변을 방지하는데 어렵다. 이를 위해 단일가매매시 잠정종가가 직전가(14:50) 대비 일정비율(예: ±3%)이 넘으면 5분 이내(임의시각)로 호가접수 시간을 연장할 방안도 추진중이다. 아울러 프로그램매매는 시장불균형이 발생할 때 추가참여도 검토대상이다. 예컨대 신고시한(14:45)까지 신고된 프로그램 매수-매도 금액간 일정수준 이상의 불균형률(예: 75%) 발생할 때 지수에 반대방향으로 영향을 주는 호가(상대호가)의 추가참여의 길을 열어 매물을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 최소한 기준필요, 재발방지위해 조기시행 유력
이같은 개선안에 대해 금융당국과 업계사이의 입장차이가 커지고 있다. 먼저 금감원 등 당국은 옵션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파생시장에서 투기뿐 아니라 헤지, 차익거래도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세미나 포럼으로 참석한 금융감독원 복합금융서비스국 이은태 국장은 “증권사별로 리스크관리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자율적으로 두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사별 경쟁이 치열해 실적위주로 흐를 것을 감안하면 최소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수자가 아니라 소수자에 의해 주가가 출렁거리는 일이 잦은데, 이는 현선물간 가격탐색기능의 실패에서 비롯됐다”며 “헤지, 차익거래도 소수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어 이에 대한 포지션한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정완규 과장도 “이번 옵션만기사태에서 결제사가 하나대투증권이 아니라 작은 회사였다면 시장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있었다”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적격투자자증거금강화, 미결제약정 보유한도, 프로그램체결 제도 등은 빠른 시간 내에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기준가격에 대한 제도를 바뀌면 헤지비용이 늘어나는 등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시장의 우려가 있다”며 “시장위축을 걱정하는 업계와 의견을 교환해 더 나은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파생시장 위축, 프로그램매매연장 등 현실적 대안
업계는 이러한 개선안에 대해 세계 1, 2위를 다투는 국내 선물옵션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업계 자율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에 의존해 글로벌 금융흐름에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장상황에 비춰 프로그램매매 호가연장이 시장자율성을 살리고 가격균형을 찾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심재승 본부장보는 “별다른 규제없이 동시호가 때 프로그램매매시간만 늘려도 3만, 5만 계약이 넘어도 물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며 “개선안에서 포지션을 1만계약으로 제한하는데, 이를 넘어서라도 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기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소수의 세력이 대규모 물량으로 시장충격을 줄려고 해도 반대세력에게 대응하는 시간을 부여하면 자연스럽게 물량소화가 된다”며 “시장불균형 발생할 때 오히려 물량을 소화할 반대 쪽에 시간적여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한금융투자 김성수 국제파생본부장도 “옵션충격은 예견된 사태로 매도가 있으면 매수가 있어야 하는데, 프로그램공시 강화가 너무 까다로워 진입이 원천봉쇄됐다”며 “규제를 적용하는 것보다 반대포지션 진입을 원활하게 하면 이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차익거래펀드 비과세부활로 수급의 매카니즘을 원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투자협회 최규윤 파생상품서비스본부장은 “올해부터 차익거래펀드에 거래세가 부과되면서 설정규모가 지난해 5358억원에서 올해 745억원으로 급감했다”며 “이 과정에서 외국인의 차익거래 비중이 9%에서 45.5% 늘어 외국인대량매수가 청산될 때 국내반대세력의 부재로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시장안정을 위해선 차익거래펀드 과세를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시행가능성이 유력한 차익거래포지션 제한에 대해서도 거래소 심재승 파생상품본부장은 “현물선물의 수렴은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인데, 차익거래 포지션을 제한하면 오히려 현물선물의 가격이 벌어져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