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의견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눈총을 사고 있다. 한동안 사라졌던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보고서가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허용과 맞물리면서 순수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공매도 허용에 따라 외국계 증권사들의 주가 하락 유도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갑다.
지난해에도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보고서 이후 주가가 출렁이는 동안 외국인들은 해당종목을 매수하기도 하는 등의 행태로 시장참여자들은 조사분석자료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바 있다.
급기야 당시 증권업협회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보고서에 대한 공정성과 합리성에 대한 점검에 나서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골드만삭스의 국민은행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가 국민은행이 자사주 매각 주간사를 메릴린치로 바꾸면서 보복성 논란이 일었다.
이어 지난해 10월 JP모간증권이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매도’의견을 제시하면서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급락했고, 최현만닫기

금융감독 당국도 공매도 실태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상당수 외국계 증권사들의 규정 위반 사실을 적발했었다.
이달 들어 공매도 규제가 해제되면서 시기를 같이 한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에 대해 고운 시선으로 볼 수 없는 것 또한 이러한 전례와 무관치 않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 한 뒤 주가 하락 후 싼 가격에 되사서 갚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낼 수 있다.
지난해 공매도 규제 이전에는 이같은 기법은 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용한 매매기법이다.
지난 2일 골드만삭스는 두산중공업에 대해 신규수주 감소로 유동성에 대한 어려움을 제기하며 투자의견도 ‘매도’에서 ‘적극 매도’로 낮췄다.
또한 단골 메뉴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거론하며 앞으로 증시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CJ오쇼핑과 하나투어에 대해서도 각각 ‘매수’에서 ‘중립’으로, ‘중립’에서 ‘매도’로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부정적 전망은 보다 이어졌다. UBS 역시 현대모비스와 한라공조에 대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춘데 이어 삼성전기는 ‘중립’에서 ‘매도’로 끌어내렸다.
크레딧스위스도 NHN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이같은 하향 조정에 대한 배경 설명은 대체로 그간의 주가 상승에 따라 목표주가 수준에 달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이후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당기간 1400선대에 머물렀을 때는 이같은 제기를 하지 않다가 공매도 규제 해제와 시기를 맞춰 매도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들어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의 매도 혹은 비중축소 리포트 작성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적정주가 하향 폭은 크지 않으면서 투자의견을 대폭 하향 조정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심 팀장은 “한국의 EPS 상향 조정 폭이 여전히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높다”며 “벨류에이션이 높다는 것을 근거로 한국증시의 투자부담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외국계 증권사들이 대부분 서브프라임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투자은행들 위주고, 미국 정부가 헤지펀드와 금융관련 규정 마련을 앞두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하는 정황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 팀장은 이어 “지난해 공매도 물량을 제공한 연기금이 올해부터는 물량제공을 거의 하지 않고 있고, 공시 의무 강화 등으로 공매도로 한국증시에 큰 충격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