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7년 국회 재경위 금융소위에서 증권사에 소액 지급결제 서비스 허용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제정안이 통과되면서 양측간의 각종 갈등과 신경전이 가열됐다.
이같은 움직임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에도 줄곧 이어져 오며 현재에 이른 것. 올 하반기 증시 관련 제도의 변화는 코스피200선물 시장의 야간시장 개설, 한국 증시의 FTSE 선진국지수 편입 등이 있지만, 업계의 관심은 무엇보다 증권사의 지급결제서비스 개시에 쏠려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오히려 양측의 기싸움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증권업계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입출금 및 타금융기관으로의 송금, 공과금 납부, 카드대금 결제 등이 가능해지면서 각종 부가 서비스를 추가로 탑재한 신개념 금융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지난 2007년 가속화됐던 업권간의 머니무브 현상의 재발을 우려한 은행권은 과당 경쟁을 야기하고 자금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데 이어 결제한도에 대한 담보율과 수수료 등을 올리자 일각에서는 진입 장벽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반발까지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의 지급결제서비스 참여가 허용됨에 따라 CMA신용카드 출시로 CMA계좌가 기존의 은행통장의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솔로몬투자증권 손미지 연구원은 “이달중 소액지급결제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CMA 신용카드 출시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CMA 계좌를 앵커 상품으로 주요 위험금융자산의 교차 판매가 이뤄지면 수익 증대로 연결될 수도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손 연구원은 지난 4월 기준 저축예금 시장 규모는 100조7000억원 수준으로 향후 20조원 가량의 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 계좌로, 예금에서 투자상품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자산관리 시장으로 올 하반기 이후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파생상품 및 간접투자상품 위주의 자산관리 영업이 다시 활발해질 경우 일정 정도 추가적인 이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은 CMA의 경쟁력 제고 등을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반면, 은행권은 예금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수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동양종합금융증권은 3일부터 지급결제 서비스에 나서고, 이달 말 삼성증권 등 13개 주요 증권사들이 지급결제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8월부터 내년 2월까지 11개 증권사가 추가적으로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어서 자금시장의 영향 또한 주목된다.
그동안 예금금리보다 높은 CMA계좌 고금리 경쟁과 각종 부가서비스와 제휴를 통한 가상계좌 활용 등 우회적으로 신용카드 대금 결제서비스를 제공해오기는 했지만 이 역시 불편함은 적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결계좌를 통한 방식으로 은행과 증권사간의 자금 이동은 이뤄져 온 점을 고려한다면 심각한 머니 무브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고객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서비스 경쟁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직까지 CMA 증감현황을 보면 커다란 추세적 변화는 감지하기 어렵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CMA 총계좌 수는 884만6324개로 전월말 864만30개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총 잔액은 약 38조2769억원으로 같은 기간 38조4104억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지난 2007년과 같은 급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개인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에서 은행 급여계좌가 유리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초 소액결제 기능을 앞세운 증권사 CMA에 대한 불공정 광고 등을 제기하면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으며,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불안정성을 들어 문제를 제기해 왔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은 증권사 CMA 고객의 CD 및 ATM 등 자동화기기 이용에 대해 영업시간 외 현금 출금수수료를 받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미 증권사 거래 수수료 및 계좌 개설 수수료 등도 인상한 바 있다.
급기야 한때 한은이 증권사에 결제금액 한도의 200%의 담보를 납입토록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 등이 잇따르자 한은은 이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에 나서는 등 혼란양상까지 더해지고 있다.
한은은 1일 차액결제대행 업무의 수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차액결제대행 금액의 100%를 대행은행에 담보 제공토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담보 등 대출조건은 당사자간 자율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결제대행은행이 증권사에 대해 신용으로 당좌대출을 제공중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