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같은 사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청구를 기각한 판결을 뒤집는 결정이어서 ELS운용의 정당성을 놓고 치열한 법적공방이 예상된다.
법원이 ELS조기상환관련 소송에서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31부 (황적화 부장)는 지난 1일 ELS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무산시킨 증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번에 법적논란을 짚은 건 대우증권이 지난 2005년 3월 발행한 제195회 공모ELS다. 삼성SDI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했던 이 ELS는 중간평가조건(10만8500원 이상)이 만족하면 원금+수익률을 돌려주는 신조기상환형이다.
문제의 발단은 삼성SDI주가는 ELS의 중간평가일(2005. 11. 16)에 장중 고가가 10만9,000원였으나 발행사인 대우증권이 삼성SDI 주식 약 90억 원어치를 매도해 종가가 10만8,000원으로 떨어져 조기상환이 무산된 것. 정모씨 등 2명은 대우증권을 상대로 이같은 행위가 민법 제150조 제1항인 ‘조건 성취 방해행위’에 해당된다며 조기상환금과 만기상환금의 차액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1심 판결에서 승소했으며 항소가 없으면 그간 받지못한 투자원리금은 물론 지연이자를 받게 된다.
이번 판결을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같은 사례를 두고 재판부가 각각 다른 판결을 내린데다, ELS헤지거래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28일 원고만 다를 뿐 대우증권에 제기한 조기상환 방해소송에 대해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청구를 기각하며 “ELS가 만기상환으로 법률관계가 종료돼 투자자인 원고들은 민법 제150조에 따른 조건성취를 더 이상 주장할 수 없다”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같은 사건이더라도 이번 판결은 다르다. 만기 이후에도 그전에 있었던 조건성취방해 행위를 인정했다. 실제 판결문에서 “시장의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기초자산의 주가가 공정하게 결정되고, 그 주가가 중도상환 조건을 충족할 경우 그에 따른 중도상환금을 지급받을 수 있으리라는 투자자의 정당한 신뢰와 기대를 해친 행위”라며 “신의성실에 반하여 중도상환조건의 성취를 방해했다”고 판시한 것.
재판부는 헤지거래 차원인 대량매도행위에 대해서도 “델타헤지거래라 하더라도 기초자산의 공정한 가격형성에 영향을 주거나 투자자의 이익과 신뢰를 부당하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대우증권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사건에 대해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온데 대우증권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대우증권 법무실 관계자는 “같은 사건에 대해 법원이 다른 판결을 내려 당황스럽다”며 “재판부가 쟁점이었던 법리적 측면, 조기방해행위 등에서 법률적 시각을 각각 다르게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반적인 헤지거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판결”이라며 “판결문이 도착하는 대로 2주 이내 항소해 헤지매매 정당성을 추가로 입증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해 ELS거래의 기본룰이 훼손될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A증권사 금융공학팀 본부장은 “증권사 입장에선 ELS 만기가 오래 남을수록 리스크 부담이 크다”며 “시간이 길수록 금융사태 등 돌발충격이 많아 오히려 증권사가 불리한데, 조기상환을 방해했다는 게 앞뒤가 맞지않는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B증권사 관계자도 “문제가 된 상품발행시점의 경우 2005년으로 ELS시장이 형성되는 초창기단계”라며 “가이드라인이 없어 교과서적으로 헤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투자자보호 장치가 강화된 지금의 잣대로 평가하면 무리”라고 말했다.
한편 이 소송을 맡은 한울측은 먼저 승소판결이 난 ELS(대우증권 제195회)의 경우 총 121억3000만원어치를 산 총 265명의 투자자들 가운데 소송의향을 밝히는 투자자들을 모아 후속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이 소송 이외에도 캐나다왕립은행을 상대로 한 증권집단소송 등 다수의 ELS 및 ELS 수익률 조작 관련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여서 이번 결정이 앞으로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