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결제원은 월말 은행업무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과중한 업무부담이 예상돼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는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이날 서비스 개시를 앞둔 금융투자회사에 공문을 보내 기존 예정일이었던 31일부터 본격적인 서비스가 어려워 내달 4일 이후로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31일부터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던 증권사 등은 부득이 내달 초로 그 시기를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결제원이 제시한 테스트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는데, 이같은 일방적인 일정 연기 통보는 해당 증권사의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됐다”고 난색을 표했다.
소액지급결제 참여를 준비해왔던 금융투자회사들은 각각의 전산시스템 구축을 마무리 짓고, CMA 신용카드 발급에 따른 제휴업체와의 계약과 고객들에 대한 홍보용 인쇄물 등의 제작을 이미 종료한 시점이어서 손실이 불가피하고, 고객신뢰에도 흠집이 나게 됐다.
그간 증권사의 지급결제 서비스 참여를 놓고 지속적인 신경전을 벌여왔던 은행권과 증권업계가 정작 서비스 개시를 불과 한 주가량을 남겨놓고,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 금융소비자들의 불편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이 객관적인 기준 없는 업무처리와 기존 은행권에 대한 기득권 보호에 치중하고 있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반면 금융결제원측은 “이미 31일 서비스 시행은 증권업계가 일방적으로 잡은 일정”이라며 “지난 17일 시스템 테스트 기간이 끝난 시점에 2주를 더한 것일 뿐 사전협의가 충분치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지급결제 서비스가 다소 늦춰진다고 해서 서비스 자체에 큰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증권업계가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은행과 증권 양측의 지급결제를 둘러싼 신경전과 갈등 양상은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동안 허용 여부를 놓고 가불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데다가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올 2월에도 금융결제 시스템 참여를 놓고 높은 가입비와 분납여부에 대한 치열한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이같은 논란 끝에 증권사들의 규모에 따라 5~7년간 분납이 결정되면서 6월에는 서비스 시행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각종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증권사들의 CMA 신용카드 관련 광고와 홍보에 대한 문제점을 거론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증권사들의 CMA 광고에서 ‘CMA만으로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사용한 것에 대해 사실과 다른 과장 광고라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또 한국투자증권의 CMA 광고에 대한 은행법 위반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증권사 CMA가 은행예금과 동일한 금융상품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금융환경과 IT인프라의 변화, 금융소비자들의 사회적인 인식 정도가 달라지면서 이제 ‘은행’이란 용어와 ‘뱅킹’이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