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컬럼] 개방적 리스크 관리문화 만들어야](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627234419103543fnimage_01.jpg&nmt=18)
실적중심 문화와 무관심한 경영진이 있는 한 실패 지속
2009년 4월 20일부터 매주 “F1 칼럼”이라는 이름으로 리스크관리분야에 대한 글을 게재하기 시작한지 벌써 14개월이 되었다.
지난주까지 56개의 각기 다른 제목의 글이 게재되었고, 오늘 “칼럼을 마치며”라는 제목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그간 회사 임직원이 참여하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리스크관리 분야를 다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서 칼럼을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주 조금이나마 국내 리스크관리 분야에 긍정적 효과를 주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번 주로 칼럼을 마치며, 리스크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실질적인 리스크 가버넌스(Governance)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IMF 위기 이후 제도적 장치로서 리스크관리 부문의 독립성, CRO(리스크관리 최고임원),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많은 부분들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었던 사항이 예전에 이미 도입되었던 제도들과 관련된 “리스크 가버넌스”였다. 결과적으로 제도는 도입되었으나, 실질적으로 실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스크 가버넌스의 정점은 리스크관리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전문성과 CRO의 임기 보장을 포함한 독립성일 것이다.
IMF 위기 이후 마련된 제도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제도 도입만이 능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배웠다. 이제는 논의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찾아올 위기에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실질적인 리스크 가버넌스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리스크관리자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내외에서 금융회사가 파산 또는 인수되는 경우, 대부분 따라오는 수식어는 “리스크관리 실패”이다. 결국 리스크관리자는 금융회사의 파산을 막는 파수꾼이며, 그냥 파수꾼이 아니라 요구되는 역할이 조직의 장기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을 갖는 파수꾼”인 것이다. 그러나, 리스크관리자도 금융회사 조직의 일원인 동시에 퇴사시점까지 리스크관리 업무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여타 부서의 업무로 이동이 가능하므로 파수꾼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리스크관리 업무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지 10여년 밖에 안되어 조직문화의 한 축으로 리스크관리 문화가 아직까지는 자리잡지 못하여 단기 실적 중심주의 문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리스크관리자와 다른 업무 종사자는 항상 갈등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갈등을 회피하고자 제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내가 몸담고 있는 금융회사가 위기에 처하게 될 가능성을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리스크관리자만 소명의식을 갖고 업무를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경영진이 리스크관리자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갈등이 조율되는 것이 아니라 한쪽 의견이 무시되는)다면 위기에 유연하게 복원력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리스크관리자는 “리스크관리 실패”라는 오명을 덮어쓰지 않음과 동시에 금융회사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업무를 처리하되, 장시간이 걸리더라도 갈등을 조율해서 조직 내 리스크관리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비즈니스 트렌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에 리스크관리가 도입되던 시기보다 현재는 리스크관리 기법이 상당히 고도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리스크관리 기법이 고도화될수록 해당 기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고, 비즈니스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최고 경영자나 영업부문의 요구에 리스크관리부문의 입장을 낮추는 경향이 있어 왔다. 과거, 금융회사에 큰 손실을 안겨주었거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되새겨 보면 이러한 경향은 쉽게 판단될 수 있을 것이다.
<손실을 안겨주거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
- IMF 前 세계화를 이유로 등장한 국내 은행들의 해외지점/법인 투자
- 대우사태로 표면화 되었던 은행의 신탁계정 및 증권사의 수익증권 판매
- 현금서비스 한도 제한 폐지 이후 카드대란을 야기했던 현금서비스 한도 및 카드론 유행
-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불거진 KIKO
- 수수료 수익 확대를 기치로 장려한 펀드판매
- 자산성장 재원으로 확대 발행된 CD(양도성예금증서)와 금융채권
- IB(투자은행) 업무 확대를 기치로 확대된 특수금융(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결국 수익을 크게 안겨주거나 영업의 쏠림 현상을 보이는, 해당 시기에서 “유행하는 비즈니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손실을 안겨주거나 법적 소송에 휘말리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리스크관리자는 리스크관리기법의 적용이 어렵더라도, 이러한 경향을 인식하고 관심을 갖고 분석과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다.
넷째, 개방적 리스크관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리스크관리는 조직내에서 “그들만의 리그” 또는 “폐쇄적 리스크관리”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이유는 리스크관리 업무를 처음 시작하다 보면, 리스크 측정을 하기 위한 도구들이 상당히 어려운 수학이나 통계학의 지식이 요구되는 고 난이도의 분석 업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분석된 결과를 조직 내에 전파하기 어려워 자연히 폐쇄적 리스크관리 문화가 생긴 것 같다.
리스크관리 부문에서 맡겨진 업무를 잘한다 하더라도, 조직 내 다른 부문과 유기적 관계를 설정하지 못한다면, 손실을 발생 시킬 가능성이 있거나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을 인지하더라도 손실을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이제는 과거의 “폐쇄적 리스크관리 문화”에서 “개방적 리스크관리 문화”를 만들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개방적 리스크관리 문화는 각종 분석업무 외에, 조직내 다양한 부문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모니터링 결과를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역량, 정보 공유를 통한 경제환경이나 규제환경 변화에 대한 빠른 습득 등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음 금융위기가 찾아온다면, “대한민국의 금융회사는 해외 어느 국가의 금융회사 보다 발전된 리스크관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라는 기사를 접하는 것이 꿈이 아니었으면 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