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해외진료비를 특약을 통해 별도로 가입하도록 하면서 위험부담이 큰 해외사고에 대해 보험사들이 높은 보험료를 책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실손 의료보험 표준화 방안’을 마련하고 10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표준안에는 실손의료보험의 보장한도를 90%로 축소하고 입원 보장한도는 최고 5000만원 이내로 축소, 통원 보장한도는 외래와 약제비를 합해 최고 30만원으로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중 해외진료비에 대해서는 별도의 특약을 통해서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한 진료비에 대해 손보사의 실손상품에서는 약 40%를 보상하고 있으며, 생보사의 실손상품은 보상하지 않는다.
손보사들은 해외진료비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건보 부담에 준하는 만큼을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사고가 주계약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의 특약 가입을 통해서만 보장 받을 수 있게 되면 보험료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 위험부담이 높은 해외사고에 대해 아예 보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생보사도 실손상품 판매경력이 짧아 지금까지 해외진료비에 대해서는 실손보험을 통해 보상하지 않고 있어 위험율 측정이 불가능하므로 손보와 비교해 특약료가 낮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해외진료비 보장을 특약화 한다 하더라도 보장범위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해외진료비의 보장을 원하는 가입자에게만 한정시킴으로써 보험료는 다소 높아지는 대신 보장을 좀 더 높이고 세분화한다는 취지지만, 해외의료기관 등 현지와의 상호시스템 구축이 돼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보장을 높이는 것은 리스크가 커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의보 표준안이 아직 확정된 사항이 아니라 뭐라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해외사고 보장을 특약화 해도 보장한도는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해외보험사기가 증가하자 이런 방안을 모색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해외여행이나 유학, 업무상 출장 등 해외출국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확한 보험사고조사 및 통계집적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해외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 보험사고 발생 건수는 2005년 2만7239건에서 2008년에는 6만75건으로 121% 급증했다.
그러나 국내보험사와 해외현지의 수사당국`보험사와의 업무제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보험사기에 대한 관리가 미흡한 상황이다.
국내 보험사가 현지 보험사와의 보험사고조사 업무제휴를 하더라도 국내 보험사고 조사인력에 비해 능력이 뒤처지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인지 확인하는 방법도 어려울뿐더러, 보험금 수령도 의사소견서 제출만으로 가능하는 등 절차가 간단해 문제가 심각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보험사기 적발건수가 적어 보험사기유형별 데이터를 만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궁여지책으로 실손상품에서 해외진료비를 보장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출국자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안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임시방편 말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품이 나와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실손의보에 해외진료비 특약을 추가하느니 차라리 해외로 나갈때마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경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손고운 기자 sgw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