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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경기회복기에 적절한 규제도 필요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0-02-15 21:48

금융위기 규제 그리고 자본시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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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경기회복기에 적절한 규제도 필요
금융자유화가 저축·투자 촉진해 경제성장

무분별한 파생상품 확산으로 금융위기

은행 자본규제 강화 등 국제적 기준마련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 도입으로 금융시장의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전세계 금융시장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앞서가기 위해 변화된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세밀하게 검토해서 적절한 수준의 규제가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신평 기업·금융평가본부 하태경닫기하태경기사 모아보기 수석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규제 그리고 자본시장법’이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강조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의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 금융위기 규제완화와 밀접한 관련 있어

1980년대 이후 미국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 또는 감독기관의 대응은 규제의 완화 또는 자율화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이 보고서는 금융자유화의 흐름은 정부의 규제를 최소화함으로써 시장원리에 따라 금융상품의 가격이 결정될 때 비로소 시장의 성장과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수석애널리스트는 “금융자유화가 저축과 투자를 촉진하고 자금배분의 효율성을 증대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관점”이라며 “반면 금융자유화가 위기를 불러일으킨 역사적, 경험적 사례를 지적하고 있는 연구도 다수 있으며, 실제로 금융위기의 발생은 규제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1980년대의 예금금리 상한제(Regulation Q) 폐지와 업무범위 자유화 등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Savings and Loan Association)의 부실화를 촉발시켰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미국은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예금금리 상한제 폐지로 금융기관간 경쟁이 심화됐다. 특히 조달금리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S&L은 상업용 부동산, 정크본드 등 고위험 투자를 확대했고, 결국 대출자산이 부실화되면서 연쇄적으로 S&L의 파산이 속출(1984년~1992년 기간동안 총 1137개가 도산)했다. S&L의 파산과 관련해서 미국 정부는 13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규제완화와 함께 찾아온 금융기관의 실패로 인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서브프라임 부실로 2007년부터 시장에 언급되기 시작했던 금융위기 전에도 금융 규제완화 정책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 수석애널리스트는 “IT버블이 꺼지면서 경기침체기를 탈피하고자 장기간 저금리 정책이 지속된 것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04년 투자은행의 총부채가 순자본의 15배 이내여야 한다는 레버리지 규제를 철폐한 것 등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저금리정책은 엄밀한 의미에서 규제완화라기보다는 금융완화에 해당하지만 이러한 금융완화와 더불어 레버리지 규제의 철폐는 투자은행의 부실화 가능성을 증대시킨 원인이 됐다고 제기했다.

하 수석애널리스트는 “실제로 2004년 이후 저금리기조와 레버리지 규제의 철폐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자산확대 전략을 유도했고, 결국 투자은행의 총부채가 순자본의 20~30배로 증가함으로써 위기 대응력을 크게 저하시켰다”며 “물론, 레버리지 확대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법의 금융상품에 대한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확산된 것도 규제의 완화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 새로운 금융상품의 출현과 금융위기

전통적인 금융상품과는 달리 자산유동화 등과 같은 구조화 금융상품과 파생상품은 일종의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system)으로 분류된다. 그림자금융은 헤지펀드, 사모펀드, 구조화투자회사(SIV) 등과 같이 공적 감독기관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기관의 부외거래(off-balance sheet arrangement) 수단 등을 통칭한다고 설명했다.

하 수석애널리스트는 “특히, 장외파생상품은 거래당사자간의 일대일 계약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장내파생상품과는 달리 제약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감독기관이 거래의 내용을 파악하고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러한 느슨한 규제 속에서 파생상품의 금융중첩화(financial layering) 현상으로 인해 다수의 금융기관이 서로 얽히면서 위기가 증폭되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생상품인 CDS(Credit Default Swap)도 금융위기 확산의 공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CDS는 대출채권을 보유한 투자자가 부도로 인해 대출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생상품이다.

