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현장]“퇴직연금 오는 2020년 149兆 시장”](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110421173898096fnimage_01.jpg&nmt=18)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제4회째를 맞아 개최된 미래에셋 퇴직연금 세미나는 추운 초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업체 퇴직연금담당자, 근로자대표 및 관련 기관 전문가 등 약 200여명이 참석해 퇴직연금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변화하는 퇴직연금과 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미국, 일본 등 글로벌 퇴직연금트렌드를 살펴보고, 국내 도입 현황과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 퇴직연금 도약 원년 되나 = 이날 국제세미나에서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신세라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시장이 내년부터 연 25.9%씩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올 연말 10조원 안팎의 시장규모도 오는 2020년에는 149조원으로 확대되고 가입자 수도 471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금보다 각각 17배와 3배 가량의 증가세를 예상케 하는 수치다.
지난 2005년부터 도입이 시작된 퇴직연금제는 사실상 그동안 정체된 성장세를 보여왔다.
퇴직연금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업장과 근로자가 극히 적었고, 기존 퇴직금제도가 여전해 관심권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06년말 도입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적립액에 4000억원을 넘어선 이래 올 9월까지 9조1047억원 수준으로 불어났지만 그 증가세는 상당히 완만한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같은 성장 속도는 매우 느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기존 퇴직금제도가 병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연금제에 대한 관망세가 이같은 정체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 성장해도 취약한 시스템 =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에 따르면 퇴직연금제에 대해 도입을 기피한 이유는 ‘관심 및 인식 부족’이 30.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이용 부담’ 24.6%, ‘현행제도 만족’ 11.8%, ‘추가이득 없음’이 11.3%를 차지했다.
이어 ‘근로자 및 노조반발’과 ‘번거로움’이 각각 6.4%를 차지했고, 기타 이유가 8.9%로 나타났다.
신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속도가 당초 기대에 못미쳤다”며 “앞으로는 주변여건이 달라지는 만큼 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되고, 퇴직보험이 폐지되는 등 제도적인 변화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 변화는 퇴직연금제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신 연구위원은 “2020년에는 퇴직연금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10.2%를 차질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을 전제하더라도 GDP 대비 퇴직연금 비중은 주요 선진국들의 지난 2007년 수준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고형사회에 매우 취약한 연금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기준 국가별로는 미국이 74.3%, 일본 20.0%에 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퇴직연금 자산은 GDP 대비 평균 75.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세제혜택 및 홍보강화 필요 = 신 연구위원은 이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고, 시행령 개정 등 후속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퇴직연금 관련 과감한 세제혜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입을 둘러싸고 세제혜택이나 중간정산제 폐지 등의 관련 규제개혁에 대한 요구는 수년째 지속돼 왔다.
강창희 소장도 “그동안 걸음마 단계였던 퇴직연금제도가 서서히 대중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면서 “세제제원과 적극적인 홍보뿐만 아니라 운용상의 안정성과 수익성, 편의성을 모두 제고할 수 있도록 업계와 관련 기관간의 협력이 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DB형의 선호는 근로자들이 안정성을 이유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기업입장에서는 리스크 경감을 위해 DC형을 선호하는 양상”이라며 “지금과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특히 기업에게 DB형 퇴직연금제는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고령화·저금리 감안해야 = 또한 그동안 퇴직연금시장의 성장 속도 뿐만 아니라 시장의 편중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퇴직연금이 도입 이후 현재까지 DB형과 원리금보장상품에 지나치게 편중된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가입한 사업장 및 가입자의 경우 60% 이상이 DB형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가입자 수와 적립금 규모 면에서 DB형 가입비중이 각각 64.9%와 64.3%였으며, 적립금운용 현황을 살펴본 결과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85%를 차지 특정상품에 치우친 운용현황을 보였다. 퇴직연금을 과거의 퇴직금 제도로 볼 것이 아니라 노후소득보장시스템으로 인식해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저금리와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한다면 안정적이면서 실적을 추구할 수 있는 형식이 필요하는 것.
DB형은 근무기간과 평균 임금에 따라 퇴직금이 사전에 결정되는 구조로 상품구조와 운용사를 근로자가 선택해 적립금을 운용, 그 성과를 퇴직금에 반영하는 DC형과 구분된다.
글로벌 퇴직연금시장을 봤을 때 최근 DB형에서 DC형으로의 빠른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흐름이다.
◇ 선진국 점차 DC형 선호 = 국내 퇴직연금시장도 DB형과 원리금보장형상품에 편중되기 보다는 자산배분에 따른 운용을 통해 미래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오누어 엘잔 맥킨지컨설팅 북미투자총괄 파트너는 “미국의 경우 기업과 근로자가 DC형을 선호하고, 이에 따라 DC형 가입비율이 1980년 17%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66% 수준까지 늘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은퇴자들은 은퇴후 소득보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자문서비스와 자산배분형 펀드 등에 관심이 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자산배분형 펀드는 미국 DC형 퇴직연금 유입자금의 71%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흐름은 일본에서도 나타난다.
일본 기업연금연합회에서 조사역으로 일하고 있는 야마사키 순스케씨는 이날 “일본에서도 DC형으로 전환 및 실적배당형상품에 대한 높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요타자동차와 NEC 등 일본기업들은 재무부담을 줄이고,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의 기능을 위해 DC형으로 전환을 포함한 전반적인 퇴직연금제도 개혁을 추진중이다.
그는 “노후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며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일본 투자자들도 펀드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DC형 가입자의 43.2%가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제도변화 증시에도 긍정적 = 이에 따라 내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시행과 퇴직보험 폐지,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등에 따른 시장의 성장과 함께 DB형과 DC형에 따른 가입자들의 이해도가 보다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미나에서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성주호 교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은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제한, 개인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신설사업장의 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안 통과시 퇴직연금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시장의 활성화는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손성동 실장은 “퇴직연금의 성격이 장기투자 자금이기 때문에 국내 증시 변동성을 완화하는 버팀목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이같은 환경변화는 앞으로 은행과 생보사 위주의 퇴직연금 시장에 자산운용의 필요성이 더 강조되면서 업권간 경쟁도 보다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회 미래에셋퇴직연금 국제세미나’에서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강창희 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