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단기선물 거래방식 통일, 헤지수단으로 유용성 부각
지난 18일 장기국채선물 조인식이 열린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실. 이곳엔 대우증권 임기영 대표를 비롯 국내증권사의 쟁쟁한 CEO들이 모여 눈길을 끌었다. 장기국채선물 유동성 공급자로 계약을 맺기 위한 자리로 총9개 증권, 선물회사 대표들이 일일이 계약서에 서명하고, 교환했다. 이들은 오늘부터 PD(Primary Dealer: 국채전문딜러)로 국채선물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다.
지난 2008년 도입돼 극심한 유동성부족으로 존폐위기에 놓였던 장기국채선물시장이 되살아 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증권사가 직접 호가를 제시하는 등 대규모 유동성정책이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바뀐 제도는 크게 시장조성기능강화, 거래편의성 제고로 나뉜다. 먼저 시장조성의 경우 시장조성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가 골자다. 거래실적을 PD평가항목에 신설하고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한 PD에겐 거래실적에 30% 가중치를 부여하고 나아가 인센티브로 돌려준다는 게 요지다. 주요 증권사들이 흔쾌히 손을 잡은 데, 투자자 위주로 거래편의성이 훨씬 강화된 점도 한몫했다. 이번 개선안을 마련한 금융당국은 업계가 원하는 니즈를 대폭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김정관 국채과장은 “선물거래부진→헤지수단미비→현물거래활성화제약으로 반복되는 악순환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며 “업계, 정부, 학계가 모두 참여한 TF에서 시장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했다”고 말했다.
시장장벽을 낮추기 위해 거래편의성을 대폭 개선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현금결제방식의 도입이다. 과거 10년국채선물은 만기일에 실물을 주고 받는 현물인수도로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 현물로 결제를 하려고 해도 현물시장에 장기물 국고채물량이 마땅치않아 이를 구해 되갚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업계의견을 대폭 수용해 결제방식을 10년국채선물도 실물에서 현금으로 바꿨다. 현금결제를 도입한 3년물과 똑같이 만기일엔 미리 약정한 선물가격과 결제일 가격사이의 차액을 현금으로 정산한다.
또 가격의 투명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안정적인 종가도출방식을 도입했다. 이제껏 선물시장의 장종료 10분 전엔 단일가매매방식을 적용했으나 종가와 직전체결가격 사이의 괴리가능성으로 가격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으로 단일가매매동안 예상체결가가 공개되고 장종료 1분전엔 취소, 정정을 불허해 예상체결가 왜곡도 예방했다. 아울러 3년, 5년, 10년물 국채선물의 거래방식을 일원화했다. 국채선물의 연도에 관계없이 △결제방식 현금 △거래단위 1억원 △표면금리 5% △결제월 6개월 내 2개 호가단위 0.01로 통일된다. 이밖에도 호가공개범위도 가격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최우선호가 +-4틱에서 최우선호가 +-4개로 확대됐다.
◇ 대형사 참여로 시장우려 축소, 조기정착도 기대
업계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등 대형증권사들이 PD로 참여했다는 자체만으로 시장의 우려는 대폭 낮아졌다는 분위기다.
대우증권 채권운용본부 관계자는 “현물PD업무에도 인센티브를 주는데다 최근 장기채발행물량이 확대되는 시장변화에 대응하려는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며 “앞으로 저금리국면이 지속되면 딜링자산으로 장기국고채에 관심이 쏠리며 이를 헤지하려는 국채선물의 거래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장기국채선물 활성화에 기대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SK증권 염상훈 채권애널리스트는 “장기국채물은 금리가 추가로 내려간다는 하락론자와 반등할 것이라는 상승론자가 팽팽히 맞선 상황으로 선물에 대한 거래유인이 충분하다”며 “유동성부족으로 서로 눈치보는 상황이지만 초기에 거래가 붙어 물꼬를 트면 시장참여자들이 대거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HSBC은행 서울 손석규 부대표도 “선진국에서는 국채선물비중이 미국 CME(47.6%), 독일 EUREX(43.8%), 일본 TSE(100%) 등으로 가장 높다”며 “이미 세계 10대 채권선물로 성장한 3년 국채선물과 거래결제제도도 단일화함에 따라 거래의 편의성이 높아져 조기정착도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 지난 10일 거래소에서 열린 국채선물 시장조성 조인식.(앞줄 왼쪽부터 임기영 대우증권 대표이사, 구본진 기획재정부 차관보,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진수형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유상호닫기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