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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제언] 투자자는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을까?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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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0-08-08 18:01

한국투자자보호재단 “투자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나라 금융시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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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정보의 비대칭성과 적합성 원칙

양약에는 성분 표시가 있지만 한약에는 없다. 고객이 내용물을 알기 어려운 한약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상품이다. 이런 상품이 시장에서 거래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소비자의 니즈(needs)파악에서부터 상품공급까지 일련의 서비스가 패키지로 제공될 것. 둘째, 공급자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강력할 것. 환자는 자신의 증상은 알아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른다. 더구나 어떤 약재가 자기에게 좋은지,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은 한의사에게 맡겨진다.

한약만큼이나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상품이 금융투자상품이다. 따라서 원활한 거래를 위해 금융상품 또한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인지 2009년 2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은 ‘적합성의 원칙’을 통해 금융업자가 고객에게 투자를 권유할 때, 고객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을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투자권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즉, 투자자의 니즈(needs)파악에서부터 상품권유까지 일련의 과정이 금융업자에게 맡겨진다.

Ⅱ. 비현실적인 적합성의 원칙

하지만 이런 ‘적합성의 원칙’을 알게 된 투자자들이 흥분했을까? 개념적으로만 보면 금융회사가 알아서 나에게 맞는 상품을 골라주니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투자가 한결 쉽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투자자는 드물다. 일단 금융회사에 대한 강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첫째 이유이고,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실천되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것이 둘째 이유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회사도 할 말은 많다.

1. 도대체 무엇이 ‘적합성의 원칙’인가?

적합성의 원칙은 ‘고객 알기(Know Your Customer)’가 기본인데 자본시장법에 열거되어 있는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을 파악하면 고객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만약 부족하다면 이 내용을 어디까지 확대 해석해야 할까? 지난 2009년,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만든 표준투자권유준칙은 ‘연령대, 투자기간, 투자경험 및 지식수준, 금융자산에서 투자자금이 차지하는 비중, 수입의 지속성, 손실 감내도, 투자성향’ 이렇게 8가지 항목을 통해 투자자의 기초정보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 이런 정보만으로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령 위의 정보를 토대로 위험중립형 투자자라는 결론이 나왔어도 다른 보유자산이 공격적일 경우 중위험 상품이 아닌 저위험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더욱 적합할 수 있다. 일본의 한 판례는 같은 금융상품이라도 타 상품의 보유상황과 포트폴리오 내에서 그 적합성 여부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 획일적이고 비효율적인 적합성의 원칙

다양한 투자자, 다양한 서비스 및 상품이 존재하는 금융투자시장에서 ‘적합성’의 필수조건은 ‘유연성’이다. 하지만 현재의 투자권유준칙은 경직적이고 획일적이어서 많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일단 모든 서비스 및 상품이 동일한 판매 절차와 항목을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회사에게는 비용, 투자자에게는 니즈(needs)와 무관한 시간과 노력을 부담시키고 있다. 또한 투자자도 5개 그룹, 금융상품도 5등급으로 나누어 일률적으로 연결한 결과, 실제로는 부적합한 상품이 투자자에게 추천될 수도 있다.

투자자에게 있어 ‘적합성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가 사후 발생할 지도 모를 분쟁에서 금융회사를 면책하는 서명행진에 불과하다면 투자자들은 금융회사의 서비스를 더욱 불신하게 될 것이다.

Ⅲ. 적합성 원칙의 개선방안

1. 서비스의 구분과 그 특성에 따른 적합성 원칙의 구체화

일반적으로 재무설계사들은 투자자와 한 번에 약 2시간씩 총 4번을 만난다고 한다. 즉 상담시간만 약 8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재무설계사들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현재 판매(brokerage)시장은 어떠한가? 한 번 이상 상담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그 시간도 20~30분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자문(advice)과 판매(brokerage)로 엄연히 다르고 그에 따른 수입도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철저한 적합성의 원칙 실현을 위해 판매시장에 재무설계와 동일한 수준의 상담 및 서비스를 강제한다면 당장 문 닫겠다는 금융회사가 속출할 것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특징이 다르다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각 특징에 맞게 적합성의 원칙을 구체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표준투자권유준칙 개선방안’도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각 금융회사가 경쟁적으로 ‘적합성의 원칙’ 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런 개선작업이 과연 투자자 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인가?

2. 자문시장의 활성화와 투자자 인식 제고

앞으로 ‘자문시장은 엄격하고 포괄적인 적합성 원칙’, ‘판매시장은 효율적이고 완화된 적합성 원칙’을 적용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투자권유절차가 개선될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자문시장은 일부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일반투자자들은 활용할 만한 서비스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자문시장과 판매시장을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적합성 원칙을 구현할 경우 실제 일반투자자는 판매시장만 활용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적합성 원칙에 대한 금융업자의 부담만 덜어주는 꼴이 된다. 다시 말해 투자자 보호는 더욱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판매와 분리된 객관적인 자문서비스 시장을 활성화 하여 투자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개선작업은 유명무실한 노력에 그칠 확률이 높다.

또한 투자자가 자문과 판매, 두 가지 서비스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자신이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구분 및 선택할 수 있도록 금융환경이 변화되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 투자자의 대부분이 자문서비스를 겪어보지 못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의 조사(2010, 펀드투자자조사)에 의하면 약 80.6%의 응답자가 어떠한 유형의 재무상담도 해 본적이 없다고 답했고 약 62.1%는 자문 상담료를 낼 의향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문과 판매의 차이는커녕, 자문서비스의 가치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런 투자자들에게 각 서비스의 역할은 물론 언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등을 교육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골라 활용할 수 있도록 시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3. 투자자의 보조적 역할을 위한 지원 확대

‘적합성 원칙’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보조적인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위험 허용도나 투자지식, 경험과 같은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투자자 정보는 금융회사가 영원히 투자자 본인을 앞질러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투자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대략적인 서비스나 상품의 범위를 파악하여 금융회사 추천에 대한 기본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투자자 스스로 해 내기엔 역부족이다.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은 투자자가 펀드 투자하기 전에 자신의 몇 가지 특징을 입력하면 대략의 적합한 상품 범위를 알려주는 ‘펀드 상품 비교 tool’을 개발 중에 있다. 금융회사에 가기 전에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의 범위나 유형을 파악해 봄으로써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불완전판매의 소지도 줄일 수 있다.

앞으로 펀드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 상품에도 이와 비슷한 여러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시장이 발전하고 다양화되는 것과 별개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일반 투자자의 시장 참여 및 보호에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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