하 수석애널리스트는 “사실 CDS는 신용위험을 헷지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상품으로 금융위기 발생의 원인은 아니지만 미국의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발생한 위험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CDS는 신용위험이 크지 않은 시장에서 매력적인 상품이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A가 C라는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투자자 A는 C에 내재되어 있는 신용위험을 제거하고자 CDS 거래에 참여하게 된다.<그림 참조> 즉 A는 CDS를 매수함으로써 C의 부도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B의 입장에서는 C가 부도만 발생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이자수입(premium)을 수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택가격 하락으로 야기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CDS거래를 통해 유럽으로, 아시아로 손쉽게 확산됨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로 변화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 CDS가 시장에 미친 영향은 시장의 가격 변동성 확대에 있다고 설명했다. 리만브라더스 등 대형 금융기관의 파산시점에서 보장매수자(protection buyer)가 보장매도자(protection seller)에 CDS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자금수요가 발생함으로써 자산가격의 급락을 초래했다는 것.

하 수석애널리스트는 “자산가격의 급락은 다시 시장 전반에 걸친 유동성 위험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 2010년까지 은행 자본규제 강화 등 국제적 기준 마련

최근 3차례에 걸친 G20 정상회의에서는 국가간 경제정책 공조,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정책, 통화정책 기조 유지 등과 함께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시장의 투명성 강화, 금융감독 규제 개선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특히,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는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부담을 방지하고, 위험부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2010년까지 은행의 자본규제 강화를 위한 국제적 규제기준을 마련하기로 하였고, 금융기관의 임원에 대한 과도한 보상체계를 개선하며,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표준화를 유도, 청산소를 통해 청산하도록 하는 등의 금융규제의 방향을 합의했다.

금융위기의 시발지였던 미국은 2009년 6월 오바마 미대통령이 대대적인 금융감독 및 규제시스템 개혁을 요구하면서 미국 정부의 CDS 등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강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은 이번 법안을 통해 장외파생상품을 표준화한 뒤 특정 기관을 통해서 거래되도록 유도하고, 모든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기록 보관과 보고 의무를 갖도록 함으로써 규제의 틀 내에서 관리,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우리나라도 규제강화의 흐름을 타고 파생상품거래 등에 대한 국제적 규제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은 2008년 12월 ‘파생상품시장 감독체계 개선방안’을 통해 파생상품거래에 대한 정보를 세분화해 취합하고, 신규 취급 장외파생상품 및 구조화증권에 대한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등의 방향으로 감독체계가 변화될 것임을 제시한 바 있고, 2009년 12월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위험평가제도(RAMS) 개선’에서는 금융투자업자의 위험수준 변화에 대한 판별능력 개선, 파생상품거래에서 거래상대방 한도 및 유동성관리에 대한 평가 강화 등 감독측면에서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 대한 대응력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본시장법 적절한 규제 반영돼야

한편,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2009년 2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 발효됐다. 이 법은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종금업법 등을 포괄하는 법률로서 금융투자업에 해당하는 금융기관을 통합·규제하는데 의의가 있으며, 규제의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시장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기존의 관련법과 비교할 때 규제의 완화라는 측면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완화된 규제와 함께 시장참여자의 도덕적 해이가 결합될 경우 시장의 위험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의 주요 내용은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에 있어서 포괄주의 도입 △기관별 규제를 대신하여 기능별 규제로의 전환 △취급업무 범위의 확대 △투자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장치 도입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금융시장에서의 규제완화는 과거의 규제환경에서 벗어나 효율성이 확대된 시장에서 금융기관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책이 변화되기를 기대하겠지만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과 금융기관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가 개입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2009년 발효된 자본시장법은 규제완화를 포함한 규제개혁을 통해 증권사에게 더 많은 수익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수석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의 발생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국내 증권사가 자본시장법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점진적으로 시장에 적응해 갈 것이고 적응의 이면에서는 규제가 닿지 않는 곳을 활용,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규제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할 경우 변화된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세밀하게 검토해서 적절한 수준의 법률 또는 규제가 변화된 정책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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