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는 ‘자본시장을 활용한 기업구조조정 활성화 방안-PEF와 메자닌 펀드의 활용’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자본시장을 통한 활발한 기업구조조정 등을 위해 증권사들이 관련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 세미나는 6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려 복도에 선 채로 세미나를 듣거나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리는 등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 PEF 규제 완화 논의 활발 = 이날 세미나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 신용보강 및 자금지원의 방식이 아닌 자본시장을 통한 방안이 있는지를 토론해 보는 자리였다.
최근 업계 전문가들은 자금유치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혹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통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가 후원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자본시장연구원 빈기범 자본시장실장이 주제 발표에 나섰다.
빈 실장은 “기업구조조정 시 활용할 수 있는 PEF의 유형에는 차입에 의한 기업인수(LBO), 벤처캐피털, 메자닌펀드, 부실채권펀드 등이 있는데 자본시장법 등은 제한적으로만 PEF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본시장법상 설립이 가능한 것은 LBO펀드 뿐인데, 레버리지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마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빈 실장은 “이에 따라 PEF가 벤처캐피털에 투자하려 해도 경영권 획득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에 부실채권 펀드도 반드시 경영권을 인수해야 하는 만큼 채권투자가 유연하게 진행될 수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PEF 관련 규제를 거의 하지 않으며 이는 국내에 근거를 둔 PEF와 외국 PEF간의 형평성 불일치로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PEF의 움직임을 보면 칼라일그룹과 JP 모건 파트너스의 당시 한미은행 지분 인수 뒤 3년반만에 막대한 차익을 챙긴 사례가 있다.
또 뉴브리지캐피탈이 당시 제일은행, 하나로통신 등의 적은 금액으로 지분 인수 후 차익을 남긴 전례는 주지의 사실이다. 이밖에도 론스타, H&Q아시아퍼시픽, 워버그 핀커스, CVC 등의 국내 금융회사 및 기업들에 대한 지분 인수 등에서도 국내 기업 구조조정에서 외국계 PEF의 독무대가 됐다.
ABS를 활용한 기업구조조정에서도 국내 관련 법령들이 제약이 많다보니 상품을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등 쉽지 않은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 법률 개정안 국회 통과 주목 = 이에 따라 자본시장연구원은 후순위채,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인 ‘메자닌펀드’를 통해 기업의 주식·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확보가 쉽지 않은 난국을 타개하는 데 활로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빈 실장은 이날 “메자닌펀드를 통해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게 되면 구조조정을 사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며 “최근처럼 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때 가장 적합한 형태의 PEF”라고 강조했다.
투자기업 채권 인수를 통해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지분 1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점도 메자닌펀드와 상충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주식전환 옵션을 분리해 매매할 수 있는 ‘분리형 BW’처럼 워런트를 당초부터 따로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면 신종채권의 유통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조언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온기선 대체투자실장은 “연초부터 국민연금의 메자닌펀드 투자를 검토해왔고 조만간 결론이 내려지면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 실장은 “메자닌펀드가 주식 투자에 비해 위험도도 낮고 대체 투자의 수익률 변동성도 줄일 수 있어 국민연금의 운용 철학에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이현철 자산운용과장은 “메자닌펀드와 같은 PEF에 규정된 기업지배 강제규정을 풀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의원발의로 다음주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라며 “개정안 통과시 다양하고 친자본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