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에서도 포스코를 시작으로 어닝시즌이 개막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국내 경기 회복이 점진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 속도에서 이미 정점을 확인한 시점이기 때문에 그동안 더딘 회복세를 보였던 미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시장 영향력이 보다 클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윤자경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주요 수출기업에 의존해 있는 구조에서 글로벌 수출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기회복은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이번 4분기 실적을 확인하는 실적장에서 경기회복 싸이클이 제 궤도에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실적 개선의 속도가 어느 시점까지 이어지는지 점검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윤 연구원은 “현재로서 기업들의 실적 호조세가 당초 예상보다 연장될 수 있는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경기 회복과 연계돼 연속적인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 중요한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30개 구성종목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7%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올 3분기까지 매출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IT의 경우 미국 IT기업과 연동된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조언이다. 다만 세부적인 업종간 차별화가 나타나 퀄컴, 시스코, 인텔이 상승기여도가 크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은 하락기여도가 큰 상황이라는 것.
이를 기반으로 볼 때 국내에서도 반도체 업종은 실적 기대감으로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소프트웨어 업종은 차익실현 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미국 금융주들이 갖는 의미도 남다르다.
윤 연구원은 “미국에서 올들어 금융주의 수익률 회복이 뚜렷하고, 이익전망치도 개선되고 있다”며 “리먼 파산 이전수준을 회복한 다우지수가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금융주의 회복이 전제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이 금융위기 이후 개선세가 강하다.
특히 금융주의 안정적인 회복이 출구전략을 보다 유연하게 넘길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국내 경기 회복의 연속성 확보와 수출기업의 향후 수익성에 청신호를 위해서는 최근 미국 대표기업들의 실적 전망과 주가 흐름이 국내 증시의 2분기 이후 방향성을 따져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IT기업 인텔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코스피지수도 지난주 후반 연이틀 상승해 1700선을 다시 회복하는 등 보다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JP모건 등 금융주 실적 발표 역시 국내 증시의 방향성에 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미국 금융주의 실적추정치가 하향조정됐던 점은 부담이다.
대신증권 박중섭 선임연구원은 “미국 대형 금융주들의 실적 발표가 몰린 오는 21일까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초 원화강세와 중국발 긴축선회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국내 증시에서 금융주의 실적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설명이다.
박 선임연구원은 “웰스파고의 적자예상 전환과 씨티그룹의 주당 33센트 적자 전망 등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특히 S&P500 전체 기업들의 이익전망치가 하락하는 데는 시가총액 비중 15% 가량을 차지하는 금융주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교보증권 황빈아 연구원도 “지난 3분기 미국 금융주 실적 호조가 국내 은행주의 강세를 이끈 적이 있다”면서도 “금융섹터의 이익수정비율이 점차 하락세여서 낙관하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높은 실업률과 신용카드 연체율 등이 금융주 실적 모멘텀 개선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