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보호 사후관리 인식은 ‘질적성장’ 토대
2009년 펀드시장은 전반적으로 ‘고진감래’ 국면을 겪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불거졌던 리먼브러더스발 위기로 반토막난 국내외 주식형펀드들은 성과회복을 달성해 투자자들의 한숨을 돌리게 했다.
특히 올 초부터 본격 개막된 자본시장법 시행은 펀드판매사들의 사후관리와 투자자보호 강화 인식에 단초를 제공해 펀드시장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도모중이다.
실제 각 판매사들의 사후관리 강화 서비스는 물론,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펀드 공시 서비스를 제공해 투자자들의 펀드 정보 탐색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데 만전인 것.
더욱이 자본시장법 첫 시행으로 한층 복잡해진 펀드 가입 절차에 대한 투자자들의 혼선도 당초 우려대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같은 위기속에서 체질 개선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비과세 일몰기간에 따른 해외주식형펀드의 환매랠리와 크고 작은 소송으로 한편에선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고진감래에 성공했지만, 그만큼 파란만장했던 2009년 펀드시장에서 선방한 각 유형별 대표 펀드를 살펴보고, 2009 업계내 주요이슈를 살펴보는 ‘2009펀드시장 결산’을 연속 2회로 살펴본다.
◇ 비과세 전격 일몰, 펀드 환매 ‘러시’
2009년 펀드 시장의 대표적 이슈는 우선 비과세 일몰에 따른 환매로 요약할 만 하다.
지난 2007년 정부가 한시적으로 제공했던 해외펀드와 각종 세혜택이 올 해 말로 종료됨에 따라 해외펀드를 비롯 차익실현한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줄을 이었다.
실제 소득공제 및 세혜택이 가능했던 장기주식형, 장기회사채, 저율 분리과세 혜택이 컸던 고수익고위험펀드도 올해 말로 세혜택이 종료돼 투자자들의 투심 약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리먼 사태로 인해 반토막났던 펀드들의 성과가 대폭 회복됐음에도 불구, 투자자들의 투심 불씨는 세폭탄으로 인해 회복되지 못한 모양새다.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연초 대비 현재 까지 환매된 해외주식형과 국내주식형 환매규모는 각각 2조 7619억원, 9조 4579억원 규모다. (*ETF포함. 기준일:2009년 1월1일~2009년 12월 28일)
연초 이후 무려 10조원 이상의 국내외 주식형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셈.
특히 해외주식형은 지난 9월 10일부터 11월 23일까지 무려 52거래일동안 환매랠리가 지속돼 펀드통계 집계이후 최장기간 환매기록을 갈아치웠다.
다시 말해 금융위기 이후 낙폭됐던 펀드 성과가 회복될 때마다 투자자들은 서둘러 펀드 환매 행렬에 동참해 업계측면에선 혹한기나 다름 없었다.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 양현민 연구원은 “올 해 환매 주요 요인은 비과세일몰과 더불어 지난 2007년 펀드투자 붐이었을 때 가입했던 투자자들의 만기 차익실현 물량이 대부분이었다”며 “당분간 신규 자금 유입 보단, 환매 물결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투자자보호 골자 ‘펀드사후관리’ 본격화
이같은 환매행렬 등 펀드투자자들의 투심악화 가운데서도, 그나마 주목할 점은 펀드판매사들의 펀드사후관리 인식 변화다.
더욱이 2010년 초부터 펀드판매사이동제 실시를 앞두고 각 펀드판매사마다 고객에게 보다 나은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분주한 것.
그동안 펀드판매사로서 기존 운용성과 보고서 발송에만 급급하던 증권사들은 단순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수수료 인하는 물론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 12월초부터 49종의 펀드를 선정해 ‘펀드판매수수료 무료’시대까지 개막했다.
또한 IBK투자증권은 펀드수익률 하락시 ELW를 이용해 하락폭을 일정부분 만회할 수 있는 수익률관리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이 밖에 펀드리서치를 가동중인 삼성, 현대증권 등 각 대형 종합자산관리 증권사들도 거액 거치식 고객 대상으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 자산관리서비스를 미는 상황. 판매사는 물론 증권 유관기관들도 투자자들의 펀드 정보 접근성을 대폭 높혀 편리성 증진에 힘을 보탰다.
실제 지난 14일부터 금융투자협회는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자산별로 성격이 비슷한 펀드의 수익률 비교가 용이하도록 펀드운용실적 비교공시 사이트를 업그레이드 시킨 것.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판매사나 금융당국의 투자자보호 강화 잰걸음과 관련, 긍정적인 반응이 대세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자보호재단 김일선 상무는 “점점 상품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투자자 단독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일이 어려운만큼 이같은 판매사나 금융당국의 서비스 제공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 끊임없던 줄소송…‘아! 울고싶어라’
한편 올 하반기 들어 지속되는 환매랠리로 시름 깊던 운용업계는 잇따른 줄소송으로 시름을 더했다.
파생상품 펀드 발행사 변경으로 손실을 입었다며 투자자들이 우리자산운용의 ‘우리 2-STAR파생상품투자신탁KW-8호’를 대상으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낸데 이어, 6월엔 도이치자산운용도 펀드수탁사인 하나은행을 상대로 14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 서 KB자산운용도 대한생명이 지난 5월 ‘KB웰리안부동산펀드7호’와 관련, 만기가 지나도 투자원금과 수익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서 2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올 해는 운용구조상 만기까지 운용프로세스를 알기 어려운 특별자산펀드의 관리 부실로 잇단 소송이 불거져 관심을 모았었다.
실제 투자 기업의 대표 횡령으로 손실난 ‘블리스아울렛특별자산1호’는 투자자들이 드림자산운용(구 블리스자산운용)을 상대로 26억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중이다.
무엇보다 드림자산운용의 소송건은 특별자산펀드 운용구조상 미리 예견된 리스크였던만큼, 운용사의 특별자산사모펀드 관리감독 강화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따라서 판매사 역시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운용사에게만 물을 것이 아니라 미리 리스크를 파악해 투자자들에게 철저히 이해시켜 완전판매를 도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대신투신운용 역시 지난 2월 사모특별자산펀드 담당 펀드매니저의 투자자금 횡령으로 매니저 고소와 함께 해당매니저 전 소속인 마이에셋자산운용도 횡령사건에 연계가 있다며 92억원 규모의 손배상 청구를 냈다.
그동안 운용자산의 다양화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겠다던 특별자산펀드 시장엔 굴욕적인 한해로 기억될 만 하다. 이에 업계나 금융당국은 특별자산펀드의 질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투명한 펀드 투자관리가 우선적이란 견해다.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3일부터 특별자산펀드 업무처리 모범 규준을 제정시행 한다는 방침이다.
즉 이번에 문제시된 펀드 사업성의 외부평가를 의무화 하는 동시에 계좌관리와 입출금 계좌를 제한해 횡령 등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 절차를 구체화 한 것. 더불어 사업자의 능력 파악과 기업실사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 및 신뢰 향상에 적극 나선다는 각오다.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