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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기관 대출금리 인하에 인색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10-06-20 17:42

변동금리 상품도 자의적 운용 ‘폭리’ 논란
금감원 “변동금리 주기적으로 바꿔라” 지침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크게 인하됐지만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당수 서민금융기관들이 위기 당시의 대출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며 ‘고금리 장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시중은행 수준으로 대출 금리를 내렸다면 연 7500억원의 이자를 덜 부담했을 것으로 추산돼 서민금융을 강조해온 금융당국이 정작 서민금융기관의 이자횡포에는 눈을 감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서민금융회사들에 대한 감독 강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실상은 서민금융의 현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당국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상호금융기관에 주기적인 변동금리 조정을 권고하고 나섰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호금융기관(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과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이른바 ‘서민금융기관’들이 변동금리 대출의 ‘변동 기준’을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금리변동 주기를 명시하지 않아, 저금리 기조에서도 금융위기 당시의 고금리를 유지하거나 금리 하락폭을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최근 박선숙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상호금융기관 일반대출 금리 현황’을 보면, 전국 483곳 상호금융기관 가운데 111곳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기준금리를 한 차례도 바꾸지 않았다.

또 135곳은 3년 동안 평균 세 차례 기준금리를 변경했다. 조사대상 절반이 사실상의 ‘고정금리’ 운용을 해온 것이다.

금리를 변경하더라도 시장의 저금리 기조는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3월 현재 양도성예금증서(CD·91일) 금리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2007년 말보다 각각 3.04%포인트, 0.91%포인트 낮아진 반면, 상호금융기관과 새마을금고의 기준금리는 0.41%포인트, 0.38%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호금융기관의 평균 대출금리는 2007년 말 7.52%에서 올해 3월 말 7.11%로 0.41%포인트 하락했다”며 “하지만 같은 기간 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6.82%에서 5.91%로 0.91%포인트나 인하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농협(지역단위)의 경우, 조사대상 160곳 가운데 37곳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로 낮춘 지난해 2월 이후에도 자체 기준금리를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저축은행은 오히려 기준금리와 고정금리가 각각 0.15%포인트, 1.28%포인트 상승했다. 낮아지는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서민들의 금융부담을 가중시킨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상호금융기관이 은행의 금리 하락폭만큼 추가 인하할 경우, 연간 6409억원의 금리 경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새마을금고까지 더하면 연간 7541억원의 금리 인하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박선숙 의원은 “금융당국이 서민금융기관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서민들이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막대한 이자를 물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이 상호금융기관의 ‘여신거래 기본약관’을 심사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결국 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며 “변동금리의 기준과 주기를 명확히 하고, 변동금리를 ‘고정’시켜 운용해온 금융기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객관적인 원칙 없이 운영되고 있는 상호금융기관의 변동 금리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금감원은 최근 신협과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기관 중앙회에 대해 3개월에 한 번씩은 기준금리의 변동에 맞춰 대출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호금융기관 대출업무의 기본원칙을 제시하는 현행 여신거래기본약관에는 `조합이 금리를 수시로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을 뿐, 금리변동 주기에 대한 조항은 없다.

결국, 상호금융기관들은 지금껏 객관적인 원칙 없이 자신들이 필요한 경우에만 금리를 조정해왔고, 이에 따른 대출 고객들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상호금융기관들이 금리 상승 시에는 재빨리 대출 금리를 조정하지만 금리 인하 시에는 아예 금리를 조정하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대출 고객들이 더 높은 이자 부담을 져야 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호금융기관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거래상 지위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며 “최소한 분기에 한 번 정도는 기준금리 변동에 맞춰 대출 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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