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보사들이 보장성보험 영업을 강화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고객들에게 보장성보험을 널리 알리면서 손보사들이 고전하고 있다.
상품 자체의 한계로 가뜩이나 버거운 싸움을 하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 생보업계가 주력하고 있는 ‘가족’ 마케팅이 시장에서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경쟁력에서 생보사들에게 가장 뒤처지고 있는 것은 질병사망 보장이다.
현행 보험업법 시행령에서 손보사 상품의 질병사망 보장기간을 80세까지, 질병사망보험금의 한도도 최대 2억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에 손보업계에서는 80세까지로 제한돼 있는 보장기간과 2억원으로 규정된 질병사망보험금 한도가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은 상황에서 질병사망 보장 제한은 결국 손보상품보다 생보상품을 더 선호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VIP 고객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존보장 설계는 오히려 손보사가 한 수 위에 있으나 결정적으로 사후보장에서 밀리면서 상속세 마케팅과 같은 고액계약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예를 들어 1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는 부자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만큼의 금액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하려할 경우 한도가 2억원에 불과한 손보사 보다 한도가 없는 생보사 상품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손보사들은 고액자산가를 상대로 보장자산을 설계할 때 2억원을 초과하는 보장에 대해서는 생보사 등 타사의 상품을 추가해 종합적으로 설계해주고 있다.
생·손보 설계사의 소득격차가 여기에서 갈린다는 분석도 있다. 생보 설계사가 손보 설계사에 비해 고액계약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생보설계사들의 월평균 수입은 368만원이지만 손보설계사는 199만원에 불과하다.
또한 억대연봉을 받는 설계사 수도 생보는 9000명이 넘지만 손보의 경우에는 900명이 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춘 보장자산 컨설팅에서는 생보와 대동소이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해결할 솔루션이 없다”며 “생·손보사간 상품 차별 철폐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질병사망보장 제한을 풀어달라고 하는 것은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장성보험은 제3보험영역으로 생·손보사 모두 취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상해사망보장 생·손보사 모두 제한이 없는데 질병사망보장은 손보사만 제한이 있다.
즉 동일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업권별로 다른 잣대를 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현재 금융감독원과 생·손보협회, 각 보험사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보험산업 중장기 혁신방안 공동 태스크포스(TF)팀에서 손보사의 질병사망보장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TF팀에서도 생·손보업계간 이견차이로 인해 쉽게 결정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손보사에서 보장성보험을 포함한 장기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FY2008 12월말 현재 51.1%에 이르며 앞으로 이 비율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재호 기자 hana@fntimes.com