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LG전자가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했고, 삼성전자, 한전 등 굵직한 기업들의 사업자 선정이 하반기에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초고령화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퇴직연금 도입 움직임은 예상보다 활발하지 못하다.
하반기 도입이 예상됐던 대기업들도 내년 이후로 도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지만, 자본시장법 시대에 신수익원 확보 차원에서도 퇴직연금 시장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치열한 유치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외국 자본계 기업으로 시선을 돌리는 증권사도 있다.
삼성증권은 20일 서울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하반기 국내외 경제 및 환율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퇴직연금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외국 자본계 기업 및 국내 대기업 재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마련됐다.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변수 중 환율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삼성증권 박성수 퇴직연금사업부장은 “퇴직연금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의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도입과 직접 관련된 컨텐츠 뿐만 아니라 제도 도입을 위해 간접적으로 분석이 필요한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부산, 대전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퇴직연금 담당자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퇴직연금 담당자의 자녀를 위한 청소년 경제교실을 여는 등 정공법과 우회법을 총동원해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는 2011년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는 다른 특성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낮은 이해도 및 노사간의 합의 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이에 따라 실무자들의 네트워크 구축과 다양한 서비스제공 등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외자계 기업의 경우 해외 본사에서 퇴직연금 도입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환율 등 해당 기업들의 관심사를 집중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같은 날 현대증권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경수 사장을 비롯해 김종철 노동부 임금복지과장, 장중식 왓슨 와이어트 퇴직연금사업부 이사,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 등이 참가, 퇴직연금세미나를 개최했다.
퇴직연금제도 개정을 앞두고, 높아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관심과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퇴직 연금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제도 개편 방향과 성공적인 운영 방안 및 국내외 경기 전망을 다뤘다.
일찌감치 본부체제와 퇴직연금연구소를 꾸려 공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정기적인 컨퍼런스를 열고 있고, 다양한 온-오프라인상의 교육을 벌이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기업 재무·인사 담당자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컨퍼런스를 가졌다.
대신증권도 20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신증권 연수원에서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안내와 효율적인 연금 세무 전략을 주제로 ‘퇴직연금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을 퇴직연금 전문 마케터로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금융노조와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이 전 위원장을 노조 대상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20일에는 서울 회현동 본점 연수실에서 기업의 퇴직급여 및 인사, 노무, 재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퇴직연금 제도 자체와 노무관리, 자산운용전략, 회계와 세무관리 등에 대해 다각도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신한은행도 굿모닝신한증권 및 신한생명 등 계열 자회사들과 함께 퇴직연금 도입 예정 기업들을 대상으로 매달 2회씩 퇴직연금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다.
계열 증권사인 굿모닝신한증권은 퇴직연금 독자시스템을 개설하고, 연금계리·가입자 교육·운용상품 정보 등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은퇴설계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된 퇴직연금 컨설팅에 주력중이다.
삼성생명은 퇴직보험 가입 기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해당기업들의 노사를 방문해 제도와 혜택에 대한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노동부에 따르면 올 2월말 현재 5인이상 전체 상용근로자의 15.67%인 총 114만6774명이 퇴직연금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500인 이상 도입 사업장은 모두 263개소가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에 따라 기업들의 퇴직연금 도입이 지연되면서 시장이 다소 위축될 수도 있다”면서도 “퇴직보험 및 신탁의 효력이 2010년 종료되고, 4인 이하 사업장의 퇴직급여제도가 2011년까지 의무화되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 등의 법적 변화들이 예정돼 있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