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꽃 보직`이라는 금융회사 감사로 이동한 금융감독원 퇴직자는 92명. 이 기간 전체 퇴직자(358명) 4명 중 1명 꼴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금감원 퇴직과 거의 동시에 재취업을 할 수 있었다.
공직자윤리법이 퇴직일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내에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을 금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답은 `경력 세탁`에 있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 감사직 재취업자 92명 중 62명(67%)이 퇴직 직전 금융회사 업무 관련성이 적은 부서에서 `잠시` 근무를 했다.
퇴직 당시 소속을 보면 인력개발실이 38명, 소비자센터 13명, 그리고 총무국 11명 등이었다.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지 않고 금융회사 감사직 이동이 가능하도록 한 배려 차원의 인사인 셈이다.
이 의원은 "금감원에서 퇴직 전 인력개발실, 소비자센터, 총무국에 배치된다는 것은 시중 금융회사 감사직 재취업 준비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게는 공직자윤리법 규제가 아예 무용지물이다. 법 시행령은 재취업 금지 대상을 `자본금 50억원 이상 영리사기업체`로 제한하고 있는 탓. 공정위 퇴직자들이 선호하는 대형 로펌들은 단 한 곳도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공정위 4급 이상 퇴직자 중 민간에 취업한 24명 중 절반이 넘는 14명이 대형 로펌으로 이동했다.
한편 최근 5년 동안 2명 이상의 금감원 퇴직 간부를 감사로 영입한 곳은 전북은행(2명), 대구은행(2명), 한국씨티은행(2명), HK저축은행(2명), 하나대투증권(2명), 현대증권(2명)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