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자산 325조원에 달하는 KB금융 회장자리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는 국내외 금융사정엔 밝지만 금융권 현장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그가 이런 족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력을 평가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조직안정 및 통합 시급
어 회장후보는 먼저 지난 9개월간의 회장 공백상태였던 KB금융 조직의 안정과 통합, 그리고 직원들의 사기와 기강을 추스리는 일이 시급하다.
그는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재임시절 보여준 뛰어난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이미 경영능력이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내에 조직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 회장후보는 임원인사를 통해 조직 추스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강정원 행장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제재 결과가 나오는 다음달 중 발표될 예정인만큼 이전에 거취표명이 있을 것이란게 업계의 중론이다.
내부에서는 우선 공석인 사장과 차기 행장에 대해 내부인사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감이 높지만 KB금융이 지난 4일 이사회에서 회장이 은행장을 포함한 9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신설한만큼 차기 행장은 외부인사의 내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 회장후보의 관치논란이 불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인사를 단행할 경우 논란을 더 키울수 있는 만큼 내부인사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금융이냐 외환은행이냐’
어 회장후보가 선출되면서 그동안 미뤄졌던 인수합병(M&A) 바람이 다시 불어닥치는 가운데 우리금융과의 메가뱅크냐, 외환은행 인수냐의 갈림길에 어느 것을 선택할지가 최대 변수다.
강 행장은 지난 2006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고 론스타의 계약 파기 이후로도 외환은행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반면 어 회장후보는 강 행장과는 달리 정부의 뜻을 그대로 따라 규모로만 세계 50위의 은행을 만드는 메가뱅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메가뱅크에 대해 신중함을 보이면서도 우리금융 매각이 진행되면 조건을 보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쳐지면 자산 650조원 규모로 세계 50위권에 드는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외환은행 M&A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음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KB금융 내부분위기와 업계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어 회장후보가 메가뱅크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 할 것”이라며 KB금융에게는 외환은행 인수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물건도 없을 뿐 아니라 외환은행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곳도 KB금융 밖에 없다”고 말한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 비은행 계열사 시너지 구축시급
금융지주사들은 당기순이익 중 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비은행 계열사들에 대한 시너지구축이 절실하다. KB금융도 국민은행을 포함해 9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90%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이 불안정한 탓이었을까 그동안 수익성 부문에서 국내은행 1위를 차지했던 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 178억원이라는 굴욕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분기보다 2820%증가한 5203억원을 기록했지만 신한은행 5885억원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리딩뱅크 위상도 이미 꺾인 상태다.
이에 리딩뱅크의 위상을 다시 떨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은행의 조직 정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은행 외 비은행계열사들의 경쟁력도 높여야 하는만큼 증권사와 보험사 등의 영업을 강화해 비중을 확대시키는 한편 KB카드의 분사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업계에서는 어 회장후보는 금융권을 이끌었던 경험이 없는만큼 은행을 비롯한 계열사들간의 시너지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감도 적진않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03부터 2006년까지 고려대 총장을 지냈으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옛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과 한국금융학회 회장, 국제금융센터 소장 등을 역임한 민간 금융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해 1월에는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해 한국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힘써와 전문성과 경영능력에서 인정 또한 받고 있다.
한편 3년간 KB금융을 이끌어 나갈 어 회장후보는 경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오는 17일 후보 자격검증 절차를 거쳐 다음 달 13일 임시주총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