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개월연속 동결, 경기둔화 우려가 배경
금리가 동결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2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2개월 연속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한 것이다. 이번 결정에 대한 시장의 불만은 말과 행동이 엇박자가 났다는데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시장의 컨센선스는 대체로 금리인상 쪽으로 기울었다. 정책당국이 계속 시장에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냈기 때문이다.
실제 금리결정의 키를 쥔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부터, 26일 뉴욕강연 등 공식석상까지 △물가상승율 증가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 △저금리 의존시 체질개선 지연 등을 밝히면서 반복적으로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하지만 보름도 안되 이 같은 입장을 뒤집자 이를 근거로 금리인상을 예측한 채권애널리스트들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실제 이번 금리인상은 ‘뜻밖의 결정’이라는 반응이 앞선다. 토러스투자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여전히 경기나 물가와 같은 거시여건에 대한 평가를 변경하지 않은 가운데 시장이 예상했던 금리인상 경로와는 다른 결론이 도출됐다”고 말했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도 “더블딥도 없고, 물가 상승 압력도 지속되고, 금리 정상화 기조도 변화 없는데, 동결됐다”고 의아해했다.
◇ 1차례 금리인하가 대세, 통화정책 신뢰성하락도 우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쇼크로 금리인상의 폭이나 속도에 대해선 바꾸는 움직임이다. 얼마 전까지도 연내 3차례 인상론도 흘러나왔으나 지금은 ‘1차례’ 금리를 올린다는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한국투자증권 이정범 연구원은 “이번 결정으로 금리인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는 불식됐다”며 “물가상승 압력은 당분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큰데,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는 수준에서 한차례의 금리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도 “금리정상화 과정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나 속도가 조금 느릴 것”이라며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은 한 차례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상했다. 경기둔화와 물가안정 사이에서 한차례 인상이 유력하나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느린 금리 인상이 보다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김상훈 연구원은 “연내 추가 2회 인상을 전망했으나 현재의 상황이라면 1회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한은의 전망대로 물가가 상승한다고 대내외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금리를 인상한다면 이번 동결과 배치된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이번 금리인상을 두고 시장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키움증권 유재호 연구원은 “물가 압력 커진다, 2% 기준금리는 너무 낮다, 선진국 더블딥은 없다 등의 발언을 동결시사로 이해하기엔 사실상 어렵다”며 “이번 결정으로 통화정책의 신뢰성은 낮아지게 됐고 이에 따라 금리경로를 통한 영향력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