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감원이 원금보존형 퇴직연금상품의 역마진경쟁에 제동을 걸어 금리가 아닌 자산관리경쟁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자 운용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가 그 수혜를 입을지 주목된다.
◇ 하반기 퇴직연금 급성장
퇴직연금이 증권사에게 수수료인하 등 치열한 경쟁을 극복할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를까?
최근 퇴직연금시장규모가 34조원으로 급성장하면서 퇴직연금에 증권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증권사의 기본수익원인 리테일, 펀드 등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레드오션으로 바뀐 반면, 퇴직연금시장은 여전히 고성장세로 성장가능성이 풍부해질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퇴직연금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부터 퇴직신탁, 보험신규가입이 금지되고, 퇴직신탁, 보험에 대한 법인세 혜택이 사라져 본궤도에 오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증권사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DB와 DC의 불균형이다. DB(확정급여형)는 원금보장개념이 강하다.
반면 DC(확정기여형)는 금융기관에 퇴직금을 맡기고 그 돈을 굴려 손익을 결정되는데, 운용능력이 우수한 증권사가 유리한 구조다.
선진국의 경우 DB보다 DC가 훨씬 앞선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말 기준 퇴직연금 주식비중은 2~5%대에 머문 반면 미국, 영국, 호주 등 퇴직연금 선진국들은 각각 61%, 60%, 57%를 기록, 대조를 이뤘다.
실제 국내퇴직연금시장은 DB로 쏠림현상이 깊어지며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원리금 쪽으로 퇴직연금이 몰리면서 예적금,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2.0%, 34.9%까지 늘었다.
원재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퇴직연금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퇴직연금시장이 예·적금 및 금리확정형·금리연동형 보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퇴직연금이 노후대비 자금이라는 특성상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금리경쟁제동에 운용강점지닌 증권사 훈풍?
이처럼 원리금 보장형 쪽으로 쏠리며 DC에 강점을 지난 증권사들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고금리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실제 올초 은행들의 고금리예적금을 겨루기 위해 6% 넘는 수익을 보장하는 원금보장형 ELS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이 이같은 고금리경쟁에 제동을 걸면서 금리에서 서비스경쟁으로 경쟁구도의 변화도 감지된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과당경쟁자제에 따른 금융회사의 건전성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담은 리스크관리강화 조치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금리를 퇴직연금상품 판매로 인한 사업손실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금리수준(심사기준금리)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증권사의 경우 퇴직연금상품 만기별(1년, 2년, 3년)로 금융투자협회가 고시하는 채권(국고채, 회사채)금리로 심사기준금리를 설정해야 한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금리는 은행 4.3%~4.8%, 보험사 4.5%~4.9%, 증권사 4.5%~4.8% 등으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해 증권사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A증권 퇴직컨설팅담당 본부장은 “이론대로라면 이번 조치로 금리경쟁에서 자산관리 경쟁으로 확대돼 운용능력이 강한 증권사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하지만 현실은 끼워팔기 등 부가서비스가 주요 기준이 되면서 규제의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B증권 퇴직연금사업파트장도 “국내퇴직연금의 경우 퇴직금에 대한 원금보존성향이 강해 장기적인 운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인하에 따른 공백을 대출이율인하, 이체수수료면제 등으로 메우는 분위기라 대출금리인하 같은 부가서비스가 취약한 증권사에게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인강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퇴직연금영업 관련 불건전행위가 줄어들 수 있도록 은행성과평가제도(KPI)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며 “연금상품의 취지에 맞게 장기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도록 현행 1년 단위의 계약관행을 개선해 사업자간 고금리 경쟁을 지양하고 서비스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